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이어 LG전자까지 '벤처투자 전용 펀드' 설립투자 '지역-목적' 등 다양한 펀드 운용… 새로운 미래 준비 방법 '각광'
  • 전자업계에 벤처펀드를 활용한 신사업 투자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와 LG전자까지 투자 지역이나 목적에 따라 여러 벤처투자 펀드를 조성해 유망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을 발굴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LG디스플레이, LG화학, LG유플러스, LG CNS 등 4개 계열사들과 함께 총 4억 2500만 달러(약 4845억 원)를 출자해 기업 벤처 캐피탈(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를 설립하고 본격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지난해 10월과 최근에 걸쳐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라이드셀(Ridecell)'과 VR 콘텐츠 플랫폼업체인 '어메이즈브이알(AmazeVR)' 등 미국 스타트업에 약 19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에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이 CVC에 출자하기 위해 69억 원을 들여 처음으로 자체 운용 펀드인 'LG전자 펀드(
    LG Electronics Fund I LLC)'를 조성했다. 향후에도 추가적으로 LG전자 펀드를 통해 CVC에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하는 용도다. 이 펀드를 조성하기 전까지 LG전자는 직접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중소기업이나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해왔다.

    SK하이닉스는 LG전자에 몇 해 앞서부터 벤처투자를 위해 펀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6년 홍콩에 'SK하이닉스 벤처스 홍콩(SK hynix Ventures Hong Kong Limited)'을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중화권 반도체 관련업계 유망업체들을 물색에 나섰다. 25억 원 가량을 출자한 자체 벤처펀드로 신사업 발굴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지난 2년 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본격적으로 중국 지역을 타깃으로 한 벤처투자에 힘을 실었다. SK하이닉스가 생산 거점을 두고 있는 중국 우시 지역에 'SK하이닉스 우시 인베스트먼트(SK Hynix Wuxi Investment Ltd.)를 설립하고 현지 유망 IT업체들에 투자를 시작했다. 뒤이어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해 벤처투자 영역을 넓혔다.

    이처럼 투자회사를 따로 설립하거나 펀드를 조성해 글로벌 유망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은 삼성전자가 가장 발빠르게 시작한 신사업 발굴 전략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은 이미 1999년부터 삼성벤처투자라는 벤처투자사를 운영해오고 있고 이곳에서 운용하는 펀드를 통해 IT업계 뿐만 아니라 그룹의 다양한 업계와 지역을 대상으로 미래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왔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 신사업 투자 전용 펀드를 운용해야겠다는 필요성에 따라 '삼성넥스트'나 '삼성전략혁신센터(SSIC)' 등의 산하기관을 통해 각기 다른 목적을 갖고 투자를 진행하는 벤처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SSIC에서는 2013년부터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Samsung Catalyst Fund)'를 운용하며 매년 수 십개의 글로벌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AI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초기기업들을 발굴하기 위해서 'Q펀드'라는 새로운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는 전자업계가 신기술과 신사업을 먼저 발굴하기 위해 벤처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첫 해로 기록될 수 있다. 벤처투자의 원조격인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SK하이닉스와 비교적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LG전자까지 펀드 조성에 나서면서 글로벌 유망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초기기업 투자가 전자업계의 새로운 미래 준비 방법으로 검증됐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직접 지분 투자 방식보다는 펀드를 통해 초기기업에 투자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할 수 있고 리스크를 상쇄할 수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IT업계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초기기업 투자 전용 펀드나 투자전문회사를 설립해 역할을 집중하는 것이 성과를 내기에도 유리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