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회계학회·회계기준원,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IFRS 3차 특별세미나 개최英 FRC·美 SEC 사례 통해 규제감독기관의 기업·회계법인과 협업·소통 필요성 강조
  • ▲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이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IFRS 3차 특별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이 2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IFRS 3차 특별세미나'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학계에서 원칙중심회계(IFRS)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규제감독기관이 명확하고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 분식회계'에 대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여온 데 대해 일침을 가한 셈이다.

    한국회계학회와 한국회계기준원은 20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IFRS 3차 특별세미나'를 열었다. 이날 학계 전문가들은 IFRS 기준의 성공적 정착을 위한 기업의 대응과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IFRS는 원칙 내에서 기업과 회계 전문가의 회계처리 판단에 대한 재량과 책임을 보장하는 회계처리 방식이다. 다양한 산업계의 특성에 따른 회계처리를 존중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국내에 전면 도입됐다.

    조성표 한국회계학회장은 "IFRS가 도입된 후 기업에서 재무제표 작성에서 많은 판단이 필요하게 됐다"며 "여전히 상당수의 기업들이 스스로 판단하려 하지 않고 외부 전문가들에게 의존하고 있는 걸 볼 때 아직도 개선할 점이 많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IFRS의 본산인 영국의 회계당국 재무보고위원회(FRC)를 방문한 경험에 대해 털어놨다. FRC는 우리나라의 회계기준원과 감독원을 합해 놓은 기관으로, 원칙중심 회계의 본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FRC에서 만난 임원(Executive Director)이 "우리의 사명은 기업과 회계법인을 벌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협업(Collaboration)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 이야기했다.

    조 회장은 "영국의 FRC와 기업, 회계법인과의 관계는 협업과 소통이었다"며 "서로 협력하고 끊임없이 의사소통하는 과정을 통해 함께 회계정보의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IFRS의 철학을 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는 왜 이러한 관계가 어려울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며 "관 중심의 우리의 문화적 전통 탓도 있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그는 "우리가 FRC 방문 전에 5쪽이나 되는 질문지를 보냈는데 거기에는 처벌과 징계절차에 관한 질문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규제감독기관이 사후 감리나 처벌보다는 기업과 협업·소통하는게 IFRS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미다.

    한승수 고려대학교 교수가 지난 1~2월 총 159개 기업 회계담당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기업인들은 가이드라인 부재와 기준서 해석 문제를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한 교수는 "IFRS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의회신기능 확대나 회계자문서비스와 같이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는 보다 향상된 외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 교수는 지난 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방문했던 경험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한 교수는 "미국 규제시스템의 가장 큰 특징은 투자자 보호라는 대전제 아래 사후 문제 해결이 아닌 사전 문제 방지와 품질 향상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라며 "페널티보다는 어떻게 하면 투자자의 투자 의사결정을 도울 수 있을지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SEC가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계 불확실성을 상당히 해소한다는 얘기다. 또한 SEC에는 회계처리의 해석 문제에 대한 기업과 감사인의 질문에 명확하고 합리적인 답변을 주기 위해 수백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영국 FRC와 미국 SEC의 수평적 소통 사례는 국내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회계분식 사건에 대해 일정한 함의를 던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6년 한국공인회계사회 위탁감리 외에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까지 참석한 질의회신, 연석회의 등으로부터 공식적으로 문제없다는 판단을 이미 받은 바 있다. 다수의 회계 전문가들에게 회계처리가 적법하다는 의견도 받았다.

    그러나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지난해 11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가 고의였다는 최종결론을 내렸다. 회계처리의 기준과 해석이 바뀐 것을 소급 적용해 업계는 물론, 회계학계도 혼란을 겪은 바 있다.

    한 교수는 "SEC의 입장이 바뀌는 경우, 일반적으로 당기와 미래 기간에 적용된다"며 "과거에 다시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 기간에 적용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은 "해외 선진국에서는 서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원칙중심회계의 선순환적인 전통을 만들고 있다"며 "기업은 경제적 실질을 구현하기 위한 최선의 회계처리를 적용하고, 감독기관은 이를 존중하면서 서로 적극적으로 의사소통하는 상호간의 신뢰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IFRS기준 구현방안 세미나는 지난해 11월14일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고의회계분식' 결론을 내린 이후 IFRS 기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같은달 23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첫 세미나가 열린 이후 이번에 3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당분간 IFRS기준 구현방안 세미나가 이어질 예정이다. 내달 26일에는 법리적 검토 관련 내용에 관해 논의한다. 오는 5월 21일에는 국회의원들과 회계 분야 많은 전문가들을 모아 종합토론을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