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연 파리 법인장 인터뷰5년차 맞은 톰그레이하운드 '핫플에이스로'2번의 파리패션위크 참석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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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션의 본고장 프랑스 파리에 진출한 K패션 업체가 늘어나고 있다. 아시아에 이어 유럽에서도 K패션의 관심이 커지면서 진출을 물론 다양한 방식으로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단순 수출에서 벗어나 혁신적인 개발과 세심한 현지화 노력에 힘을 기울인 결과다. 프랑스 파리에서 맹활약하는 K패션 업체들의 노력과 성과를 현지 목소리로 들어봤다.<편집자주>프랑스 파리 16구 패션의 거리 마레지구에 위치한 한섬 편집숍 톰그레이하운드(Tom Greyhound Paris). 총 297.5㎡(90평) 규모로 복층(1~2층)으로 일대 비교적 큰 매장에 속한다. 지난 6월27일(현지시간) 찾아간 이곳은 파리패션위크 기간 비즈니스를 위한 쇼룸이 열린 마지막 날로 매장 안은 스탭들로 열기로 가득했다.
한섬은 2013년 파리법인을 설립, 2014년 톰그레이하운드를 오픈하며 유럽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이 곳은 유럽시장 공략을 뒷받침하는 핵심 전초기지이자 거점으로 향후 시장 확대를 위한 일종의 실험장인 셈이다. -
◇ 토종 편집숍에서 파리 핫플레이스로
하얀색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 여기에 검은 모자 스니커즈까지. 파리 톰그레이하운드에서 만난 강치연 한섬 파리 법인장은 '옷태'가 남달랐다. 누가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패피(패션피플)이였다.
그의 파리 생활만 20여년 가까이로 패션 분야 전문가로 관련 업계에서는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춘 프로페셔널로 통한다. 지난 2014년 톰그레이하운드 파리 오픈부터 지금까지 진두지휘하고 있다.
강 법인장은 "파리지앵은 옷의 구매할 때 퀄리티(quality)를 가장 중점으로 본다. 현재 유행하는 스트리트 패션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코트 1개에 400만~500만원에도 멋있으면 망설임 없이 구매하는 것이 그들의 철학"이라고 평가했다.
톰그레이하운드 파리가 콧대 높은 파리지앵을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차별화다.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한 뒤 제품을 빨리 내놓는 한국식 기업 문화도 큰 역할을 했다. 파리의 다른 편집숍은 유럽 브랜드만 주로 입점 한다면 톰그레이하운드는 메뉴를 계절과 유행에 맞춰 전세계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한섬의 브랜드인 시스템와 시스템옴므, 더캐시미어를 비롯해 질샌더, MM6, 알렉산더 왕등 유럽 브랜드 외 니콜라스 안드레아, 미주와 아시아 각국의 디자이너, 하이엔드 브랜드 등 섹션별로 선보이고 있다. 그 결과 톰그레이하운드는 매년 50% 매출이 성장하고 있다고 강 법인장은 설명했다.
톰그레이하운드는 입소문을 타면서 백화점 바이어들은 물론 유명 디자이너, 건축가들이 이곳을 찾는다. 강 법인장은 "존 갈리아노, 자크시몬스, 이자벨마랑 등 주말에 방문해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 됐다"면서 "그들이 직접 와서 쇼핑한다는 건 말 할게 더 없다"고 표현했다.
패션의 본고장인 파리는 다수의 브랜드가 사라지고 없어지는 일명 글로벌 패션 격전지다. 지난 2017년에는 글로벌에서 1위 편집숍 콜레트도 철수하면서 업계가 술렁였다고 한다.
강 법인장은 "콜레트가 문을 닫은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할까에 대해 한섬이 거론될 정도였다"면서 "그만큼 그레이하운드 전세계에서 인정받는 편집숍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편집숍을 넘어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했으면 좋겠다"면서 "라벨도 나오고, 세계적인 브랜드가 됐으면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
◇ 2번의 파리패션위크 참석… 정지선 회장의 패션 사랑
한섬의 시스템·시스템옴므는 지난 1월 '2019 F/W 파리 패션위크'에 이어 2회 연속으로 '2020 S/S 파리 패션위크'에 참가했다. 그는 "타 패션 브랜드와 달리 파리패션위크과 관련된 CD(Creative Director) 없고 현지에서 쇼에 대한 세팅을 하나하나 직접 준비했다"며 뿌듯해했다.
파리패션위크는 봄과 가을, 1년에 두 번 열린다. 뉴욕·밀라노·런던 패션위크와 함께 세계 4대 패션위크로 꼽힌다. 세계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K-패션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로 의미가 깊다.
전세계 유명 백화점과 패션·유통 바이어들에게 다음 시즌 출시 예정 신제품을 소개하고 선(先)판매를 진행하는 등 글로벌 최대 규모의 '프리미엄 패션 마켓'이다. 한섬에 따르면 회사 측에 따르면 이번 쇼룸에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글로벌 유통업체와 패션업체만 60여 곳이다. 글로벌 패션 시장에 처음 뛰어든 신규 브랜드가 사전 이러한 반응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강 법인장은 "시스템은 한국에서는 30년된 브랜드이지만 유럽에서는 사실상 신규 브랜드라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라면서 "2년차를 맞은 이번 파리패션위크에서는 첫회와 반응이 달랐다. 전보다 반응이 2배 좋았다"고 반응을 말했다.
한섬의 이같은 행보는 정지선 회장의 '패션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평소 패션에 관심 많은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지난 2012년 패션기업 한섬 인수했다. 한섬을 통해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후 2016년에는 SK네트웍스 패션 부문을 인수하기도 했다. 이후 한섬은 1조원을 돌파, 국내 패션업계 업계 4위로 올라서기도 했다.
강 법인장은 정 회장에 대해 "파리에 오면 톰그레이하운드를 방문한다. 지난해에도 왔다갔다"면서 "시스템 바지 등 심플한 제품을 직접 구매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