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먼저” vs “규제 개혁부터”… 文 대통령과 재계의 ‘동상이몽’

문재인 대통령과 재계 사이에 ‘동상이몽’이 나타나고 있다. 청와대에서 ‘경제 살리기’라는 주제로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이들이 추구하는 방향이 달랐다. 정부는 ‘일자리 먼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고, 재계는 규제개혁이 먼저 이뤄져야 투자확대 및 일자리 창출이 생길 수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15일 청와대는 대기업 총수와 중견 기업인 등 130여명을 영빈관으로 초청해 ‘2019 기업인과의 대화’를 진행했다.

행사 슬로건은 ‘기업이 커 가는 나라,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으로 정부와 민간이 힘을 합해 혁신성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이번 간담회는 사전에 정해진 시나리오 없이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청와대는 기업인들이 경영일선에서 겪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해당 방식으로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을 통해 “고용과 투자는 기업의 성장과 미래동력 확보를 위한 기반인 동시에 국가경제와 민생에 기여하는 길”이라며 “300인 이상 기업은 청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좋은 일자리다. 좋은 일자리 만들기는 우리 경제의 최대 당면현안”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300인 이상 대기업에 다시 한번 당부한다”며 “지금까지 잘해왔지만 앞으로도 일자리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고용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재계는 현 정부가 강조하는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신산업분야 등에 관한 규제개혁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장일선에서 기업성장을 억누르는 규제 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가장 크다는 의견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제가 지금 보다 더 완화돼야 한다”며 “정보보호와 관련된 과도한 규제는 우리나라의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산업의 발전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문 대통령에게 기업경영 활성화를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을 건의했다. 해당 법안들이 대부분 정상경영을 억압하는 규제가 대부분이어서, 기업 활성화를 위해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손 회장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와 만나 “문 대통령에게 기업경영이 지금 보다 더 활성화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며 “특히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을 부탁했는데, 대통령이 확실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은 간담회에서 정부에 건의한 내용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발언이 기업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말을 아낀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대기업 집단에서는 이재용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회장, 구광모 회장, 신동빈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최정우 포스코 회장, 허창수 GS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중견기업군에서는 정몽원 한라 회장과 손정원 한온시스템 대표, 우오현 SM그룹 회장, 방준혁 넷마블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 등이 자리했다.

행사 주관은 대한상공회의소가 맡았다. 대한상의는 참석자 명단에 대해 “현장에서 활발한 경영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의 최고경영자로 초청했다”며 “IT와 제조, 화학, 유통 등 업종별 대표 중견기업인과 전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상공회의소도 회장단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