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일 제72회 세계보건총회서 'ICD-11' 채택 여부 결정채택 시 2022년부터 효력 발생… 국내 2025년 이후 적용3년간 최대 11조원 규모 경제 손실 전망… 찬반 여론 팽팽
  • 게임중독을 질병으로 지정하는 안에 대해 논의하는 WHO(세계보건기구) 총회가 본격 개최되면서, 정부 당국과 게임업계 내 긴장감도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다.

    WHO의 결정에 따라 최대 11조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총회 결과가 몰고 올 파장에 대해 각자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도 게임질병코드 등재를 두고 찬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향후 대응 방안 등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WHO는 이달 20~28일(현지시간)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제72회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중독을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장애로 지정하는 내용이 담긴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의 채택 여부를 결정한다. 관련 논의는 오는 24일을 시작으로, 총회 폐막 시점에 최종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앞서 WHO는 지난해 5월 ICD-11에 게임장애 코드를 신설하는 계획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회원국의 논의를 거쳐 개정안이 무리없이 통과될 경우 오는 2022년부터 효력이 발생, 전 세계 게임산업에 대대적인 규제가 예상되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ICD-11가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에 적용될 지는 미정이지만, KCD를 주관하는 통계청이 내년 KCD 개정과 관련해 'ICD-10'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국내에는 2025년 이후 적용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 게임업계에서도 게임장애 질병 등재가 이뤄질 경우, 업계 경쟁력 약화는 물론 경제적 충격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업계에선 이번 결정으로 3년간 5조~11조원 규모의 시장 위축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CD-11의 객관적 데이터 및 투명성 부족에도 불구, WHO의 게임장애 분류 시도가 자칫 공신력 있는 판단으로 인식되면서 국내 게임 규제 강화에 당위성을 부여할 수 있다"며  "이는 건강한 게임 생태계 조성을 위협할뿐 아니라 미래성장동력을 잃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를 비롯해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장애 질병 등재와 관련해 WHO에 반대 입장을 지속적으로 피력하는 한편, 대응 방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체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달 29일 WHO에 반대 입장과 함께 정의준 건국대 교수의 '게임이용자 패널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부모의 과잉간섭, 입시 문화 등 사회·문화적 특성이 게임중독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연구내용을 전달했다.

    정 교수는 지난달 열린 'NDC 2019' 행사에서 "게임 과몰입이 유렵과 북미에 비해 한국과 중국에서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부모의 과잉간섭 및 기대로 인한 학업 스트레스 등 치열한 입시문화의 특수성 때문이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게임만 없앤다면 새로운 갈등이 양산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역시 미국게임산업협회(ESA) 등과 반대 성명을 발표한 바 있으며, 한국게임학회 등 27개 단체와 16개 대학은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를 발족해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부산시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도 게임장애 질병 등재에 반대 입장을 표명하며, 공대위에 참여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한편 게임을 사행산업으로 보는 일부 정치권의 부정적인 시각을 비롯해 일련의 사건·사고와 게임을 연결짓는 행태 등에 따라 게임장애 질병 등재에 찬성표를 던지는 사례도 적지 않은 상태다.

    앞서 CBS가 의뢰해 지난 10일 실시하고 13일 공개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게임중독의 질병 지정에 대한 국민여론'에 따르면 게임중독 질병 지정에 대한 찬반에 찬성은 45.1%, 반대는 36.1%, 모름 및 무응답은 18.8%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률은 8.3%, 응답자는 511명이다.

    이와 관련해 공대위는 조사 연령대 비율이 맞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당 조사 결과에 반박했다. 공대위가 리얼미터와 동일한 문항으로 조사한 여론 조사(비게임학과 141명 대상)에서는 찬성 21.9%, 반대 69.5%, 모름 및 무응답 8.6%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