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리 조정 시기 '7월이냐 vs 8월이냐' 양론"우리경제 불확실성 더 커져…미중 정상회의 주목"금리 인하 전제 질문 회피…정책 결정 시점 '고민'물가 상승률 0.6% 불과…물가안정목표 큰 폭 하회
  •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이달 초 깜짝 발언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진 점을 언급하며 기존 견해를 그대로 이어갔다.

    이미 시장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를 기성사실로 여기는 가운데 이번 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에 따른 무역분쟁의 향방이 인하 시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5일 출입기자단 오찬 간담회에서 "물가 여건뿐만 아니라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입장을 그대로 내비쳤다는 것은 통화정책 조정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기념사에서 "향후 미·중 무역분쟁과 반도체 경기 등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발언해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대외 여건의 어려움에 우려를 표했다. 그는 "무역갈등이 심화 되고 반도체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며 "우리 경제의 향후 성장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커졌고,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외 리스크 요인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성이 크므로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이번 주 미·중 정상회담 결과도 궁금하고, 산업활동동향이나 새로 입수되는 실물경제지표를 더 지켜봐야 더 정확한 성장흐름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에 한은이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를 결정하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3분기 7월과 8월에 예정돼 있다. 

    관건은 무역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른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다. 한은은 통상 연준의 금리 방향에 따라 움직인다. 이렇기에 이번 주 G20에서 미·중 정상 간 담판 결과가 주목된다. 

    이날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추가 완화 필요성, 부동산 가격 변동 등 금리 인하를 전제한 질문에는 직접적인 대답을 피했다. 그는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불확실성이 어떻게 정리되는지, 우리 경제 성장과 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점검하면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금리 인하를 시사하기는 했지만 구체적인 통화정책 결정 시점은 여전히 무역갈등 등 불확실성 요인의 전개 방향에 달려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부동산시장 등 금융안정 상황에 대해서는 "원론적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추가로 확대한다면 금융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가계부채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금리 조정 여부와 관계없이 금융안정을 위한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늦은 것 아니냐는 경제학회장들의 지적에 대해서는 단정적인 판단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은의 설립 목적은 물가안정만 보는 게 아니라 거시경제, 금융안정도 고려하도록 돼 있다"며 "실물경제 부진이 지속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금리 대응은 모든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화정책 여력에 대해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응하는 과정에서 금리가 낮아져 1.75% 수준이 됐는데, 과거기준으로 보면 여유가 많지 않다"며 "우리나라는 기축 통화국이 아니므로 주요 선진국보다 금리 하한이 높아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보면 여력이 많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이 총재는 낮아진 물가 상승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물가 만으로는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물가를 대응하는데 있어 통화정책으로 제어하기 어려운 요인의 영향이 커져 있다"며 "물가만 보고 통화정책을 펴기에는 어렵고, 물가와 함께 다른 여건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한은은 올해 1~5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6%로 예측했다. 이는 물가안정목표인 2.0%를 크게 밑도는 최저 수준이다.

    올해 물가 상승률이 크게 둔화한 것은 수요측 물가 상승 압력이 약화한 가운데 국제유가, 농축산물 가격 등 공급측 요인과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에 따른 물가 하방 압력이 증대됐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압력이 미약한 가운데 공급 측면과 정부정책 측면에서 당분간 물가의 하방압력이 지속될 것"이라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월 전망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이후에는 일시적 특이 요인의 영향을 제외한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1%대 초·중반 수준을 나타내고 있고,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의 하방압력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물가 상승률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목표수준에 도달하는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