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학·보해양조 지난해 적자전환… 수도권 소주 '강세'에 밀려
  • ▲ 지역 소주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역 소주의 점유율이 특히 높았던 영·호남과 제주 지역에서 수도권 소주의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터줏대감’들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사진은 각 지역 소주의 모습ⓒ각사
    ▲ 지역 소주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역 소주의 점유율이 특히 높았던 영·호남과 제주 지역에서 수도권 소주의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터줏대감’들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사진은 각 지역 소주의 모습ⓒ각사
    지역 소주 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지역 소주의 점유율이 특히 높았던 영·호남과 제주 지역에서 수도권 소주의 점유율이 크게 늘면서 ‘터줏대감’들의 실적도 악화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좋은데이’를 생산하는 무학은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영업손실 14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287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1037억원으로 전년 대비 22.7% 줄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은 부산지역 소주시장 점유율 하락 탓으로 풀이된다. 무학의 좋은데이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부산에서 점유율 70%를 기록했지만 이후 대선주조의 ‘대선’에 따라잡혀 점차 밀리기 시작했다.

    대선은 대선주조가 지난 2017년 출시한 제품이다. 대선주조는 기존 주력제품인 ‘C1’ 대신 대선을 출시하고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이 덕분에 대선은 출시 2년 만에 누적판매량 2억병을 돌파하면서 작년 부산지역 소주시장 점유율 56.7%를 기록했다. 반면 좋은데이의 점유율은 50% 아래로 떨어졌다.

    무학은 지난해에도 ‘좋은데이 1929’, ‘좋은데이 깔라만시’ 등 5개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판매량 반등엔 성공하지 못했다.

    무학 관계자는 “주류매출액이 감소하고 수도권과 경남지역 경쟁 심화에 따라 판매관리비가 증가했다”며 “주류부문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보해양조 역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보해양조는 지난해 연결제무재표 기준으로 영업손실 10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전환했다. 작년 매출은 8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6% 감소했다.

    이는 하이트진로가 알코올 도수를 낮추고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펼친 영향으로 분석된다.

    지역 소주에 밀려 부산·경남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하이트진로는 좋은데이와 알코올 도수가 같은 참이슬 16.9를 출시, 20~30대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며 점유율을 두자릿수로 높이는 데 성공했고, 최근에는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을 포함한 영남권 전역에선 이미 20%를 넘어섰을 거란 관측도 있다. 

    제주도의 한라산(한라산소주)도 90%에 육박하던 지역 시장 점유율이 최근 60%선까지 하락했다. 그나마 한라산소주가 제주 외 지역에서 판매가 늘며 회사 매출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나, 하이트진로와 제주소주를 인수한 신세계그룹의 물량 공세에 밀려 지역 내 점유율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역 소주의 실적 악화는 젊은 층의 수도권 소주 선호 현상과 수도권 업체의 공격적 마케팅, 지역 소주의 수도권 공략 실패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여러 주종을 함께 팔고 대형 유통망을 확보한 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등이 지역으로 파고들고 있어 지역 주류 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반대로 지역 소주 회사들이 수도권 등 외부로 나가려 해도 도매상 확보, 물류비 등 제약조건 때문에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