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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기 금리 역전폭이 사상 최대로 치솟았다. 금리 역전은 거의 예외 없이 기준금리 인하로 이어졌다. 이대로라면 연내 0.5% 포인트 인하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20일 1.42%를 기록해 기준금리(1.75%)보다 0.33%p 낮아졌다. 이는 지난 2013년 기록한 최대 역전폭(-0.31%p)보다 커진 수치다.
장기금리(국고 3년물)가 단기금리(기준금리)보다 낮은 상황은 비정상적이다. 한은이 이 같은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에 미리 반영돼 금리 역전이 빚어지곤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같은 역전 현상은 7차례 있었다.
지난 2012년 7∼10월 역전 현상(최대 -0.29%p)이 나타났고, 7월과 10월에 0.25%p씩 금리 인하(3.25%→2.75%)가 있었다. 지난 2013년 1∼5월의 금리 역전(최대 -0.31%p) 직후인 5월에 금리는 다시 인하(2.75%→2.50%)됐다.
이어 2015년 3∼4월과 6월의 금리 역전(최대 -0.06%p) 직후 6월 금리 인하(1.75%→1.50%), 2016년 2∼6월의 금리 역전(최대 -0.12%p) 직후 6월 금리 인하(1.50%→1.25%)가 단행됐다.
2016년 7∼8월에는 금리 역전에도 불구하고, 예외적으로 금리 인하가 없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선임연구원은 "당시 시장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영향에 한 번 더 인하를 원했지만, 브렉시트 결정에도 큰 혼란이 없자 시장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금리 역전 기간도 역대 최장이 될 전망이다.
지난 3월 27일(-0.03%p) 시작해 약 3개월이 됐으며, 시장 금리가 현재 수준에만 머무른다고 가정해도 한은이 두 차례 금리를 내려야 역전 현상이 해소된다. 7월에 0.25%p를 내려도 역전 현상이 5개월을 넘기는 셈이다.
시장에선 물론 한은 내부에서도 이미 금리 인하 자체에 대해서는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에는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내릴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금리 인하 시기는 미중 무역분쟁의 전개 양상에 달렸다. 첫 분수령은 이달 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이뤄질 양국의 담판이다.
금통위에선 내달 수정 경제전망이 함께 발표된다. 2.5%인 기존 전망치는 2% 초반대로의 하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어 2분기 성장률 속보치가 나온다.
이 선임연구원은 "7∼8월 금통위에서 한 번 내리고, 4분기 또는 내년 1분기에 한 번 더 내릴 가능성이 있다"며 "3분기 중 내리면 두 번째 인하까지 아주 긴 시간을 끌지는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연내 0.50%p 인하 가능성까지 점친 셈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나 한은에서도 최근 '0.50%p'라는 수치가 거론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 20일 성명서에서 '인내심'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적절한 대응'을 천명했다. 당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위원 17명 중 7명이 0.50%p 인하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주열 총재는 "금리를 50bp(0.50%p) 내린다는 의견 등 점도표(FOMC 위원들의 의견 분포도) 결과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최근의 금리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두 차례 내리기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이 연내 두 번 인하하면 한은도 두 번 내릴 수 있겠지만, 부동산과 금융안정(가계부채) 측면도 고려해야 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