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면세업계, 듀프리 등장에 반발… "중소업체 혜택 취지 어긋나"
  • ▲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의 ‘듀프리’가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연합뉴스
    ▲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과 관련, 세계 1위 기업인 스위스의 ‘듀프리’가 입찰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중소·중견 면세업체들에게 고민거리가 생겼다.ⓒ연합뉴스
    국내 최초로 도입되는 입국장 면세점 입찰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세계 면세시장에서 매출 1위를 기록 중인 듀프리(Dufry)와 국내 업체 토마스쥴리의 합작 기업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이하 듀프리)’가 참여하며 유력 사업자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국내 중소·중견 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던 입국장 면세점에 ‘듀프리’가 참여하며 업계에선 사실상 외국 대기업과 국내 중소·중견업체가 경쟁을 하는 양상으로 결과도 불 보듯 뻔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14일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면세점에 참석을 준비하는 국내 기업은 △에스엠면세점 △탑시티면세점 △동화면세점 등 14 곳이다. 여기에 해외 업체 듀프리 계열인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도 참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입찰 참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입국장 면세점 사업권은 국내 중소·중견 기업만이 참여할 수 있게 사업자 선정의 제한을 둔 만큼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의 입찰 참여가 외국계 대기업 우회진출이라는 지적이다.

    영국 면세유통 전문 미디어 ‘무디 데이빗 리포트’에 따르면 스위스 기업인 듀프리는 2016년 기준 연매출 72억9800만유로(9조5683억원)로, 세계 1위 면세점 업체다. 같은 기간 47억8300만유로(6조2709억원)로 2위를 기록한 롯데면세점보다 53% 가량 매출이 많은 거대기업이다.

    그러나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는 듀프리가 45%, 토마스쥴리가 55%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중소·중견기업 자격을 얻었다. 현행법상 외국법인이 30% 이상의 주식 등을 직·간접적으로 소유한 최다출자자이거나, 50%이상을 직접 또는 간접으로 소유한 경우 중소·중견기업에 해당되지 않는다.

    면세업계는 국내 중소·중견 면세점에게 주어진 기회를 해외 대기업인 듀프리가 누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계자는 “해외의 거대 자본을 국내 중소·중견 기업이 이겨낼 수 없다”며 “듀프리가 높은 입찰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돼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김해국제공항 제한경쟁 입찰(중소·중견사업자 선정)에서도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가 선정되며 논란의 불씨가 일었다. 실제 당시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에 따라 해당 구역 사업권 입찰에는 대형면세점 참여를 제한한 바 있다.

    듀프리는 중소·중견기업만 참여할 수 있었던 지난해 말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도 매출 대비 38%(영업요율)의 업계 최고 입찰 금액을 제시했다. 최고 입찰가를 제시한 듀프리는 관세청 특허심사에서 1000점 만점에 903.17점을 획득해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반면 듀프리토마스쥴리코리아 측 역시 “듀프리가 참여하는 건 직접적인 경영 투자가 아닌 일종의 투자 개념이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며 논란에 대해 일축했다.

    한국공항공사 역시 듀프리토마스줄리코리아가 국내 신설법인이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처럼 듀프리가 수년간 꾸준하게 국내 공항 면세점시장 문을 두드리는 이유는 무엇보다 유일한 사업기반인 김해공항 면세점 영업기간이 만료될 경우 한국내 사업기반이 없어지기 때문이란 의견이 많다.

    여기에 국내 각 공항들의 낮아진 임대료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도 상당하다. 실제 제주공항 면세점의 경우 지난해 입찰 당시 임대료를 고정금액으로 내는 방식을 채택, 종전보다 저렴해진 만큼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면세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업체에 시장을 내줄 수 없다는 인식까지 감안하면 당초 사업성 저하에 따른 임대료 인하 효과 기대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인천공항공사는 늦어도 4월 초까지 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고 운영준비기간을 거쳐 오는 5월 말부터 정상영업이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