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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표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간의 지각변동 조짐이 보이고 있다.
타사 대비 부진을 면치 못했던 하나금융투자가 초대형 IB 도약을 꾸준히 준비하며 성장속도를 높이는 사이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성장은 정체가 지속되고 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계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의 1분기 성적(잠정 실적공시)이 공개됐다.
이들 증권사는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국내 4대 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이자 각 금융지주가 표방하는 비은행 강화의 첨병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해 까지는 NH투자증권의 독주를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이 추격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상대적으로 자기자본규모와 실적 모두 부진한 모습이 수년째 지속되면서 지주 계열 증권사간 경쟁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여왔다.
반면 올해부터는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엿보인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단순한 분기 실적이 아닌 각 증권사들의 청사진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가장 돋보이는 회사는 하나금융투자로,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8.93% 증가한 623억원을 기록했다.
하나금융투자의 당기순익 급증은 사업 전 부문의 실적이 개선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경쟁사 대비 미온적이었던 자기자본 확충을 지난해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IB부문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2016년 취임한 이진국 대표는 회사를 맡은 첫해부터 지금까지 매년 실적 성장세를 이끌어 왔다.
취임 당시에도 하나금융투자의 낮은 자기자본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지주의 지원 없이 수익 확대 기조를 유지했다.
그 결과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며 하나금융투자에 힘을 실었다.
2025년까지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을 30%까지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하나금융지주는 하나금융투자를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 역시 제시했다.
하나금융투자 내에서 이례적인 2번째 연임에 성공한 이진국 대표는 지주의 신뢰를 바탕으로 올해 보다 장기적으로 다방면에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
하나금융투자는 종합금융투자사업 지정 요건을 채워 기업신용공여나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등 신규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된 만큼 향후 수익성 확대 가능성도 높아졌다.
이에 따라 당초 NH투자증권의 아성에 도전하던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오히려 하나금융투자의 추격을 받는 상황이 1분기 연출됐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1분기 8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순손실을 기록했던 전분기 대비 실적개선세(1133억원)를 보였다.
반면 전년 동기 대비로는 6.6% 증가에 그치며 KB국민은행의 순이익 감소분(-17%)을 메우는데 역부족인 모습을 보이며 KB금융의 실적 뒷걸음을 막지 못했다.
KB증권은 통합출범 이후 상품손실,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이 매년 발생하며 실적에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금융상품 관리자산(AUM)의 증대를 통한 WM 부문에서 기대를 거는 가운데 ELS 손익 개선 역시 진행 중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4대 지주계열 증권사 가운데 유일하게 실적이 나빠졌다.
올해 1분기 전년 대비 27% 하락한 7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신한금융투자는 주식 시장거래대금이 약 40% 이상 감소하는 등 위탁수수료가 감소했다는 점에서 원인을 찾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지한 신한금융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출신인 김병철 사장 체제로 신한금융투자에 재도약을 주문했다.
그동안 뚜렷한 강점 없이 주요 사업 부문에서 업계 10위권을 유지하며 안주해온 회사에 큰 변화를 선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김병철 사장 역시 취임 직후 "현재 회사의 IB는 리그테이블, 수익, 존재감 등 모든 면에서 만족스럽지 않다"며 "외부출신 사장은 전 임직원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면서도 신한금융이 본인을 사장으로 앉혔다"면서 사내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김병철 사장은 한동안 정체됐던 회사의 자기자본도 4조원으로 맞춰 초대형IB로 도약하기 위해 신한금융을 설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