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단체 관광 급감 불구 정부 서울시내 신규 특허 완화 '엇박자'평창올림픽 등 외국 관광객 유입 효과 사라져 일부 '폐업' 수순현실성 없는 특허권 추가 아닌 '운영실태 기반 '성장' 방안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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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면세점 정책이 계속되자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졌던 면세점 시장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라는 위기 상황 속에서 일관성 없는 정책으로 면세점 시장의 과잉 공급 상황을 빚으며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이미 심상치 않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강원도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로 기대했던 외국 관광객 유입 효과가 사라지면서 지역 유일의 시내 면세점이 폐업 순서를 밟고 있다. 동계올림픽 후광에만 기댄 채 안일한 시장분석과 관리 부실로 혈세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기재부, 내년도 서울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 요건 대폭 완화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17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면세점 특허 기준 완화 등을 담은 ‘2019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정부는 신규 면세점의 진입 장벽을 대폭 낮춰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우선 지자체별 면세점 매출액이 전년 대비 2000억원 이상 증가하거나,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20만명 이상 증가하는 경우 중 1가지 요건만 충족해도 신규 특허를 허용하기로 했다.이전까지는 전국 시내 면세점의 외국인 매출액과 이용자 수가 50% 이상이거나, 지자체별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30만명 이상 증가할 경우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신규 특허 허용을 검토할 수 있었다.또 중소중견면세점은 상시 진입을 허용하되, 지역 여건에 따라 제한하는 내용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지역활성화 등 일정한 조건으로 지방 진입을 허용하고 있다.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회를 거쳐 관세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오는 2019년 4~5월 면세점 제도운영위원회를 열어 현 특허수, 신규 특허 요건,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지역별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수를 결정할 방침이다.◇서울 시내면세점만 12개… 업계 “제살 깎아먹기 경쟁”면세업계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중소중견 면세점들이 생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면세산업의 현실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침체의 늪에 빠진 내수 경기를 일으키겠다는 ‘당근책’이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실제로 2015년 6개에 불과했던 서울 시내면세점은 올해 13개로 3년 만에 두 배로 급증했다. 정부가 밀려드는 중국 관광객만 믿고 공급과잉 우려에도 시내면세점 특허를 계속 늘려왔기 때문이다. 무리한 특허권 남발에 따른 과열경쟁으로 고객 유치를 위한 송객수수료 경쟁도 위험 수위에 치달았다.가뜩이나 포화상태인 데다 경쟁이 심해 롯데, 신라, 신세계 이른바 ‘빅3’ 이외에는 대부분 고전하고 있다. 대기업 면세점도 승자의 저주에 신음하고 있다. 갤러리아63면세점은 지난해 4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4년째 적자를 이어가며 신성장 동력에서 그룹의 골칫거리로 전락한 상황이다.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제주국제공항 면세점도 문을 닫았다.중소·중견면세점은 사정이 더 어렵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자유한국당) 의원실에 따르면 동화면세점, 에스엠면세점 서울점 등 중소중견기업이 운영하는 12개 시내면세점의 올해 1~7월 월평균 매출액은 399억원으로, 월평균 손익분기점(1156억원)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 12월 기준 서울 시내에만 10곳이 운영 중인 시내면세점으로 인해 시장이 포화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특허를 막무가내로 내주면서 중국인 고객이 줄자 산업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기를 맞았다”며 “중국인 단체관광이 다시 시작된다 하더라도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수수료 전쟁으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도 신규 면세점 특허권(사업권) 입찰 당시 일명 쩐의 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돈 많은 기업이 특허권을 따내기도 했다”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면세 특허권 추가는 이들을 상대로 정부가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현재로서는 추가보다는 현 시장에 대한 운영실태와 함께 중소·중견기업 면세점들이 성장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더 시급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