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종 전환 허용범위 '중분류'로 확대… 신규 설비 대체취득도 허용중견기업 통산 고용유지 부담 완화… 탈세·회계부정 시 혜택 배제업계 "접근 방향은 환영, 기대에는 못 미쳐"
  • ▲ 중소기업 공장.ⓒ연합뉴스
    ▲ 중소기업 공장.ⓒ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중소·중견기업의 가업 상속에 따른 부담을 줄여 고용불안이나 투자 축소를 해결하기로 하고 세제 지원을 개편한다. 세제 지원에 따른 사후관리 기간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고, 업종 변경과 자산 처분 등의 제한을 일부 완화한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중견기업의 기준은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공제 한도는 최대 500억원으로 각각 유지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는 환영하지만,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1일 당정 협의 후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하는 가업 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을 내놨다.

    현행 제도는 10년 이상 경영한 중소·중견기업이 가업을 상속할 때 경영유지 기간에 따라 최대 500억원을 공제해준다. 다만 10년간 업종·자산·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경영계는 이런 사후관리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제도의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해왔다. 재정 당국에 따르면 가업상속공제 이용 건수는 2016년 76건 3184억원, 2017년 91건 2226억원에 그친다.

    당정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생산설비 자동화 등 기업환경 변화를 고려해 사후관리는 완화하되, 탈세 등 문제가 있는 기업은 혜택 대상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사후관리 기간 10→7년 단축

    먼저 사후관리 기간은 현행 10년에서 독일처럼 7년으로 줄인다.

    업종 유지는 표준산업분류상 중분류까지는 변경을 허용하기로 했다. 가령 녹말제품 제조기업이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면 현재는 업종을 소분류인 제분업 범주 안에서만 바꿀 수 있었다. 앞으로는 중분류에 해당하는 식료품 제조업으로 적용 범위가 넓어져 제빵업으로도 업종을 전환할 수 있다.

    사후관리 기간에 20% 이상 자산을 처분하지 못하게 했던 조항은 예외 사유를 추가했다. 업종 변경 등의 경우에 기존 설비를 처분하고 신규 설비를 대체 취득할 수 있게 했다.

    고용유지 의무도 완화한다. 현재는 상속 당시 정규직 근로자 수의 80% 이상을 매년 유지하면서, 중소기업은 사후관리 기간 통틀어 100% 이상, 중견기업은 120% 이상을 유지하게 돼 있다. 앞으로는 중견기업도 관리 기간에 통산 100% 이상만 유지하면 되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당정은 기업부담 완화에 상응하는 카드로 공제 혜택 배제를 신설했다. 피상속인과 상속인이 기업의 탈세나 회계 부정으로 징역·벌금 등 처벌을 받으면 지원대상에서 빼거나 조세 지원을 추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당정은 상속세 등을 최장 20년에 걸쳐 나눠 내는 연부연납 특례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대상을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전체 중소·중견기업으로 확대했다. 피상속인 요건은 경영·지분보유 기간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상속인은 상속 전 2년간 가업 종사 요건을 삭제했다.

    당정은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의 기준을 중소기업과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인 중견기업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다만 매출액 기준을 추가로 완화하자는 요청이 있어 앞으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내용을 세법개정안에 담아 오는 9월 초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 ▲ 중소기업중앙회.ⓒ연합뉴스
    ▲ 중소기업중앙회.ⓒ연합뉴스
    ◇경영계 "일단 환영… 추가 완화 필요"

    경영계 일각에선 이번 규제 완화와 관련해 접근 방향은 환영하면서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한 소식통은 "업계에서 사후관리 기간을 7년 이하로 줄여달라 했으니 (당정이) 최소한의 요구를 받아들인 셈"이라며 "업계에선 일단 반기는 분위기지만, 자유로운 의사결정 등을 위해선 일본처럼 사후관리 기간을 5년으로 단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업종 변경 허용범위 확대와 관련해선 "업계는 신산업 진출 등 달라진 경영여건과 시대 변화에 맞게 폐기를 주장했었다"고 말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이다.

    자산 처분의 예외를 추가한 것에 대해서도 "신규 설비 대체취득은 추가적인 예외 인정이라기보다 업종 변경 허용 확대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고용유지 의무 완화와 관련해선 생색내기 수준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소식통은 "업계에선 생산설비 자동화 등 기업환경 변화를 고려해 독일처럼 기업이 임금 총액과 근로자 수 유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었다"며 "(정부가) 일자리를 우선시하다 보니 중견기업으로 대상을 제한한 듯하다"고 풀이했다. 이어 그는 "생산현장에서는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한 스마트공장 도입을 검토하는 분위기"라며 "고용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앞으로 근로자가 줄어드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탈세·회계 부정 기업인을 상속공제 혜택에서 배제하는 방안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소식통은 "상속 개시 10년 전까지 소급 적용하는 부분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회계 처리를 외부 기관에 맡겨도 국세청 조사과정에서 추가 징수되는 사례를 본 적 있다"며 "고의성이 없는 데도 피해를 보는 사례는 없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연합뉴스
    ▲ 가업상속 지원세제 개편방안 당정협의.ⓒ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