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려했던 국민은행의 2차 파업은 다행히 무산됐다. 그러나 페이밴드를 놓고 노사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 노사는 중앙노동위원회 재조정 협의에 돌입한다. 앞서 잠정 합의안이 마련됐지만,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해 다시 중노위 의견을 물은 것이다.
올해 국민은행의 임단협 합의 사안은 총 70여개로 알려졌다. 임금인상을 포함해 인사개편, 직원 복지까지 다양하다.
애초 임금피크 진입 시기, 비정규직 경력인정 등 5가지 안건이 노사 간 첨예한 대립을 이뤘지만, 지금은 단 한 개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바로 페이밴드 적용 문제다.
페이밴드란 일정 직급에서 특정 기간 동안 승진하지 못하면 직원의 호봉 상승까지 제한하는 제도다.
지난 20일, 이와 관련 국민은행 노사는 인사제도 TFT를 구성하고 2014년 11월 1일 이후 입행한 직원에 대한 페이밴드는 새로운 급여체계에 대한 합의 시까지 유보키로 잠정 합의했다.
허인 은행장과 박홍배 위원장의 서명만 남은 상황에서 사측은 문구 수정을 요구했다.
사측은 기한이 없어 ‘사실상 폐지’를 의미한다는 게 이유였다.
갑자기 손사래를 친 곳은 허인 은행장이 아닌 ‘비대위’다. 비대위는 은행장, 경영지원그룹 대표, HR본부장을 포함한 부행장, 전무, 상무 등 8명이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교섭팀을 총괄하는 은행장이 사실상 구두 합의를 마친 합의 내용에 부행장, 전무, 상무가 나서 토를 단 것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내부에선 은행 내 의사결정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단 지적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지난 2017년 임단협 협상 과정에서 허인 행장은 직원들의 중식비를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하는데 노조와 구두 합의한 바 있다.
조인식만 남은 상황에서 돌연 합의할 수 없다며 철회한 경험이 있다. 이때도 중식대 인상은 통상임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HR담당 임원의 거부 의견이 한몫했다.
임단협 외에도 인사부는 노조와 사사건건 갈등을 조장해 왔다. 노조 선거 개입 의혹부터 시작해 채용 비리 사건까지 현재 국민은행과 관련된 사건 중심에는 언제나 인사부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허인 행장의 경우 노조위원장 출신이다 보니 직원들의 급여, 복지 개선을 해주고 싶지만, 생각만큼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에도 은행장이 합의한 사안을 임원들이 거부한 이유는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허인 국민은행장은 은행장 취임 뒤에도 노조와 갈등 해소를 위해 지속적인 만남을 가져왔다. 2017년 13주년 창립 포장마차를 시작해 2018년에도 노조가 연 포장마차를 찾아 해법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