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로 막혀 인사적체 시름…勞使 각각 대응마련 박차금융위 지원사격, 법률개정 대신 대통령 재가로 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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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감독원이 향후 5년간 상위직급을 35%까지 감축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으며 금감원 직원들의 살길 찾기가 내부 화두다.

    명예퇴직 현실화와 직급 조정 등 다양한 인사적체 해소 방안 중 직원들의 재취업 제한 완화가 물밑에서 적극 추진되고 있다. 

    최근까지 금감원과 대립을 이어온 금융위원회도 금감원의 재취업 제한이 지나치게 엄격하다고 밝혀 재취업 제한 완화의 필요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직원들의 퇴직 후 재취업 제한 완화를 위해 노사 간 헌법소원 제기와 대통령령 개정 추진 등 투트랙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금감원 노동조합은 4급 이상 직원의 퇴직 후 재취업을 제한하는 공직자윤리법 조항이 위헌이라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이달 중 제기할 계획이다.

    금감원 노조 측은 "팀장 지위가 아닌 3~4급 일반 직원의 취업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기본권 침해"라며 "상위 직급 축소로 인력적체가 갈수록 심해지는 상황에서 재취업 제한 규정을 완화해 직원들의 이직 활로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 공직자윤리법 17조(퇴직공직자의 취업제한 및 행위제한)에 따르면 금감원 4급 이상 직원은 퇴직 후 3년간 퇴직 전 5년 동안 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기관에 재취업할 수 없다. 금감원 직제는 1급 국장, 2급 국장·부국장·팀장, 3급 팀장·수석조사역, 4급 선임조사역, 5급 조사역으로 이뤄져 있다.

    통상 입사 5년 차가 되면 4급을 달게 되는데 30대 초반만 돼도 4급에 올라 민간 기업으로 이직을 할 수 없다. 한국은행이나 공공기관인 예금보험공사가 2급 이상 직원만 재취업을 제한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격하다. 금감원 내에서 재취업 제한 규정이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4급 이상 직원이 금감원 전체 인력의 80%에 달해 상위직급 축소가 진행되면 승진이 막히는 등 인력적체는 불 보듯 뻔하다.

    금감원은 노조의 헌법소원 제기와 별개로 공직자윤리법 시행령(대통령령) 개정을 위해 고전 중이다. 

    이미 재산등록대상과 퇴직 후 취업심사 대상을 분리하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지만 1년 넘게 계류 중이다. 개정안을 통해 재산등록대상을 취업심사 대상과 분리한 후 관련 시행령에서 금감원의 취업제한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반면 대통령령을 개정하는 것은 각 부처의 심사를 통한 대통령 재가만 있으면 가능하기 때문에 법률 개정보다 간단하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시행령 제3조(등록의무자)에서 취업제한 대상으로 적시한 금감원의 '4급' 이상 직원을 '2급'으로 개정해 3~4급 직원들의 재취업 활로를 열어주는 식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인사적체에 숨통을 틔우고 상위직이 두터운 항아리 인력구조 슬림화를 위해 3~4급의 취업제한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며 "윤석헌 원장과 임원들이 인사혁신처 등 유관기관에 입장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감원의 취업제한이 공무원에 비해 엄격하다며 지원사격을 펼쳐 갈등을 빚어온 금융당국 간 화해모드가 조성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