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경기지표 위기설 현실화올해 첫 성장률 성적표 '-0.3%' 2017년 4분기 이후 또 '역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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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마이너스 성장률을 나타내며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경제 성장세 둔화와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악화 등 대외 리스크 속 국내 주력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투자 및 수출 부진이 겹친 탓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최근 하향 조정된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 2.5%에도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외환위기 이후 최저…수출·설비투자 동반 악화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는 전 분기 대비 0.3% 감소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4분기(-3.3%)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로 고꾸라진 것이다.

    금융위기 이후 성장률이 처음으로 뒷걸음질 친 것은 2017년 4분기 -0.2%였다. 1분기 성장률은 이보다 0.1%포인트 낮다.

    역성장의 주된 요인은 반도체 수출 성장세가 꺾이면서 투자가 부진해졌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설비투자와 건설투자가 동반 감소한 데 기인한다.

    특히 설비투자가 -10.8%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24.8% 이후 2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등 기계류와 운송장비가 줄면서 타격을 입었고, 건설투자는 주거용 건물건설과 토목건설이 모두 줄어 0.1% 감소했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연간 -1.6% 성장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 1분기 16.1%(전년 동기 대비) 대폭 감소했다. 건설투자 역시 지난해 연간 -4.0%였고, 올 1분기에는 7.4%(전년 동기 대비) 더 줄었다.

    수출과 수입도 각각 -2.6%, -3.3%를 나타내며 성장률을 내리는 데 일조했다. 수출은 LCD 등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수입은 기계와 장비 등이 줄었다.

    이와 함께 지난해 4분기 정부 지출 효과가 사라진 데 따른 기저효과가 올해 1분기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한은은 진단했다. 

    민간소비와 정부소비는 각각 0.1%,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민간소비 중 의료 서비스와 의류 준내구재는 줄었지만, 가전제품 내구재가 늘었다. 정부소비는 건강보험급여비 지출 중심으로 늘었다.

    박양수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투자부진이 지속되고 연말 이후 수출이 둔화하는 등 경제성장 모멘텀이 강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부문 지출 기여도가 하락하고 민간 소비도 주춤한 게 1분기 성장률에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경제를 받쳐온 정부부문 성정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0.7%로 떨어졌다. 이는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올해 연간 성장률 2.5% 도달할까…시장 반응 '비관적'

    한국경제의 첫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1분기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비관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경제성장률이 한은의 전망치인 2.5%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은은 지난 1월 전망인 2.6%에서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1분기 성장률을 쇼크로 평가하는 것에 동의하면서도 올해 2.5%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입장을 보였다. 1분기 성장률 -0.3%를 고려하고 연간 2.5% 성장률을 제시했다는거다.

    박양수 국장은 "글로벌 경기와 반도체 부문이 하반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전문기관 의견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2분기부터는 경제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2.5% 성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1분기 마이너스 성장으로 2분기에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1.2% 이상 성장한다고 보고, 3~4분기 0.8~0.9%를 유지할 경우 연간 성장률 달성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또 정부부문 기여도가 낮아진 반면 민간부문 기여도가 늘어난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민간부문 성장기여도는 지난해 4분기 -0.3%에서 올해 1분기 0.4%로 올랐다.

    박 국장은 "정부 기여도가 등락을 보이며 마이너스 수치가 나왔지만, 전 분기 대비 민간 기여도가 더 증가한 것은 그만큼 성장 모멘텀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라며 "금융위기와 비교할 정도로 우리경제에 대해 과도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예산은 연간 단위로 배정돼 연내 지출되므로 1분기에 지출하지 않은 것은 2분기 이후 집행하게 된다"며 "5월 통과를 앞둔 추가경정예산 효과까지 고려하면 정부소비는 꽤 상승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편 이날 정부는 쇼크 수준의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에 대한 심각성을 고려해 긴급장관회의를 열고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분기 GDP가 예상을 하회했고, 대내외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1분기보단 2분기, 상반기보단 하반기에 더 나아질 것"이라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당초 제시한 2.6∼2.7% 성장률을 달성하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