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특례법' 개정… 시공사 선정 착수 10곳 넘어구역 지정, 위원회 구성 등 절차 생략 사업기간 단축"사업기간 단축 장점… 저수익 불구 일감고갈 건설사들 수주 경쟁"
  • ▲ 자료사진. 빌라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연합뉴스
    ▲ 자료사진. 빌라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 ⓒ연합뉴스

    200가구 미만의 미니 재건축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소규모 재건축은 정비구역 지정이나 추진위원회 구성 등의 절차가 생략돼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철거방식으로 진행돼 온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정부의 전방위 규제로 주춤한 사이 비교적 규제에서 자유로운 미니 재건축으로 건설사들이 눈을 돌리면서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수익성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실적을 쌓을 수 있고 일대에 브랜드를 홍보하는 장점도 있는 만큼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과 지방은 물론, 서울에서도 소규모 정비사업 물량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장 올해 발주된 소규모 정비사업은 10여건을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2년간 추진된 △고양행신 '경원연립' △서울 '한신양재' △서울삼성 '범화빌라' 등에 그친 발주물량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늘어난 수치다.

    서울 구로구에서는 '동양연립'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현장설명회에 시공능력평가 상위 20위권 내 건설사 3곳이 참석했고, 14일 입찰을 거쳐 시공사선정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호반건설과 KCC건설 간 2파전 구도가 형성된 금천구 '대도연립'의 경우 조합이 추가 검토사항이 있다고 판단, 총회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지난달 초 시공사선정을 위한 현설에 22개 건설사들이 참여해 주목을 받았던 중랑구 '세광하니타운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최근 입찰에 유탑건설, 라온건설, 서해종합건설, 원건설 등 중견건설 4곳이 참여하면서 경쟁구도를 갖췄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미니 재건축의 경우 불과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찬밥 신세였지만, 최근에는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서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규모는 재건축‧재개발에 비해 작지만, 지역별로 브랜드를 알릴 요충지로 작용할 수 있고 사업 속도도 빠른 편이어서 건설사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 자료사진. 빌라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서울 중랑구 묵동 일대. ⓒ성재용 기자
    ▲ 자료사진. 빌라와 연립주택이 밀집한 서울 중랑구 묵동 일대. ⓒ성재용 기자

    실제로 미니 재건축은 규모에 비해 진행 과정이 만만치 않고 수익성이 크지 않아 정비사업 시장에서도 크게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정부의 지원 하에 속속 추진되고 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낡은 단독·다세대주택이 밀집한 면적 1만㎡ 미만의 지역에서 수십~수백가구 단위로 새로 집을 짓고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자율주택정비사업, 소규모 재건축사업 등이 포함된다.

    가장 큰 강점은 일반 재건축·재개발사업에 비해 사업 속도가 월등히 빠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재건축 사업이 평균 8~10년 정도 소요되는 반면, 소규모 재건축의 경우 평균 2~3년으로 재건축의 절반 이상 사업기간이 단축된다. 안전진단 절차가 생략되고 도시건축심의를 통해 사업시행인가와 관리처분인가를 동시에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재건축·재개발사업이 사업 추진을 위해 사업시행자인 조합을 반드시 결성해야 하는 반면, 소규모 정비사업은 주민합의체와 조합 설립 중 유리한 방식을 택하면 된다. 또 다른 혜택으로는 지방자치단체가 정비사업비 중 일부를 보조·융자해주거나 건축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지난달 '빈집 및 소규모 주택정비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사업 여건이 한층 좋아졌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빈집 밀집구역에서 개축, 용도변경 또는 자율 주택정비사업 추진시 지방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경기준, 건폐율 및 높이제한 등의 건축 기준이 완화된다. 또 도로·공원·공용주차장 등 정비기반시설 설치시 해당 지역의 용적률에 정비기반시설에 해당하는 용적률을 더한 범위에서 인센티브를 부여받을 수 있다.

    기존에는 연면적의 20% 이상을 공적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만 법적 상한 용적률까지 건축을 허가해 줬지만, 앞으로는 가구 수의 20% 이상 공적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경우에도 법적 상한 용적률까지 건축을 허가한다는 방침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기존 재건축‧재개발의 경우 조합원들이 많아 대규모 수용‧철거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이견 등으로 사업 추진이 쉽지 않지만, 미니 재건축은 인접 토지 등 소유자 2명 이상이 합의하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이런 점에서 원도심 위주의 노후주택지 수요자들의 관심이 있고, 성공 사례가 나오면 관심이 더 높아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사업 초기 단계인 연립주택들도 활기를 띠고 있다. 강남구 역삼동 일대 '목화연립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와 지난 2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공동사업시행 약정을 맺고 SH공사가 조합의 시공자, 설계자, 정비사업전문관리사업자 선정을 위한 업무를 지원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강동구 성내동 '코끼리연립'은 사업시행계획인가(안)이 최근 공람·공고에 들어갔다. 또 상일동 '벽산빌라'도 지하 2층~지상 12층 공동주택 100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을 추진 중이며 현재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했다.

    이밖에 수도권에 위치한 연립들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 '장미연립' 재건축은 이달 초 현설을 개최했고, 경기 부천시 괴안동 '광한' 등은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건설사들 입장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안전진단 강화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등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는 미니 재건축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며 "최근 역세권 빌라나 연립 등의 경우 재건축을 따지기 위해 대형사들이 줄을 설 정도로 인기가 높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