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현대차·현대百 모두 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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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아산이 남북 경협 재개를 위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으나 목표했던 공모액에 미치지 못했다. 범 현대가(家) 기업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필수였으나, 예상치 못한 '하노이 쇼크'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현대아산에 따르면 지난 5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유상증자를 통해 414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당초 목표 금액은 500억원이었으나 17.2% 감소한 금액인 414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자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현대아산 지분율 7%를 갖고 있는 소액주주도 81% 가량이 여기에 참여했다. 현대아산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 역시 전체 금액의 69%에 해당하는 약 365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500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했지만, 목표액의 82.8% 정도가 조달됐다"며 "현대엘리베이터를 비롯해 특수관계자들과 소액주주들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이 목표 공모액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는 현대엘리베이터 외 다른 주요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유상증자는 주주배정 방식으로 주주들의 출자 여부에 따라 목표액이 달라진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일찍이 현대아산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주식 713만3807주를 추가 취득했다고 지난달 27일 공시했다. 취득금액은 약 357억원이다. 이번 지분 확보로 현대엘리베이터의 현대아산 지분은 69.67%에서 70.16%로 늘었다.
다만, 현대아산의 2대 주주로 지분율 7.46%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건설을 비롯해 KB증권(4.98%), 현대자동차(1.88%), 현대백화점(1.09%) 등 범 현대그룹 계열사로 꼽히는 주요 주주들 모두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과 남북 경협재개를 대비해 500억원의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현대아산은 자금 사용 목적에 대해 대북사업 재개 비용으로 공모액의 70%인 350억원을 책정했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시설 개·보수 및 장비 구입에 340억원, 개성공단 2단계 준비 등에 10억원을 배정했다.
이번 유상증자는 현대아산이 6년 만에 실시하는 것으로 북미관계 개선 시점과 맞물려 많은 관심을 받았다. 현대아산이 자금 사용처는 물론 자금 사용 시기를 오는 7~12월로 기재하는 등 구체적인 사항을 명시한 것도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일각에서는 현대 계열사들이 대북사업을 위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대차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로템은 남북 철도연결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향후 대북사업을 위해서는 현대아산과 협력이 필수다.
하지만 지난달 말 제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이같은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북미 관계 진전에 한껏 기대를 품었던 현대아산도 유상증자 납입일을 앞두고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현대아산은 투자설명서에서 이같은 위험요소를 명시했다. 설명서에는 "2018년 이후 북한이 유화적인 태도를 보임으로 인해 남북관계 및 대북 국제관계는 개선되는 추세에 있다"면서도 "유엔의 대북제재 및 미국의 독자 대북 제재가 장기간 해제되지 못할 경우 당사의 주요사업들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을 영위하지 못함으로 인해 적자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상증자에 불참 배경이 꼭 북미정상회담 때문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그룹과 현 회장의 현대그룹은 과거 한식구였으나 현대그룹에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계열 분리된 이후, 사이가 멀어졌다.
현대아산이 과거 5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동안 현대 계열사들이 단 한번도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것만 보더라도 이같은 해석이 이해가 간다는 의견도 있다. 업게 관계자는 "범현대가와의 기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라며 "이번 유상증자 불참도 예견됐던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