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울산·창원 등 가파른 집값 하락세입주물량 부담까지… "회복 모멘텀 사라져"
  • ▲ 경남 창원시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 경남 창원시 일대 아파트단지 전경. ⓒ연합뉴스
    급등하던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대출규제 등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강화되면서 도리어 지방의 주택경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특히 조선·자동차 등 지역 기반산업이 침체하고 있는 경남 거제시, 창원시, 울산 등의 집값 하락이 가파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KB국민은행이 주택가격동향을 조사한 결과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거제의 집값은 10.5% 하락해 주택가격지수가 공표되는 135개 지역 중 가장 많이 떨어졌다.

    이어 △창원 성산구 마이너스(-)10.1% △창원 의창구 -8.1% △창원 마산합포구 -7.4% △청주 상당구 -7.0% △창원 진해구 -7.0% △울산 북구 -6.8% △포항 북구 -6.5% △김해 -6.4% △평택 -6.2% 등의 순으로 하락했다.

    거제의 경우 지역 경제를 책임지던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업의 침체로 구조조정이 이어지면서 부동산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삼성중공업은 2015년 1조50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낸 후 지난해까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사업이 악화되자 2015년 1만3177명에 육박했던 정규직도 지난해 3분기 1만101명으로, 3076명 줄었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의 정규직 역시 3032명 감소한 9823명에 그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26만1371명이던 거제 인구는 2017년 25만7847명에 불과했다. 2년새 3524명이 떠난 셈이다. 지난해 10월 미분양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1가구 해소했지만, 여전히 1680가구로 경남 가운데 창원(6791가구) 다음으로 많은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거제의 집값은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거제의 지난해 4분기 ㎡당 평균 매매가는 189만원으로, 전년 4분기 196만원보다 3.57% 떨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를 보면 거제 장평동 소재 '코아루' 전용 84㎡(13층)의 지난해 11월 매매가는 2억1400만원으로, 같은해 4월 2억3500만원보다 1900만원 하락했다. '덕산아내 2차' 전용 84㎡(4층)도 지난해 1월 1억8500만원에 달했지만 12월 1500만원 떨어진 1억70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시장 열기도 가라앉은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분양된 '거제장평 꿈에그린'은 259가구 모집에 90건 접수에 그쳤다. 전체의 65.3%(169가구)가 미분양된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조선업 중심의 기반산업이 침체되면서 집값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최근 대출규제까지 강화되면서 부동산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올해 조선업 전망이 나쁘지 않지만 뚜렷한 반등을 보이지 않는 이상 서민층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창원과 울산도 거제와 같은 처지다. 자동차 등 지역 기반산업인 제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부동산시장이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다. 창원의 평균 매매가는 2017년 4분기 ㎡당 243만원에서 지난해 4분기 235만원으로 3.29% 하락했으며 울산도 같은 기간 253만원에서 248만원으로 1.98% 떨어졌다.

    울산의 경우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조선업 침체에 더해 자동차산업도 악화되면서 지역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지역소득(잠정치)'를 보면 울산의 1인당 개인소득은 1991만원으로 전년 1950만원보다 2.10% 증가했다. 이는 전국 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증가율이며 전국 평균 4.48%보다 2.37%p 낮다.

    KB경영연구소는 "울산은 조선에 이어 자동차산업마저 경기가 위축되면서 주택시장의 침체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며 "특히 지난해 9000가구에 이어 올해도 최근 10년 내 가장 많은 물량인 1만1000가구 입주가 예정되면서 당분간 회복 기조로 전환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종훈 민중당 울산시당위원장은 "2018년은 수년간 지속된 조선산업 구조조정으로 노동자와 가족들은 불안한 시간을 보냈고, 자동차 등 지역 주력산업도 경기 침체와 '광주형 일자리'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2019년은 적어도 시민들이 생계를 이유로 울산을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창원시의회는 지난해 말 '고용·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을 창원 전역으로 확대해 줄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건의서는 "STX조선, 한국GM 창원공장,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대형 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지역 상장사 50%가량이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같은 위기가 협렵업체의 매출 감소와 가정경제까지 확산되고 있는 만큼 특별지역 지정 확대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진해구가 고용·산업위기 지역으로 지정됐지만 창원 경제가 침체일로에 있는 상황에서 이 곳 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KB경영연구소는 "거제, 창원 등 지방 도시들의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들 지역의 경우 입주물량 부담과 함께 지역 기반산업의 부진이 지속되면서 주택시장의 회복 모멘텀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