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 합격자 증가 불구 폐업 중개사 '3년來 최대'중개 시장 '포화'에, 전망도 비관적… 거래절벽 속 '임차료'도 부담
  •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부동산 거래 침체기가 도래하면서 일선 중개업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직장인 못지않은 소득과 시간적 여유가 장점으로 부각되면서 공인중개사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중개수수료는 커녕 임대료조차 낼 형편이 되지 않아 문을 닫는 사례까지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9·13대책이 나온 지난 9월부터 10월31일까지 폐업 중개사 수는 모두 2290명으로, 최근 3년새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6년 2024명, 2017년 2080명으로 크게 늘었다.

    강북구 A공인 대표는 "주변에서 임차료보다도 못 벌어 폐업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권리금을 되찾는 것은 고사하고 새로 들어올 사람을 못 구하고 있어 임차료보다 못 버는데도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일단 중개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라는 진단이 나온다.

    공인중개사는 한 달에 한두건만 매매거래를 성사시켜도 평범한 직장인 부럽지 않은 소득에 시간적 여유까지 누릴 수 있는 장점에 중장년층은 물론, 청년실업자 등에도 관심이 높았다.

    평균 가격이 7억원을 넘는 서울 아파트 한 채의 매매거래를 중개하면 최대 350만원의 중개보수(중개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매수인과 매도인이 모두 자신의 고객이라면 당연히 수입은 두 배다.

    IMF 이후 일자리를 잃은 중년들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에서 1999년부터 시험 주기가 격년에서 매년으로 짧아지고 합격자 수는 늘어나면서 연 평균 1만7000여명의 중개사 시험 합격자가 배출됐다. 1회부터 지난해 29회까지 전체 합격자는 42만2957명이다.

    개업 중개사 수도 매년 증가세다.

    공인중개사협회 조사를 보면 매년 12월31일 기준으로 집계된 개업 중개사 수는 △2014년 8만6230명 △2015년 9만1130명 △2016년 9만6117명 △2017년 10만1965명으로 증가일로다. 지난해에는 10월31일까지 10만5515명이 중개업소를 차렸다. 두 달 치를 더하지 않았음에도 지난해 개업자 수를 돌파한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시장이 보릿고개로 접어들면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고일 기준(거래일로부터 60일 이내) 서울 아파트 신고거래량은 지난해 12월 2314건으로, 전년 8291건에 비해 72.0% 급감했다. 12월 기준으로 보면 금융위기 이후(2008년 1435건)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08년 이후 11년간 12월 평균 거래량은 6242건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이 8주 연속 하락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가 실종된 '거래절벽' 시기와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감정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11월12일 마이너스(-)0.01%의 변동률을 기록한 이후 8주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집값이 처음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11월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 역시 3559건으로, 전년 동월 6404건보다 44.4% 줄었다.

    서초구 B공인 관계자는 "2017년 8‧2 대책 발표 당시에도 체감 경기가 심각하게 나빴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시장 분위기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영업이 안 된다고 가게 문을 마냥 닫을 수만은 없기 때문에 다들 기다리면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서울 집값이 조정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중개업소들도 시장 기대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은행 리브온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지난해 12월 기준 부동산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78.1로, 전월 83.9에 비해 5.8p 떨어졌다.

    이 지수는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3개월 후 아파트 매매가의 하락-상승 정도를 '크게 상승'부터 △약간 상승 △보통 △약간 하락 △크게 하락 등 다섯 단계로 설문조사해 수치화한 것이다. 기준치 100보다 아래면 하락 전망이 많고, 이상이면 반대를 의미하는데, 이번 결과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2013년 4월 이래 최저치다.

    서대문구 C공인 대표는 "집을 내놓는 사람은 더러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거의 없다. 한 달 동안 한 건의 계약도 체결하지 못한 업체도 많다"며 "매매는 가격과 세 부담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임대 문의조차 없다. 파리만 날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취업난과 실업난 등으로 중개업소는 매년 느는데 거래 절벽, 시장 침체로 회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며 "협회 차원에서 거래 활성화를 위해 거래세 인하와 합격자 수 제한 등의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