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부담 감소 VS 대형 콘텐츠사업자 배만 불려"투자 여력 없는 중소 CP, 사실상 대항 수단 없어
  • 5세대 이동통신(5G) 가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제로레이팅(Zero-Rating)' 논란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용자들의 이동통신 요금부담 감소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반면, 대형 콘텐츠사업자(CP)들의 배만 불리는 서비스에 불과하다는 반대의 목소리가 높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로레이팅은 이동통신사와 CP가 협력해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데이터 요금을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 주는 서비스다. 5G가 데이터를 신속·효율적으로 처리하는 것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제로레이팅 도입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미국 통신사 AT&T는 자체 IPTV 서비스인 U-버스TV와 계열사 위성방송인 디렉TV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하고 있다. 버라이즌도 제로레이팅 서비스인 프리비 데이터 360을 선보였으며 T-모바일은 구글 유튜브와 넷플릭스, 아마존비디오, HDB, 다이렉TV 등 100여개 CP와 협력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출시했다.

    영국의 쓰리는 넷플릭스와 TV플레이어, 애플 뮤직 등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했다. 독일의 T-모바일 역시 자체 메시지앱 메시지 플러스와 애플뮤직, 넷플릭스, 유튜브에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유튜브, 훌루, 라인 등의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NTT커뮤니케이션즈 역시 뮤직 카운트프리에 제로레이팅을 선보인 바 있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통3사를 중심으로 게임, 내비게이션, 음악 스트리밍 등 전방위 범위로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텔레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옥수수에 제로레이팅을 적용할 계획이며 KT와 LG유플러스는 모바일 게임이나 증강현실(AR) 서비스에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편의성으로 무장한 제로레이팅이 통신요금 완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와 대형 콘텐츠 사업자가 제로레이팅 서비스를 통해 시장을 독식하는 구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가령 SK텔레콤의 자회사 SK플래닛이 운영하는 쇼핑몰 11번가와 KT의 자회사 지니뮤직은 데이터 무료를 통해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는 반면, 영세한 쇼핑몰이나 음원사이트 제작자들은 경쟁에서 뒤쳐지는 상황이다. 투자 여력이 없는 중소 CP로서는 제로레이팅에 대항할 수단이 없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차별을 불러일으키는 제로레이팅 정책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만 사전 규제보다는 미국과 유럽처럼 불공정 경쟁과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사후 규제를 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성환 아주대학교 교수는 "제로레이팅을 통해 이용자 통신비 부담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망 중립성 위반이 아니므로 허용하되 이용자 이익을 저해하거나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해 사안별로 사후 규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