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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주택과 토지에 이어 공동주택 예정 공시가격까지 발표되면서 다주택자들의 세 부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동주택 공시가에 대해 단독주택보다 상승폭은 작지만, 서울의 경우 12년 만에 최대치(14.1%)로 상승하면서 다주택자 등 주택 보유자들의 셈법 마련이 바빠질 것으로 점쳤다.
특히 최근 아파트 시장이 침체된 점을 고려할 때 주택 매도, 증여, 보유 여부를 두고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우선 주택을 처분할 의시가 있던 주택 보유자 일부는 세금 납부일을 고려, 매각 결정을 앞당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는 매년 6월1일을 기준으로 세금 납부자와 납부액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 이전에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 종부세와 재산세 납부시기는 건물 재산세가 7월, 토지 재산세 9월, 종부세는 12월이다.
가령 주택 소유자인 A씨가 6월1일 B씨에게 집을 팔면 올해 재산세와 종부세는 B씨가 아니라 A씨가 내야 한다. 해마다 6월 이전으로 잔금 지급일을 당겨 세금을 피하려는 거래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잠실동 C공인 관계자는 "매년 4~5월에는 재산세 등을 우려해 5월 말까지 잔금을 모두 치르는 조건을 단 급매물이 일부 나온다"며 "올해는 인근 대단지 위줄 세 부담이 커져 급매 거래가 예년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주택자 매물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다주택자는 올해부터 세 부담이 인상 상한선이 기존 150%에서 최대 300%까지 급상승해 세금도 늘어났다. 정부는 올해부터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이들을 대상으로 종부세 최고세율을 3.2%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 다주택자가 실거주용 주택에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적용받으려면 2020년까지 나머지 보유주택 매각을 완료해야 한다는 점도 관건이다. 정부는 최근 다주택자에서 1주택자가 된 지 2년 넘은 이에게 양도세를 비과세하는 조항을 2021년 1월1일부터 양도하는 주택에 적용하기로 했다.
대치동 D공인 관계자는 "강남의 경우 집이 한 채만 있어도 종부세 대상이고, 2가구 이상이면 대부분 종부세도 세율 누진 구간에 들어서 특히 소득이 없는 은퇴자들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올해 단독주택 공시가격도 크게 오르기 때문에 다주택자들은 주택 수를 줄여야 할 지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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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단순히 보유세 부담으로 매물을 던지는 사례가 많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 아파트 대부분은 그동안 집값 급등으로 인한 시세차익과 양도세 부담이 이번에 늘어난 보유세 인상분을 훨씬 웃돌기 때문이다.
일단 공시가격이 9억원 이하면 세 부담이 크게 늘지 않는다.
도봉구 창동 '북한산 아이파크' 전용 84㎡는 공시가격이 3억8800만원에서 4억2000만원으로 오른다.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에 따르면 이 아파트 보유세는 지난해 80만8320원에서 올해 88만3440원으로 7만5120만원 늘어나는데 그친다.
올해 공시가격이 9억원 이상이더라도 보유세 인상분보다 양도세가 훨씬 크다. 성동구 성수동 '트리마제' 전용 69㎡는 올해 종부세 대상에 포함되면서 보유세가 지난해 254만7000원에서 올해 382만원으로 약 130만원 뛴다.
성수동 E공인 관계자는 "요즘은 1주택자라도 집을 팔면 양도세가 보유세 수십년 치에 달한다"며 "젊은 맞벌이 부부거나 가장이 일을 하는 등 현금흐름이 충분한 경우 보유세 수백만원이 무서워 집을 파는 사례는 드물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촌동 F공인 관계자는 "요즘 거래절벽이라 공시가격 발표 이후에도 아직은 조용하다"며 "보유세 부담 때문에 팔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이 더 커 당장 매물이 크게 늘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까지 매매 대신 증여를 통해 집을 부부 공동명의로 돌리거나, 자녀에게 증여하는 방법을 택하는 이가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공개된 공시가격은 예비 열람안이다. 4월 말까지 증여를 서두르면 지난해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증여할 수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그대로 갖고 있자니 공시가격 인상 등에 따른 보유세 부담이 크고, 팔자니 무겁게 매겨지는 양도세도 걱정되는 만큼 향후 상승 가능성을 고려하면 차라리 증여세를 내고 자식에게 물려주는 편이 낫다고 보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집계 결과 2016년 8만957건, 2017년 9312건이던 증여 건수는 지난해 11만1863건으로 1년 만에 25.2% 증가했다. 2006년 통계 집계 후 가장 많은 건수로, 이 중 서울(2만4765건, 전체 22.1%)이 증가세를 이끌었다. 2016~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증여 건수 가운데 서울 비중은 16%대에 불과했다.
지난 1월에도 전국 주택 증여 건수는 9994건으로, 1만건에 가까워 이 추세대로라면 올 한 해 증여 건수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지난해를 뛰어넘을 전망이다.
특히 다주택자들이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주택 등기 후 부과되는 종부세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종부세는 가구가 아니라 개인별로 과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이 12억원인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할 경우 50%씩 지분을 나누면 각각 6억원만큼의 주택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각각 1주택 보유자라면 종부세를 아예 피할 수도 있다. 각자 공시가격 6억원까지는 종부세가 과세되지 않기 때문이다. 독립 가구를 구성할 수 있는 자녀에게 증여하면 종부세와 함께 양도세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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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주택을 구입한 이후 중간에 단독명의를 공동명의로 바꾸는 것은 득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기존에 보유한 주택이라도 공동명의로 전환하면 취득세를 새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증여세 부담도 따른다. 공동명의 전환일로부터 장기보유 특별공제기간을 다시 산정하는 만큼 단기간 내 집을 팔 땐 양도차익에 대한 세액 감면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원종훈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은 "1주택자라면 공동명의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종부세 절세 효과보다 취득세와 증여세 부담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매매시장 관망세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공시가격 발표 이후 집값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매수 예정자들이 일단 매수시점을 늦추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잠실동 C공인 관계자는 "최근 몇달간 가격이 내려가면서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는 대기자들도 있었는데 공시가 인상으로 파장을 좀 더 지켜보려고 할 것"이라며 "한동안은 매도자와 매수자 간 눈치 보기로 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고덕동 G공인 관계자는 "매도자들은 지금 가격이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매수자들은 종부세와 대출 규제 때문에 더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어서 호가 차이가 1억원 이상 벌어졌다"며 "그 갭이 줄어들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