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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점입가경 한일 갈등… '시나위 반도' 해법 배워야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를 바탕으로여러 사안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아야시나위 반도 찾은 이집트, 안보불안 없앤 이스라엘 '반면교사'

입력 2019-07-22 16:15 | 수정 2019-07-24 10:27

▲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사진)ⓒ뉴데일리경제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우리 정부에서는 일본과 전쟁을 하자고 합니다. 일본과 전쟁을 하자는 의견에 동조하지 않으면 친일파라고 합니다.

협상론을 가르쳤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일 관계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를 생각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입장을 보지 말고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탕으로 협상하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여러 사안을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하라는 것입니다. 국민들을 대일 경제 전쟁에 동원하려면 전쟁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일본과는 궁극적으로 어떤 관계로 가져가려 하는지 명확히 설명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입장이 아닌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협상해야 합니다

​협상론 기초에서 가르치는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가 입장(Position)과 이해관계(Interests)를 분리하라는 것입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세 개의 오렌지를 두고 서로 자신이 다 가지겠다고 싸우는 형제의 예를 듭니다.

오렌지 3개를 자신이 다 가져야겠다는 것은 입장입니다. 오렌지를 가지고 뭘 할지를 확인해 보니 형은 목이 말라 알맹이를 먹으려고 하고, 동생은 오렌지 껍질로 오렌지 파이를 만들어 먹으려 했답니다.

형은 알맹이를 차지하고, 동생은 껍데기를 차지하여 둘 다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오렌지로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가 이해관계(Interests)입니다.

입장을 바탕으로 협상하면 답이 나오지 않지만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협상하면 양자의 이해관계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한일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하려면 우리나라와 일본은 물론 주요 관련국인 미국과 중국의 입장의 입장 뒤에 숨어있는 이해관계가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이 각자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의 입장과 이해관계

​일본의 아베 수상은 치졸하게도 한일협정에 따라 일본의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요구에 대해 우리나라가 답변할 기한인 7월 16일이 지나기 전인 7월 1일에 우리나라에 경제 제재를 가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아직은 경제 제재가 시작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 각료회의를 통해 실행해야 하는데 8월 중순이 지나야만 우리나라가 우대 대상 국가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동안 우대를 줘 왔는데 이제는 그것을 주지 않는 것이니 제재가 아니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제재입니다.

우리 대법원의 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를 통해 징용 문제를 해결해 보자는 것은 명확한 것처럼 보입니다. 참의원 선거를 위해 활용하겠다는 속셈도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우리 정부의 입장은 일본이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받지 않으면 경제 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사진은 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입장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1965년 한일협정에게 약속한 대로 중재로 문제를 해결하자. 일제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할 수 없다. 그런 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3개 품목에서 우리나라에 주던 특혜를 거두어들이겠다입니다.

일본이 사과, 위안부, 징용 문제와 관련해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과거 문제는 이미 해결되었으니 더 이상 과거 문제로 싸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일제 지배에 대해 5번이나 사과했고 1965년 협정으로 청구권 문제를 해결된 것으로 보자는 것입니다.

​3개 품목에서 우리나라에 주던 특혜를 거두어들이겠다는 정책을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로 해석합니다.

첫째는 우리나라가 명분 없는 시비를 걸었으니 일본도 그에 대해 보복할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나라의 요구를 철회하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둘째는 우리나라 특히 삼성이 키우려는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성장을 막아 우리나라가 더 이상 경제적으로 성장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필자는 일본이 원하는 것은 첫 번째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을 키우려 하지 않습니다. 견제할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성장하면 일본에도 이익입니다. 소재, 부품, 장비를 많이 팔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여 중국의 팽창을 막고 자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지키려는 것이 궁극적인 목적일 것입니다.

동맹으로서의 신뢰가 깨졌으니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것을 입증해 달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일본에도 이익에 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나라가 더 큰 피해를 보지만 일본도 피해를 봅니다.

만약에 우리나라가 한미일 동맹에서 빠지고 중국과 동맹을 맺으려 한다면 그때는 일본이 지금처럼 잽을 던지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우리나라의 국력을 약화시키는데 있어서 더 효과적인 치명타를 날릴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과 이해관계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도 명확합니다. 일제 지배 자체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불법 행위로 인해 피해본 사람들에게 배상하라. 1965년 한일협정에서 민사상의 손해만 다룬 것이기 때문에 불법 지배에 따른 형사상의 책임은 아직도 남아있다.

