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호 수석 "생산가능인구↓+기술진보 둔화로 성장률 하락‧일자리↓" 경제전문가 “생산가능인구 하락으로 인한 성장률 감소는 이제부터”
  • ▲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19일 방송된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했다.[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19일 방송된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했다.[노무현재단 유튜브 캡처] ⓒ연합뉴스

    정태호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일자리가 줄어드는 주요 원인으로 불가피한 실질경제성장률 하락과 생산가능인구 감소를 지목하면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엉터리 주장이라는 것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수석은 지난 19일 공개된 노무현 재단 유시민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인 '유시민의 알릴레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유 이사장은 방송에서 "경제 성장이 안 돼 일자리가 안 생긴다는 주장이 일반적"이라며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수석은 "최근 20년간 정권당 1.2%포인트씩 성장률이 떨어졌다"며 "일자리도 어차피 경제와 연관돼 있어서 쉽게 늘 수 없는 데다 산업구조의 자동화 비율이 높아지면 일자리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성장률이 하락하는 원인을 두고 유 이사장은 "노동시장으로 들어오는 숫자와 노동시장에서 나가는 숫자가 역전돼 해마다 경제활동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다른 조건이 동일하다면 생산은 덜 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새 기술이 일하는 사람의 숫자가 감소하는 것을 커버할 정도로 높으면 고도성장이 가능하지만 기술이 평준화하면서 성장률 저하를 피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 수석은 지난해 처음으로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한 것을 일자리 감소의 또 다른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 수석은 2017년 생산가능인구가 6만 명 감소한 데 이어 작년에는 12만 명, 올해는 24만 명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생산가능인구 자체가 줄어들어 취업자수 증가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의 주장을 정리하면 김대중정부 때부터 경제성장률은 구조적으로 떨어졌고 그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경제성장률이 구조적으로 떨어지는 이유는 경제활동인구,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꼽았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기술진보가 인구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성장률이 떨어진다고 봤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두 사람의 주장이 근거가 없거나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 근거는 한국은행이 발표한 실질GDP성장률과 통계청의 고용추이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 ▲ ⓒ김광수경제연구소
    ▲ ⓒ김광수경제연구소
    이 자료에 근거하면 15세 이상 인구수와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수는 최근까지 증가해왔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인구감소 단계에 진입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 소장은 "생산가능인구가 김대중정부 때부터 지속돼 온 구조적인 성장률 하락의 원인이라는 두 사람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꼬집었다.

    다만 생산가능인구는 2017년에 고점을 찍고 지난해부터 감소로 반전돼 인구감소가 성장률에 미치는 충격은 이제부터라고 덧붙였다.

    인구증가율을 봐도 2000년~2015년 기간이 1% 전반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2005년~2010년 기간에는 인구 증가율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김 소장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증가율이 본격적으로 둔화하기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며 "2013년 이전에는 인구 증가율 둔화때문에 경제성장률이 구조적으로 하락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인구증가율이 2013년부터 둔화되고 있지만 비경제활동인구는 정체나 감소를 보이고 있다. 은퇴를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가 다시 재취업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0년 이후에도 경제활동 인구수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취업자 수도 계속 증가해왔다 지난해 감소를 보이고 있다.

    김 소장은 "취업자수는 2014년부터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고, 그 반동으로 실업자 수도 2014년부터 늘어났다"며 "실업률은 반대로 2014년부터 약간 증가했으나 큰 변화라고 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노동인구 감소를 기술진보로 보완하지 않으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유 이사장의 주장에도 설득력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국의 경제성장 발전과정을 보면 성장단계에 따라 개도국 단계의 노동집약적 성장에서 중진국(신흥경제국) 단계의 자본집약적 성장으로, 그 이후 선진국 단계인 기술집약적 성장을 보이고 있다.

    김 소장은 "대부분 국가가 인구가 증가하는 가운데서 성장단계가 진화함에 따라 성장률이 떨어지는 경향(S자형)을 보이고 있다"며 "성장률 하락은 인구감소 때문이 아니라 일반적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평준화로 인해 노동인구 감소를 보완하지 못해 성장률이 떨어진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와대 일자리수석이 공공 언론매체가 아닌 개인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말한 것도 이상하지만 현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엉터리 주장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