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 발표당장 영향 없지만… 중장기 '공급체인 파괴' 우려한일 외교 관계 악화 경제분야 확대… '선거용' 도구 지적도
  •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합뉴스
    디스플레이업계에 또 다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아직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이 한국을 대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 수출 규제 조치를 발표한 것이다.

    삼성과 LG 등 국내 디스플레이 제조사들은 당장의 부정적 영향은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규제가 장기화되면 업계의 수급 불균형이 나타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일본도 수출 규제에 따른 역풍을 피해갈 수 없는 만큼 해당 조치가 실행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으로의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해 스마트폰 및 TV 등의 제조 과정에 필요한 3개 품목의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에 나서는 품목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불산과 노광(포토) 공정에서 사용되는 감광액, 폴더블 OLED 양산에 쓰이는 핵심 소재 폴리이미드 등이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외환 및 외국물자법' 하위 시행령 '수출무역관리령'을 통해 우리나라를 신뢰 가능한 '백색 국가'로 지정하면서 이들 품목의 한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는 우대 조치를 취해왔지만, 한국을 우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식으로 오는 4일부터 수출규제를 가할 방침이다.

    일본의 이같은 조치는 지난해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내린데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된다.

    경제산업성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양국 간) 신뢰관계가 현저히 훼손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교도통신은 징용 배상 판결 문제를 놓고 일본 정부가 한국에 해결방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사태가 진전하지 않자 강경 조치를 단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간 외교 관계 악화가 경제 분야로 확대될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일본의 규제 품목 중 디스플레이업계가 주목하는 재료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다. 불소 처리를 통해 열 안정성과 강도 등의 특성을 강화한 폴리이미드 필름으로, 플렉서블 OLED용 패널의 핵심소재이지만 일본 스미토모에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고 있어서다.

    중소형 OLED 비중이 높은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리이미드를 스미토모에서 수입하고 있는 만큼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LG디스플레이는 일본산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수급에 부정적 여파를 입을 공산이 크다. 규제 품목들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아우르는 핵심 재료들인 만큼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체인이 무너질 수 있어서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일본 외에도 여러 소재업체들이 있지만 이번 규제가 실행되고 또 장기화된다면 특정 업체에 수요가 쏠릴 가능성이 높고, 전반적으로 공급 부족현상이 발생해 재료의 가격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나오지 않은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발표한 대로 수출 규제가 실행에 옮겨질지는 미지수다. 일본 소재업체들의 입장에서도 실적 타격을 피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기업 2·3위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공급 부족으로 애플, HP, 델 등 미국 주요 기업들의 피해도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미·중이 무역 갈등이 간신히 봉합된 상황에서 일본이 나서 판을 깰 수 있다는 부담을 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든다"며 "만에 하나 일본의 제재가 있더라도 그 진행 과정이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출 규제가 일본 참의원 선거를 앞둔 아베 신조 일본 내각의 표심을 얻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도 역풍을 피할 수 없음에도 정치적 문제를 경제 문제로까지 끌어들이는 행위"라며 "규제가 선거가 끝나는 8월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흐지부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