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 등 학생자치기구 이중성 도마에
  • ▲ 대학 총학생회 등이 학생회비 납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사실상 강제 징수 행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 대학 총학생회 등이 학생회비 납부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사실상 강제 징수 행태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학생회비 징수를 놓고 학생들의 불만이 오르내리고 있다. 총학생회 등이 학생회비 납부에 따른 혜택을 강조하면서도 전체 재학 기간을 산정한 바용을 일괄적으로 징수하거나, 미납자에 대한 불이익을 예고하는 등 사실상 강요하는 분위기마저 보일 정도다.

    대학 측에서는 학생자치기구의 활동에 제약을 둘 수 없지만 그동안 횡령, 부정 사용 등 논란이 반복된 것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2일 대학가에 따르면, 2019학년도 1학기 개강 전후로 각 대학 총학생회·학과 학생회 등 학생자치기구에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 신입생 환영회 등을 통해 학생회비 납부 방법을 안내했다.

    서울 소재 A대학 총학은 학생회비 납부 방법 등을 소속 학생들에게 상세히 안내했고, 또 다른 대학의 단대 학생회는 학과 행사·복지·문화생활 등의 지원은 납부자와 미납자 간 혜택이 다를 수 있다고 강조, 대전 B대학 총학은 회비 납부로 학생 권리를 찾자는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경북의 한 총학은 회비 납부자의 혜택 사항을 정리해 공지했고, 경기 C대학의 총학 측은'소중한 회비 납부 부탁드린다'고 호소, 전북의 D대학 단대 학생회는 회비 납부자에 대해 '선물' 증정을 강조했다.

    학생회비는 총학 또는 단과대·학과 학생회에 따라 상이하며 졸업까지 감안한 일괄 수납으로 10만~30만원을 요구하거나, 납부하더라도 학기별로 학과 회비 별도를 징수하는 등 운영 방식이 천차만별이다.

    입학금의 경우 입학을 조건으로 반드시 내야 하는 비용으로 학생들은 거부 입장을 표시했었다. 반면 학생회비는 개인의 선택에 따라 납부 여부를 결정할 수 있지만, 자치활동을 위해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는 공식을 적용하는 모습이다.

    몇몇 대학 학생들은 소송을 제기하며 환급을 요구했고, 결국 정부와 대학·학생 등은 여러 논의를 거쳐 작년부터 2021년 또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입학금을 폐지하는 계획이 실행됐다. 이에 2022년 또는 2023년부터 입학 업무 등에 소요되는 비용만 징수되며, 정부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폐지를 앞두고 있다.

    입학금에 대해 학생 부담을 경감하는 의미에서 폐지 계획이 실행됐지만, 학생회비는 다른 양상이다.

    학생이 학생에게 회비를 징수하고 졸업까지 감안한 비용을 책정, 미납자에 대한 불이익, 단과대학 학생회비를 별도로 거두는 등 오히려 부담을 주는 모습이다.

    아예 회비 납부를 거부할 경우 사물함·물품 사용 등을 제한하거나, 행사 참가 시 높은 금액을 징수, 납부 기간은 길게 둔 반면 환불 접수는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을 동원한 곳도 있다.

    학생자치활동을 이유로 돈을 거둬들이자, 학생들은 회비 납부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SNS 등을 통해 '회비 안냈다고 욕을 하더라' '사정상 MT 안간 사람도 회를 필수로 내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냐' '학생회비 강제하는 학과가 있어 놀랍다' '솔직히 회비 납부하기 싫다' 등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할 정도다.

    예산 사용 내역 등을 모두 공개하며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학생회비에 대한 논란은 반복됐다. 지난 10일 부산대에서는 한 학과에서 '학생회비 납부 강요' 의혹이 제기됐고, 올해 2월에는 총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활동하며 학생회비 수백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한양대 학생이 경찰에 고발됐다.

    2017년 6월에는 가천대의 한 학과 학생회장이 자신의 여자친구 가족을 돕겠다며 공금 사용 계획을 밝혀 파문이 일었고 조선대, 원광대, 강원대 등에서는 학생회비 횡령·납부 강요·부정 사용 의혹 등이 불거졌다.

    한 대학생은 "내가 낸 학생회비가 잘못 쓰여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알수 없어 아예 납부를 하지 않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대학생 김모씨(22)는 "회비를 냈었지만 좋지 못한 사건 등이 있었기에 다시 돌려 받았다"고 말했다.

    전체 학생자치기구가 횡령 등 부정적인 행동을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논란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각 대학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대학 관계자는 "학생회 활동에 학교가 관여할 수 없지만, 부정 사용 등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잘못된 부분이 드러나면 대학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학생을 위해 봉사한다는 의미의 활동이, 이익적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면 바람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높은 학생회비를 징수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그동안 대학가에서는 학생회비로 인한 많은 논란이 있었다. 학생자치활동이 중요하지만, 학생과 학생 간 싸움이 번지기 않았으면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