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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줄줄이 올랐던 자동차 보험료가 상반기 내에 한차례 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 등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 상반기 중 자동차보험료를 추가 인상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해 최저임금과 부품가격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손해율이 높아진데 이어 정비수가 인상에 따른 원가 인상분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해 1분기에도 손해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육체노동자의 노동 가동연한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이는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추가 보험료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가동연한은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는 가장 많은 나이를 뜻한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의 배상항목 중 상실수익(사망·후유장해로 피해자가 얻지 못하게 된 미래수익)을 계산할 때 육체노동 가동연한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가동연한이 높아질수록 보험금 지출이 증가한다는 것.
보험개발원은 가동연한이 상향되면 연간 1250억원의 교통사고 보험료가 늘어나, 자동차 보험료를 1.2% 인상해야 하는 요인이 된다고 추정했다. 또한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보험료 인상요인 0.5%가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에서 손해율, 노동 가동연한상향 등 여러 인상 요인이 있어 보험료 인상을 검토 중”이라며 “손해보험업계 모두 같은 상황이며, 내부적으로 인상 시기나 규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1위인 삼성화재도 차 보험료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삼성화재는 정비수가 인상을 비롯해 지난해 8%에서 10% 가량의 보험료 인상이 발생했지만 올해 초 평균 2.7%(개인용 3%, 업무용 1.7%) 인상하는데 그쳤다.
앞서 삼성화재는 2018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1분기까지 손해율을 지켜본 뒤 판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올해 2월 말까지 차량정비업체 계약의 74%(2300곳)를 완료했으며 남은 정비업체와의 재계약이 마무리되면 이에 따른 보험료 인상분을 반영할 방침이다.
삼성화재의 올해 2월까지 누적손해율은 86.7%로 작년보다 높은 수준을 보였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적정 손해율을 77~78%로 본다는 점에서 높은 손해율을 토대로 추가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
손해보험사들은 지난해 손해율 상승으로 자동차보험료를 5%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금융 당국이 제동을 걸면서 3% 가량만 인상했다.
일부 손보사들이 보험료 추가 인상을 추진하고 있으나 인상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자동차보험 가격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당국은 손보업계에 노동 가동연한 상향을 차보험료에 반영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손해율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금융당국 눈치를 살피고 인상 시기와 인상폭을 고민하고 있다”며 “자동차 보험료가 물가지수와 연동된다는 점에서 인상폭을 최소화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주요 손해보험사들은 올해 1월 자동차보험료를 3~4% 가량 인상했다. 삼성화재는 개인용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이 3%로 가장 낮았고 롯데손보와 KB손보, DB손보는 각각 3.5%, 한화손보(3.8%), 현대해상(3.9%)은 3%대 인상률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개인용 차 보험료 인상률이 4.4%로 가장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