대법원 판결은 1965년 한일협정과 무관한 것이니 일본이 한일협정을 바탕으로 중재로 가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제 전쟁이라고 마다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과 경제 전쟁을 하자고 합니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했을 때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군사를 동원한 전쟁에서는 목적이 명확한데, 우리 정부가 이번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첫째, 일본이 일제 지배를 불법이라고 자인하게 함으로써 도덕적 우위를 얻는다. 둘째, 일제 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최대한 얻어내서 일제 지배로 피해를 본 분들의 손해를 배상해주고 한을 풀어준다. 셋째, 우리가 10배 이상 피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일본에 피해를 주자. 도대체 뭘까요? 필자가 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 한일관계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2012년 8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부터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 합의 이전까지 한일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심각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때가 '바닥'이었다면 노골적인 일본 정부 차원의 경제 보복까지 나온 지금은 '지하'로 내려갔다는 진단도 나온다. ⓒ연합뉴스

필자와 같은 분들도 많을테니 더 많은 국민들을 전쟁에 동참시키려면 정부가 이번 전쟁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

우리나라 정부가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첫째, 한미일 동맹을 공고하게 해서 우리나라를 지키고 경제발전을 이루겠다. 둘째, 한미일 동맹을 파기하고 중국과의 동맹을 맺어 북한과 통일을 앞당기겠다. 우리나라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헷갈립니다.

​일본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제안을 하고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경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것을 보면 한미일 동맹을 깨자는 것처럼 보입니다. 일본은 우리나라 정부의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첫째는 일제 지배가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조선이 왕가의 개인 재산 형태인 가산제 국가였고 왕이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왕과 적법하게 조약을 체결한 것이니 문제가 없고, 강박에 의한 것이라면 원래 주인인 조선 왕가가 제기할 문제라고 할 것입니다.

둘째는 인류 역사상 식민지 지배에 대한 피해를 배상한 전례가 없고 그에 대한 국제법도 없다고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이 제시하는 것처럼 식민지 지배 당시 미지급 임금이 아닌 강제 그 자체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 준다면 징용으로 간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제 시대 때 조선반도에서 임금을 받았으나 강제로 노력 동원된 모든 사람에 대해서도 배상해 줘야 하는 데 그 액수를 감당하기가 어렵습니다.

셋째는 일본이 식민 지배한 다른 나라에서도 동일한 요구를 해 올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넷째는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식민 지배를 했던 나라들에게 바보 같은 결정을 했다고 비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다섯째는 일본 국내 정치에서 우리나라 정부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재집권 가능성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받아들이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 분들이 이런 것을 모를 리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을 하고 그렇지 않으면 전쟁을 하자는 것을 보면 한미일 동맹을 깨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입장과 이해관계

​미국의 한일 관계에 대한 입장은 두 나라가 알아서 원만하게 해결하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편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과거에 식민 지배를 했던 선진국들도 우리나라 편을 들 리 없습니다. 그들이 과거에 식민 지배했던 나라에 불법이었음을 자인하고 배상해 주는 선례가 만들어지길 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도와달라는 우리나라에 요청에 적극 부응하지 않은 것을 보면 미국은 한미일 동맹에 금을 가게 하는 우리나라를 일본이 때려주길 원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한미관계에서 미국의 목적은 한미일 동맹을 공고화해서 중국의 팽창을 막자는 것입니다. 더 크게는 러시아, 일본, 대한민국, 대만, 싱가포르, 인도 등과 연합하여 중국을 포위하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에 우리나라가 한미일 동맹을 깨고 중국과 동맹을 맺겠다고 하면 미국은 어떻게 할까요? 패권 유지를 위해 중국의 팽창을 막는 것이 미국의 궁극적인 목적이니 어떻게든 우리나라의 국력을 약화시키려 할 것입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할 것인데 이때는 핵무기를 가지고 위협하는 북한을 막을 힘이 있을까요? 우리나라 최대 도시 20개에 핵폭탄을 쏘겠다고 협박하면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요?

​중국은 이번 한일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밝히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은 전세계 패권을 하루 빨리 쥐는 것입니다. 한일 갈등은 중국의 이해 차원에서 보면 경사가 난 것입니다.

미국이 여러 나라를 묶어 중국을 견제하려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견제에 동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고, 미국의 포위 전략이 약화되니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습니다. 경제적 이익도 큽니다. 한일 간의 경제 전쟁이 더 심화되면 중국도 단기적으로 손해를 보겠지만, 장기적으로 제조 2025에 도움이 되니 중국의 입장에서는 경사가 난 것입니다.

결론 1: 대일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에게 밝히고 동원령을 내리면 좋겠습니다

​경제 전쟁은 과거의 땅따먹기 전쟁과는 다릅니다. 땅따먹기 전쟁은 고정된 파이를 놓고 누가 많이 먹느냐는 전쟁입니다. 승리하면 땅을 차지하고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경제 전쟁은 다릅니다. 파이가 고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한다고 해서 이익이 없을 수 있습니다. 전쟁 과정에서 한일 양국 기업과 근로자들이 피를 철철 흘립니다. 전쟁이 우리의 승리로 끝나고 우리나라 기업과 경쟁을 했던 일본 기업들이 망하고 우리 기업들의 세계 시장 장악력이 훨씬 더 높아진다면 흘린 피 이상의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일본과 경제 전쟁을 해도 이길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피해가 훨씬 큽니다. 비합리적 몰입의 상승으로 제재 품목이 많아지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없이 커집니다.

