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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비운의 일생을 마쳤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 0시 12분(한국시간) 미국 LA 현지에서 숙환으로 별세하면서, 정부의 무차별적인 압박이 결국 조 회장 병세를 악화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4월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컵 사건이 갑질 횡포로 확대되면서 고초를 겪기 시작했다. 오너 일가의 일탈과 불법행위 등이 도마 위에 올랐고, 6개월간 11개 사법 및 사정기관이 총동원돼 한진그룹을 탈탈 털었다.
경찰을 비롯해 검찰, 관세청, 법무부, 국토교통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교육부, 고용노동부, 보건복지부, 농림축산검역본부 등이 한진그룹을 겨냥했다.
압수수색도 총 18회에 걸쳐 진행됐다. 조 회장의 자택은 물론 본사와 계열사 등 다양하다.
한진家에 청구된 구속영장만 총 5회에 이른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이 검찰에 의해 한 차례 기각됐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한번 기각됐다.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경찰 및 법무부가 수사한 것을 검찰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그룹의 최정점에 있는 조양호 회장을 향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도 기각됐다.
결국 검찰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특경법상 배임·사기·횡령·약사법 위반·국제조세조정법 위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고 사건을 종결했다. 업무방해와 특수폭행에 대해서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조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이 진행 중이었으며, 오늘 오후 3차 공판준비기일이 예정돼 있었다.
특히 조 회장은 지난달 28일 대한항공 정기주총에서 사내이사 연임 안건이 부결됐다. 이로 인해 20년간 유지해온 대한항공 대표이사 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미국에서 머물고 있던 조 회장은 관련 소식을 듣고 크게 상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신적인 충격이 컸고, 그동안 쌓여왔던 정부 압박에 대한 스트레스가 건강을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폐 질환을 앓고 있던 조회장은 결국 한국시간으로 오늘 자정께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