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사드(THAAD) 보복이 국면에서 벗어나면서 직격탄을 맞았던 유통가가 중국 시장에서 회복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 사업을 다시 확대하고 나서는 업체들이 많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다만 사드 사태와 같은 예기치 못한 악재에는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중국 현지 사모펀드로부터 약 875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중국 뚜레쥬르 사업을 위한 합작 법인을 설립한다.
CJ푸드빌은 중국 뚜레쥬르 5개 법인 중 베이징, 상하이, 저장 등 3개 법인을 합쳐 호센캐피탈과 합작 법인인 비앤씨 크래프트(B&C Craft)를 세우고 중국 뚜레쥬르 사업을 함께 하게 됐다.
CJ푸드빌의 중국 사업은 쉽지 않았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누적 적자는 840억원에 이른다. 앞서 중국 내에 오픈했던 외식 프랜차이즈 '빕스' 매장은 폐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직 현재 중국에는 160여개의 뚜레쥬르 매장이 운영되고 있고, 투썸플레이스와 비비고 매장도 운영 중이다.
CJ푸드빌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중국 뚜레쥬르 사업에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한다.
CJ푸드빌 관계자는 "CJ푸드빌의 베이커리 사업 노하우와 중국 현지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호센의 사업추진 역량이 합쳐지면 중국에서 뚜레쥬르를 한층 더 키워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사업 확대에 나선 식품업체는 CJ푸드빌 뿐만이 아니다.
CJ제일제당 역시 중국시장에 '햇반'을 정식 출시, 중국 즉석밥 사업에 진출했다. 중국에 '햇반' 전용 생산기지를 확보해 3년 내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즉석밥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시킨다는 목표도 세웠다.
강신호 CJ제일제당 대표는 “현재 햇반은 중국에서 교민들과 유학생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어 인지도나 인식 측면에서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현지인 대상으로 한 사전 조사 결과 맛∙품질에 있어서는 인정 받아 충분한 성공 가능성을 봤다”며 “한국과 유사한 식문화를 가진 중국에서 ‘비비고 왕교자’를 성공시킨 것처럼 햇반으로 중국 상품밥 시장 공략에 최선을 다해 중국 내 K-Food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2004년 중국에 처음 진출했던 SPC그룹은 지난 3월 400억원을 투자해 ‘SPC톈진공장’을 준공, 중국 전역에 제품 공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SPC그룹이 보유한 12개 해외 생산시설 중 가장 큰 규모의 공장으로, SPC그룹은 이를 통해 중국의 핵심 생산기지로 자리잡겠다는 계획이다.
매일유업은 중국 수출용 특수분유 2종이 중국 수출 기준을 통과해 정식 등록됐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
FSMP는 2016년 7월 관련 법규가 공고되어 지난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로 등록이 되지 않은 제품은 수출이 전면 금지돼 왔다. 올해 1월부터 중국에 특수분유 수출 판로가 막힌 셈이다.
매일유업은 2017년 영유아조제분유 배합 등록 성공에 이어 이번달 FSMP까지 등록에 성공한 유일한 국내 기업이다. 중국 FSMP 배합 등록은 영유아조제분유 배합 등록과 달리 연구개발 보고자료, 안전성 연구자료 등 제출해야 하는 자료 뿐만 아니라, 절차 또한 더욱 까다로워 등록에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중국 FSMP 배합 등록에 성공한 기업은 단 9개 기업에 불과, 120여개 기업이 등록한 영유아조제분유에 비교하면 상당히 적은 수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이번 FSMP 등록 성공은 중국 정부가 자사 제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모두 인정한 결과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히며 “매일유업은 품질과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으로 중국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 이라고 말했다.
가구업체 한샘 역시 중국 현지 투자 유치 성공 소식을 알렸다.
한샘은 중국 가구 기업인 ‘멍바이허(夢百合)’ 등 현지 투자자들에게 한샘의 중국법인인 ‘한샘(중국)투자유한공사’ (Hanssem (china) Investment Holdings Co., Ltd)에 1억7000만위안(약 292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계약을 체결했다. 한샘의 중국법인인 ‘한샘(중국)투자유한공사’ (Hanssem (china) Investment Holdings Co., Ltd)에 2020년 9월 말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환사채를 발행한다.