다른 나라의 군사적 침략을 받을 경우에는 정부가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쟁에서 지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명확합니다. 다른 나라를 군사적으로 침략할 경우라면 정부는 그것이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경제 전쟁을 실행하면 양국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그로 인한 우리 기업과 국민들의 피해는 상당할 것입니다. 대일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제시하여 그런 희생을 치를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경제 전쟁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한미일 동맹을 강화하려 하는지, 아니면 한미일 동맹을 파기하고 중국과 동맹을 맺으려 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결론 2: 통합적 협상을 통해 서로가 Win-Win 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일본이 우리나라와의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과 우리나라가 일본과의 관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한미일 동맹의 강화를 통한 국가 안보 유지와 경제 성장이라면 통합적 협상을 시도해야 합니다. 양국이 원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동일하니 쉽게 타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때 하나의 사안만 놓고 협상할 것이 아니라 한일의 이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러 사안을 동시에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을 하자는 것입니다. 각자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얻고 덜 중요한 것을 양보하면, 협상 타결을 하지 않을 때와 비교해 win-win 이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1978년에 이집트와 이스라엘 간에 맺은 캠프 데이비드 협정입니다. 중동 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이집트 땅인 시나이반도를 점령한 상태에서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영토와 군사 주둔을 둘 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협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에게는 시나이반도를 되찾는 것이 중요했고, 이스라엘에게는 시나이반도 그 자체가 중요하지 않고 이집트가 시나이반도에 군사를 배치하여 이스라엘의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둘을 모두 테이블 위에 올려 시나이반도는 이집트에 돌려주되, 이집트는 시나이반도에 군사를 배치하지 않는 협정을 맺어 양국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협정 당사자인 이집트의 사다트 대통령과 이스라엘의 베긴 수상은 노벨평화상을 받았고, 이후 양국간의 전쟁은 없었습니다. ​

우리가 원하는 것이 우리가 몇 배의 피해를 보더라도 일본 경제에 피해를 입히는 것이 목적이고 한미일 동맹을 파기하고 중국과 동맹을 맺는 것이 목적이라면 반일 감정을 더 적극적으로 자극하고 국민 총동원령이 내려야 할 것입니다. 필자는 우리 정부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이 한미일 동맹 파기가 아니길 소망합니다.

이런 목적을 추구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가 안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결론 3: 과거 지향적이 아닌 미래 지향적인 관점에서 대일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한일 관계 문제는 1910년에 일어난 한일합병조약에 대한 해석에 관한 것입니다. 거의 110년이 지난 일입니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지 71년이 지났습니다. 한일협정이 맺어진 것이 1965년이니 54년이 지난 일입니다.

그 오랜 기간 동안 한일합병조약 그 자체가 불법이니 강제 동원한 것 그 자체에 대해 배상해 달라는 요구를 해 오지 않았습니다. 오래전 일이지만 일본이 잘못한 것에 대해 사과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도록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입니다.

당연히 받아야 할 손해 배상을 받지 못한 것이 있다면 배상받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데 만약 국제적으로는 전혀 인정되지 않는데 우리만 그런 주장을 하고 있고, 그로 인해 한일 관계가 악화된다면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일입니다.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대일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습니다.

결론 4: 우리나라의 주장이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명분 있는 주장이라는 것을 확인해주면 좋겠습니다

​식민 지배를 한 나라 중에서 피지배 국가에서 식민 지배 그 자체가 불법이라고 사과하고 배상한 나라가 하나도 없답니다. 피지배 국가 중에서 그런 것을 요청한 나라가 있었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있었다 하더라도 수용되지 않았겠지요. 패전국이 승전국에 배상한 사례는 꽤 있습니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드러났듯이 우리나라는 일본이랑 전쟁한 나라도 아니고 연합국의 일원도 아니었습니다. 승전국으로 패전국인 일본에 배상받을만한 자격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

일본과 경제 전쟁이 격화되면 우리나라 기업과 개인들이 큰 피해를 봅니다. 그런 손실을 감수할 정도의 명분이 있는 전쟁이어야 국민들의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정부만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명분 있는 주장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확인시켜 주면 좋겠습니다.

우려는 곧잘 현실로 나타납니다. 한미일 안보동맹이 흔들리는 틈을 타 어제 중국과 러시아 정찰기들이 독도 일대 우리 항공영역을 침범해 마음껏 유린했습니다.

한일 갈등이 비단 두 나라의 문제가 아닌 국제적 이해나 입장 속에 총합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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