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복지부·식약처 비판하며 첨단바이오법 철회 요구정부, "인보사 사태 재발 방지 위해 첨단바이오법 제정 시급"업계, "전 세계적 규제 완화 시점… 골든타임 놓칠 수 있어"
  • ▲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26일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 국회 의원회관에서 지난 26일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뉴데일리

    정부가 시민단체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 제정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보여 바이오 업계에서도 안도하는 분위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민단체가 잇따라 인보사 사태를 빌미로 첨단바이오법 제정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인보사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와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인보사 사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첨단바이오법의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 17일 서울 종로구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이어 첨단바이오법 철회 요구가 이어지자, 바이오 업계에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진한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식약처가 인보사 사태 이후 관리제도를 강화하겠다면서 첨단바이오법을 언급하는 것은 황당한 일"이라며 "이 법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방안'으로 등장한 기업 규제완화 법이고 이번 사태를 일으킨 부실한 품목허가를 더 간소하게 만드는 내용이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최규진 인하대 의대 교수는 "규제가 과학과 산업을 망친다는 구시대적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지적에도 복지부와 식약처는 첨단바이오의약품을 더욱 잘 관리하기 위해선 첨단바이오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 같은 정부의 주장에 일부 토론회 참석자들은 실소를 터트리기도 했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과장은 "오늘 제시된 의견은 첨단바이오법에 이미 반영했다"며 "이 법을 잘 운용해 인보사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 한 참석자는 정 과장의 발언에 즉각 "(시민단체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최승진 식약처 바이오의약품 품질관리과장도 "인보사처럼 세포가 바뀌는 일이 없도록 잘 관리하려면 첨단바이오의약품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보탰다.

    최근 식약처는 지속적으로 첨단바이오법 제정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의경 식약처장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필사적으로 설득했으나, 첨단바이오법은 국회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로 회부되면서 결국 국회의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강한 의지에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간 업계에서는 인보사 사태로 인해 업계 전반으로 규제의 벽이 높아지는 걸 경계했었다. 한국바이오협회는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인보사 논란으로 첨단바이오법 제정이 늦춰져선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첨단바이오법의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하는 것 같아 다행"이라며 "희귀·난치질환자들의 치료 기회 확대 차원에서도 첨단바이오법은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개별 기업의 문제를 전체 바이오산업에 대한 불신이나 관련 규제 강화와 연결짓는 것은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환자들의 치료 권리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강화되고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만 일부 시민단체 및 정치권, 의료계 밥그릇 싸움 등으로 인해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첨단바이오법은 ▲희귀질환 바이오의약품 우선 심사 ▲개발사 맞춤형 단계별 사전 심사 ▲유효성이 충분히 입증된 경우 조건부 허가 등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첨단바이오법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간이 4~5년 단축되고, 희귀질환자의 치료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