국무회의,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오늘부터 시행소상공인연합회 "소상공인 범법자로 내몰아… 집단행동 불사"
  • ▲ 임서청 고용노동부 차관이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임서청 고용노동부 차관이 최저임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재계와 소상공인의 호소와 반발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의결하면서 연초부터 산업계에 불안감이 조성되고 있다. 이번 시행령은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에 법정 주휴시간(유급으로 처리되는 휴무시간)을 포함하되 노사간 합의로 정한 약정휴일 시간과 수당은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마지막 국무회의를 열고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 등 대통령령안 9건, 법률안 3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는 약정휴일과 관련, 시간과 수당을 제외하는 수정안을 다시 상정해 의결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노동자에게 일주일에 하루 이상의 휴일을 주면서 지급하는 수당이다.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은 최저임금 계산식에 '법정 주휴시간'을 삽입하는 내용이 뼈대다.

    즉 최저임금을 계산할 때 '소정근로시간 수'에 법정 주휴 근로시간도 포함하는 방식으로, 이 경우 한 달 근로시간은 209시간(174시간+35시간)이 된다. 기존의 산정 기준시간은 소정근로시간만 적용할 경우 174시간(40X월 평균 주 수 4.345)이었지만, 주휴시간(일요일 8시간)을 더해 209시간으로 늘어난다.

    올해 시급 최저임금이 8350원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월급을 받는 노동자에게 8350원에 209시간을 곱한 174만5150원 이상을 지급해야 최저임금을 지키게 된다.

    이에 근로자 사이에 실제 근로시간당 받는 최저임금 격차가 40%까지 확대된다는 재계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실제 일한 시간당 최저임금은 최저 8350원에서 최고 1만1661원으로 격차가 40%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한경연 조사 결과 법정 주휴수당을 받지 못하는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는 1시간 일하면 올해 기준 최저시급인 8350원을 받지만, 법정 주휴수당에 약정휴일수당도 1일을 받는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 근로자는 실제 일한 시간당 1만1661원을 받게 된다.

    이는 최저임금법령 개정안을 준수하려면 주당 유급휴일이 2일인 일부 대기업 근로자에게는 월 소정근로시간(174시간)에 유급으로 처리되는 시간(69시간)을 더한 243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시급(8350원)을 적용한 2020만9050원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경연 측은 "약정휴일이 많은 대기업 근로자 중 일부는 시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해 법을 위반하게 된다"며 "약정휴일 2일 이상인 기업은 모두 유노조 기업인만큼 약정휴일 관련 임금체계 개편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또한 "유노조 대기업은 정기상여금 등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시행령이 개정되면 임금총액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아도 법을 위반하지 않기 위해서 임금 인상이 필요하며 이에 따라 대-중소기업 임금 차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소상공인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더 큰 소상공인연합회의 경우 위헌명령심사청구와 함께 대규모 집회 등 집단행동을 예고했다.

    연합회 측은 "정부는 '주휴수당에 관계된 근로시간은 최저임금 월 환산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의 일관된 판례를 따르지 않고, 이번 개정안으로 최저임금 위반 산정기준에 주휴시간을 포함하는 것을 명문화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들을 범법자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또 "이번 개정안은 행정부가 사법부와 입법부를 경시하고, 삼권분립 원칙을 위배하는 등 위헌적인 요소가 있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개정안으로 극한으로 내몰린 소상공인들의 처지와 분노를 모아 강력한 항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국회에 주휴수당 폐지를 포함한 시정방안의 조속한 논의와 함께 상위법령인 최저임금법 개정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이번 개정안은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실제 최저임금을 부담하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영학부)도 "노동비용 관련 문제가 궤도 수정이 되지 않을 경우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민간에서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 데 대해 정부부처 한 관계자 역시 "정부가 속도조절에 이미 실패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