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CD-11' 통과, 국내 2025년 적용 논의예상 손실만 '11조' 규모… 정부, 대응체계 마련'게임업계 VS 의료계' 대립… "과학적 근거 확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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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세계보건기구)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지정하면서 국내 게임업계를 비롯해 관련 협회·학회 등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WHO의 결정에 따라 국내에서도 최대 11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는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국내 도입을 위한 후속 조치 계획을 밝히면서 업계 내 불안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게임질병코드 도입을 두고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여 온 게임업계와 의료계 간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면서 향후 정부의 대응 방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WH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회 세계보건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ICD-11(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게임이용장애에 '6C51'이라는 질병코드를 부여, 정신적·행동적·신경발달 장애 영역의 하위 항목으로 포함한 것이 골자다.

    오는 28일 총회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을 보고하는 절차만 남겨둔 상황으로 사실상 논의가 마무리된 셈이다. 지난 1990년 ICD-10이 나온지 30년 만에 개정되는 ICD-11은 2022년부터 WHO 회원국에 적용된다. 앞서 WHO는 지난해 5월 ICD-11에 게임장애코드를 신설하는 계획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보건복지부는 WHO의 결정 하루 만에 후속 조치에 돌입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보건복지부는 다음달 중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업계, 의료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련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WHO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를 확정하면 우리도 곧바로 받아서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의 경우 ICD-11의 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적용 시점은 아직 미정이지만, KCD를 주관하는 통계청이 내년 개정과 관련해 ICD-10을 적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2025년 이후 적용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약 13조원으로 업계에선 게임질병코드가 도입될 경우 3년간 5조~11조원 규모의 시장 위축 효과를 야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도 WHO의 결정 직후 성명서를 통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게임학회 등 게임 관련 88개 단체로 구성된 공대위는 오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 운동에 나설 계획이다.

    공대위 측은 "게임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며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4차산업혁명 시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게임과 콘텐츠 산업의 뿌리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게임질병코드 국내 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업계 간 대립도 한층 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간 게임이용장애 질병 분류에 대해 찬성의 목소리를 내온 의료계는 WHO의 결정에 따라 게임 과몰입 등의 예방 및 치료가 가능해졌다는 입장이다. 반면 게임업계는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기 위한 목소리라며 강하게 반박하는 상황이다.

    남궁훈 카카오게임즈 대표 역시 최근 SNS를 통해 "정신과 의사들은 알고 있다. 많은 사람을 환자로 만들어야 자신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을. 그리고 많은 학부모가 동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며 의료계를 겨냥해 쓴소리를 냈다.

    남궁 대표는 이어 "게임에 몰입하는 것은 현상이지 원인이 아니다"며 "게임도 제대로 이해 못하는 정신과 의사들이 아이들과 제대로 소통할 리 없고, 제대로 치료될 리 만무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