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사업 '화공-전력' 부문 매출, 2014년 이후 감소 지속진행 잔액, 해외수주도 부진… 성 전 사장 중도 퇴임 영향그룹 세대교체 및 정의선 부회장 체제 구축에 '합병설'도 솔솔
  •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성재용 기자
    ▲ 서울 종로구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본사. ⓒ성재용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대표이사가 전격 교체됐다. 전임 사장의 경우 합병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면서 임기 만료 이전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임 사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인적 쇄신 차원에서 선임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복안도 있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김창학 현대ENG 신임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 계동 본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이 3월27일 김창학 사장을 승진시키면서 현대ENG 대표이사에 내정한 지 닷새 만이다.

    성상록 전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가 1년 남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이번 사장 교체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성 전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고문으로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나 화공플랜트 전문가인 성 전 사장이 37년간 '현대ENG맨'으로써 현대ENG가 현대건설 자회사로부터 시작해 10대 건설까지 오르는데 큰 공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ENG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조직문화 쇄신을 비롯해 기업문화 개선, 세대교체 등을 모두 감안한 인사로 알고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 모든 게 진행됐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실제 성 전 사장의 경우 1954년생으로, 건설업계에서도 연장자에 속한다. 반면 김창학 신임 사장은 1960년으로, 60대 사장이 50대로 교체되는 의미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2017년 출항한 성상록號의 부진한 실적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현대ENG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36억원으로 전년 5144억원에 비해 11.8% 줄어들었다. 매출은 6조2682억원에서 6조2862억원으로 외형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순이익은 2790억원으로 2014년 2984억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4년 현대엠코와의 합병이 단행된 점을 감안하면 합병 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원인은 주력 사업군인 화공전력 부문의 성적 부진 때문이다.

    화공전력 부문 매출액은 2조9122억원으로, 2015년 3조8972억원 이후 매년 줄어들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에서의 비중 역시 2015년 52.6%에서 지난해 46.3%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해외수주도 문제다. 화공전력 부문의 경우 최근 3년간 해외 비중이 81.4%에 달하는 등 해외 사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해외수주잔액은 14조원으로 합병 이후 처음으로 15조원 이하로 떨어졌다. 합병이 단행된 2014년 해외수주잔액은 16조9253억원이다.

    신규수주 감소와 매출화에 따라 화공전력 부문 진행 계약 잔액 역시 감소세다. 2015년 잔액의 경우 10조원에 달했으나, 지난해 6조원대로 급감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의 원가율이 소폭 상승한 점이 실적 후퇴에 영향을 줬다"며 "일부 해외 대형 프로젝트 마무리로 수주잔액이 줄어든 경향이 있는데, 지난해 해외에서 일감을 많이 확보한 만큼 차츰 잔고를 회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신임 대표이사 사장. ⓒ현대엔지니어링

    뿐만 아니라 김창학 신임 사장 선임 배경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복안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김 신임 사장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임원 수시인사제도를 도입한 이후 처음으로 임명한 계열사 대표이사 사장이다.

    김 사장의 경우 2017년 2월 부사장에 올랐는데, 2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대기업 집단에서 오너 일가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부사장을 단 지 2년 만에 사장에 오르는 일은 상당히 드문 일로 평가된다.

    또 현대차그룹에서 김 사장과 같은 해에 부사장에 오른 11명 가운데 사장으로 승진한 이는 현재까지 김 사장이 유일하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말 기준 현대ENG의 지분 11.7%를 보유해 2대 주주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대 주주가 지분 38.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다.

    증권가에서는 정 수석부회장이 자체 상장 혹은 현대건설과의 합병 등을 통해 현대ENG의 기업 가치를 높이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데 핵심 재원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현대ENG와 함께 사용하고 있는 주택 브랜드 '힐스테이트'의 로고 아래 현대건설 로고와 이름을 함께 넣기로 하면서 합병 쪽에 무게추가 기울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편, 김 사장은 휘문고(1979년)와 고려대 기계공학과(1987년)를 졸업했다. 현대ENG 화공 Cost P&M 실장(상무), 화공사업수행사업부장(전무),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부사장)을 역임했다. 화공플랜트사업을 오랜 기간 이끌면서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사 당시 "김창학 사장은 화공플랜트·엔지니어링 전문가로, 신규 사업 발굴 등과 함께 현대ENG 조직 혁신의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김 사장은 취임식을 마친 뒤 임직원들과 만나 "경영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변화에 동참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며 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