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춘수 부회장 사내이사 선임, 책임경영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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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가 이사회 중심 경영의 일환으로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한다.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모두 외부 인사로 교체하는 동시에 금춘수 부회장을 사내이사를 선임하면서 책임경영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격인 ㈜한화는 오는 27일 제 67기 주주총회를 열고 사외이사 3인 선임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달로 임기가 만료되는 황의돈 이사, 강석훈 이사, 김용구 이사는 모두 재선임 대상에서 제외됐다.
김 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두 명은 지난 2014년부터 ㈜한화의 사외이사로 꾸준히 활동해 왔다. 김 이사는 2017년 주주총회를 통해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전 한화 대표이사를 지낸 내부인사가 다시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서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이런 점에 비춰봤을 때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를 모두 교체하는 건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한화의 경우, 과거 계열사에서 재직한 임원이 사외이사 혹은 감사이사로 선임되는 경향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지난해 8월 보고서를 통해 "한화의 28명 사외이사 중 일부는 과거 계열사에서 재직 경력이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외이사로서의 법적인 결격사유에는 해당되지 않지만 기업지배구조 측면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한화그룹 소속 상장 계열사 이사회의 사외이사 비중은 56%다. 이는 국내 10대 그룹 평균 53.9% 수준이다. 다만 대신지배구조연구소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반대의견이 한 건도 없었던 점을 들어 향후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외이사는 경영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대주주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 등을 수행하지만, 오랜 기간 재임할 경우 독립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내부 출신 사외이사는 제대로 된 견제 역할을 해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있다.
한화도 지난해 5월 책임경영 강화를 위한 경영쇄신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그룹 차원에서 마련했다. 사외이사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그룹 출신 사외이사 임명을 지양하고, 개방형 사외이사 추천 제도를 도입한다는 내용이다.
아울러 이사회 내 위원회 제도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내부거래위원회를 개편하고 상생경영위원회를 신설한다.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심의하는 내부거래위원회는 이전과 달리 앞으로는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해 보다 엄격하고 객관적으로 심의하도록 했다.
이번에 한화가 신규 사외이사 후보로 모두 그룹 외부인사를 올린 것도 이같은 경영쇄신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로 신규 추천된 인물은 남일호 전 감사원 사무총장, 정홍용 전 국방과학연구소장, 박준선 18대 국회의원이다.
한화는 이와 함께 이번 주총에서 금춘수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업계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해 금 부회장이 ㈜한화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인 책임 경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금 부회장은 한화그룹 2인자로 김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2006년 한화그룹 초대 경영기획실장을 맡아 그룹의 경영 기획은 물론 인사, 재무, 커뮤니케이션, 대관, 법무 업무 등을 총괄했다. 삼성그룹과의 방산·화학 빅딜,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 합병 등을 성사시키며 M&A 전문가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한화의 사업구조 재편과 경영 승계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출범시킨 데 이어 8월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S&C를 합병하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최근에는 태양광과 방산 계열사에 이어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도 손보면서 이같은 움직임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를 통한 승계 시나리오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주총에서 기업들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은 혁신과 투명 경영 강화"라며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하면서 이사회 독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기업들의 부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