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현대차·현대모비스, 27일 대한항공·(주)한진, 29일 한진칼 주총국내외 사모펀드 엘리엇·KCGI, 빈틈 노린 주주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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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재계 정기주총에서 가장 이목이 집중되는 곳은 현대차와 대한항공이다. 미국계 행동주의 사모펀드 엘리엇과 토종 사모펀드 KCGI(강성부 펀드)가 각각 이사 선임과 지배구조 개편, 배당 등을 요구하며 표대결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 현대모비스)과 한진그룹(한진칼, 한진, 대한항공)의 정기주총이 임박해오면서 사모펀드와 회사간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지배구조 개편의 틈새를 노린 엘리엇과 오너 일가의 일탈 행위를 파고든 KCGI가 올해 주총의 최대 이슈로 떠올랐고, 표대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도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 엘리엇의 무리한 요구에 국민연금도 등돌려

    우선 현대차그룹과 엘리엇의 싸움은 사실상 일단락된 모습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오는 22일 정기주총을 개최할 예정이지만,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과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 손을 들어주면서 판정승이 예상된다.

    엘리엇은 현대차 3.0%, 현대모비스 2.6%, 기아차 2.1%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무산시켰으며, 올해는 고액의 배당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등을 주주제안했다.

    엘리엇은 현대차에 대해 보통주 1주당 2만1967원을 배당하라고 제안했다. 배당총액이 약 4조5000억원에 이르게 된다.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존 Y. 리우 베이징사범대 교육기금이사회 구성원 및 투자위원회 의장과 로버트 랜달 맥이언 발라드파워시스템 회장, 마거릿 S 빌슨 CAE 이사 등 3명을 제안했다.

    현대모비스에도 보통주 1주당 2만6399원, 우선주 1주당 2만6449원 등 약 2조5000억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이 역시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당기순이익 1조8882억원의 1.3배에 해당된다. 로버트 앨런 크루제와 루돌프 윌리엄 폰 마이스터 등 2명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선임하자는 안건도 내놨다.

    반면, 현대차는 보통주 1주당 3000원의 현금 배당을 책정했다. 사외이사로는 세계적 금융 전문가인 윤치원 UBS그룹 자산관리부문 부회장, 글로벌 투자 전문가인 유진 오 前 캐피탈그룹 인터내셔널 파트너, 경제학계 거버넌스 전문가인 이상승 서울대 경제학 교수 등을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현대모비스는 보통주 1주당 40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미래차 부문의 기술전략 분야와 투자 재무분야에서 각각 글로벌 최고 전문가로 평가 받는 외국인 2명을 사외이사 후보로 확정했다. 전문 엔지니어 경력을 갖춘 경영자 출신 칼-토마스 노이먼(Karl-Thomas Neumann) 박사와 미국 투자업계 전문가인 브라이언 존스(Brian D. Jones)을 선택했다.

    하지만 글래스루이스, ISS,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대신지배구조연구소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대체적으로 엘리엇 제안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무게추가 기울었다.

    특히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현대차그룹 제안에 찬성하는 의견을 내면서 주총에서의 표대결 승부는 이미 끝난 모양새다. 국민연금은 현대차 8.70%, 기아차 6.52%, 현대모비스 9.45%를 보유하고 있고, 기관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무리한 배당 요구가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리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요인이 있지만, 장기 투자를 하는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오히려 기업가치를 훼손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 KCGI의 주주제안 자격 여부가 관건

    한진그룹은 KCGI로부터 공격을 당하고 있다.

    KCGI는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 12.8%, (주)한진 8.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한항공 지분은 없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6.7%, (주)한진 7.4%, 대한항공 11.6%를 갖고 있다.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및 특수관계인은  한진칼 29.0%, (주)한진 34.6%, 대한항공 33.3%를 보유하고 있다.

    단순한 표대결에서는 한진그룹 측이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부적절한 일탈과 부정 의혹 등이 기관 및 개인투자자들의 의결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한항공과 (주)한진의 정기주총은 오는 27일, 한진칼은 29일에 열릴 예정이다.

    이러한 헛점을 파고든 KCGI는 지배구조개선을 위해 자신들이 추천한 사외이사 2인 및 외부 전문가 3인 등으로 구성된 ‘지배구조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임원들의 평가와 보상 체계를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보상 위원회 설립을 제안했으며, 사외이사가 참여하는 임원추천위원회를 도입 등 제도 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기업가치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칼호텔네트워크’, ‘제주도 파라다이스호텔’, ‘왕산마리나’ 등 항공업과 연관성이 낮은 사업부문에 대한 재검토도 요청했다. 고객 만족도 개선을 위해 그룹내 일반직원들로 이뤄진 상설 협의체를 조직해 사회적 책임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도 제안했다.

    이에 한진그룹은 여러가지 대안을 내놨다.

    우선 한진칼의 경우 2018년 당기순이익의 50% 수준을 배당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룹의 사업구조를 선진화하기 위해 송현동 호텔 부지(3만6642㎡)의 연내 매각을 추진할 계획이다.

    제주도 파라다이스 호텔의 경우 우선 외부 투자자를 유치해 서귀포칼호텔과 연계한 고급 휴양 시설로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단, 연내 사업성 검토를 재실시, 개발 가치가 매각 가치보다 낮을 경우 매각을 추진한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사외이사를 늘리고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강화한다. 한진칼의 경우 사외이사를 현재 3인에서 4인으로 늘려 7인 이사회 체제로 운영할 예정이다. 또한 상법 규정에 따라 이사회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도 설치한다. 추천위원회 구성원의 과반수를 사외이사로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조양호 회장은 등기이사를 맡고 있던 9개 계열사 중 6곳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지주사인 한진칼을 비롯해 (주)한진, 대한항공에 대해서만 등기이사 유지 및 연임에 나선다. 대신 진에어, 정석기업, 한진정보통신, 한진관광, 한국공항, 칼호텔네트워크의 등기이사 겸직은 포기한다. 

    가장 핵심은 KCGI의 주주제안 자격 여부다.

    한진칼은 상법 제 542조의 6에 따라 상장회사의 경우 6개월 전부터 계속해 0.5%의 주식을 보유해야 주주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설립일은 2018년 8월 28일로 지분 보유 기간이 6개월이 되지 않아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법적으로 KCGI의 주주제안이 성립될 수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KCGI는 상법 제 363조의 2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본인들의 주주제안이 적법하다고 맞서고 있다. 상법 제 363조의 2에 따르면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 총수의 3%이상을 갖고 있는 주주는 주총 열리기 6주전까지 안건을 제안할 수 있서다.

    법원은 주주가 6개월 주식보유 요건을 갖추지 못했더라도 3% 이상 지분을 보유하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1심에서 KCGI의 손을 들어줬다. 한진칼은 이에 불복해 항고했으며 그 결과가 이르면 오늘(20일) 나올 전망이다.

    한진칼은 1심 판결에 따라 KCGI 주주제안 내용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으나 KCGI에 주주제안 자격이 없다는 입장은 여전하다. 항고 결과에 따라 해당 안건을 폐기할 방침이다.

    한편, ISS는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권고했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도 조양호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