한샘이 중국 자본 투자를 유치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를 통해 중국 사업의 본격적인 확장과 경영 안정화를 도모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중국 현지 기업의 투자로 유통망 확장과 현지화를 이뤄 나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현재 4개 매장(상해 1개, 항주 2개, 우한 1개)을 향후 20개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라며 "2020년 흑자 전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한샘은 중국에서 2017년 상반기에 소주물류센터와 공장을 설립했다. 같은해 8월 중국 1호 매장인 한샘 상해 플래그십스토어(약 4000평 규모) 오픈했고 지난해 항주에 2개 우한에 1개 매장을 오픈했다.
패션업계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현대백화점그룹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도 유통그룹인 상하이백련(百聯)그룹유한공사와 손잡고, 중국 여성복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
첫번째로 한섬은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 백화점에 SJSJ 중국 1호점도 오픈한다. 한섬과 백련그룹은 SJSJ 중국 1호점 개점을 시작으로 중국내 주요 도시의 고급 백화점 등에 매년 10개 안팎의 매장을 신규 오픈할 계획이다.
한섬 관계자는 “한섬은 한국적 색채를 가미한 독특한 디자인과 뛰어난 품질 앞세워 해외 패션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SJSJ 중국 수출 계약을 시작으로 시스템 등 해외 패션전문가로부터 호평 받은 다른 브랜드의 해외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중국 커피빈에 이어 상하이에서 운영하던 자연별곡과 애슐리 점포 5곳을 폐점하는 등 아픔을 겪은 이랜드그룹도 중국 스포츠브랜드 엑스텝(Xtep)을 운영 중인 엑스텝인터내셔널 홀딩스와 케이스위스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 (SPA)를 체결했다.
이랜드와 엑스텝은 케이스위스가 보유하고 있는 부츠 브랜드 팔라디움의 합작사(JV)를 설립하고 중국 사업을 공동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합작사 지분은 이랜드가 51%, 엑스텝이 49%다.
이랜드그룹 이윤주 CFO는 “이번 딜을 통해 이랜드는 자본건실화를 완성하고 중국 엑스텝은 새로운 성장의 기회를 얻어 서로 윈윈(win-win)하게 되는 구조를 만들게 되었다”면서 “양사가 팔라디움 JV를 통해 크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슈즈 시장을 함께 공략 하기로 한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한때 엄청난 인기를 모았던 화장품업계도 사드 여파 직격탄에 휘청였지만 다시 중국 사업 확대에 착수한 분위기다.
토니모리는 중국 현지법인 경영구조 개선 등을 통해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
토니모리는 향후 중국 시장 사업 확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토니모리는 중국 내 주요 유통사 및 화장품 브랜드사와의 전략적 제휴를 지속적으로 검토중에 있으며 하반기 중 구체적인 운영전략을 확정하고 사업을 확대 할 예정이다.
토니모리 측은 “중국 현지법인 재정비를 통해 해외 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명동 등 관광 특수상권의 매출과 면세채널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증가하는 등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에이블씨엔씨는 화장품 브랜드 미샤가 중국 상반기 최대 쇼핑 행사인 '618행사'에서 전년 대비 39% 신장한 1819만 위안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에이블씨엔씨 최의경 해외사업부문 전무는 "이번 결과는 중국 현지에서 왕홍과 아이돌을 기용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등 영업과 마케팅 활동을 강화한 성과"라며 "더 적극적인 시장 공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매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미샤는 지난 2006년 북경에 지사를 설립하며 중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현재 중국에서는 150여 개의 단독 매장을 포함해 총 3000여 개의 판매처를 운영 중이다.
다만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사드 보복 이후 사업을 철수했고,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도 공장 매각 수순을 밟고 있다. 롯데홈쇼핑 역시 2021년까지 중국 사업을 모두 철수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많은 유통기업들이 사드 보복 이후 중국 사업 부문에서 큰 적자를 떠안아야 했다.
이같은 예측 불가능한 악재가 또 겹칠 상황을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은 지리상으로도 그렇고 정치·경제적으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중국 시장이 내수 부진을 겪여온 유통업체 입장에서 매력적인 시장임은 분명하지만 향후 사드 사태와 같은 악재가 또 갑자기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