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수주전 불법 횡행대형 건설사, 1천억대 소규모 건축사업까지 넘봐6월말 기준 152개사 폐업... 전년 대비 22.5% 급증
  •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연합뉴스
    ▲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전경.ⓒ연합뉴스

    국내 주택시장 경기가 악화됨에 따라 수주물량이 대폭 줄면서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따내려는 건설사들의 출혈경쟁이 과열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이사비 지원, 대안설계 제안, 개별홍보 등 불법적인 방법이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 대형 건설사들이 소규모 건축 사업에도 뛰어들면서 가뜩이나 토목공사 등 입찰 경쟁이 심한 중소 건설사들은 도산하는 업체도 늘고 있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지난 8일부터 서울 한남3구역과 강남권 재건축 단지 1곳 등 2개 사업장에 대한 조합 운영실태 조사를 진행 중이다.

    한남3구역은 지난 3월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연말 시공사를 선정할 예정인데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물밑에서 치열한 수주전이 진행되고 있다. 입찰을 희망하는 건설사 대부분은 층고 상향 등 별도 특화설계안을 내놨고 일부 업체는 OS(아웃소싱)요원을 동원해 불법 개별홍보를 하는 등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한 건설사는 지역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주택전시관 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달 초 서울 고척동 '고척4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을 두고 잡음이 일었다. 시공사 선정 과정에 무효표 논란이 일었지만 조합 측은 대우건설 손을 들어줬고 이에 현대엔지니어링이 반발하면서 소송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조합원 50여 명은 구로구청에 시공사 재선정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게다가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시공권을 따내기 위해 이주비를 제안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주비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5%를, 현대엔지니어링은 LTV 80%를 지원하기로 제안하며 출혈경쟁을 펼쳤다.

    이주비 제안은 불법인데다 2000억원 규모 재건축사업 하나에 목숨 거는 모습은 언뜻 이해하기 어렵지만 현재 업계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결국 대형 건설사들이 1000억원 미만의 소규모 재건축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서울 강서구 마곡동 신안빌라 주택재건축정비사업을 수주했다. 빌라를 재건축해 아파트 400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공사비가 1000억원을 밑돈다.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 4월 서울 구로구 온수동 대흥·성원·동진빌라 재건축 정비사업을 수주했다. 공사비가 2066억원으로 빌라 재건축치고 그나마 큰 규모다. 포스코건설이 4월 수주한 서울 서초구 잠원훼미리아파트 리모델링은 공사비가 1100억원 규모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금 같은 불황에는 사업의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며 "2~3년 전만 해도 관심에 없었던 사업도 지금은 수주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소 건설사의 폐업 사례도 늘고 있다. 부동산경기 악화에 따른 일감 부족으로 재무 부담이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종합 건설업체 폐업 수가 전년 동기간 대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152개사가 폐업 신고를 하고 등록 말소됐다. 전년 동기 124개에서 22.5%나 늘어난 수치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상습체불이 적발됐던 덕영건설은 지난 3월말 폐업신고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물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어 건설사간 출혈 경쟁이 거세질 것"이라며 "이미 지방에서는 도산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