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용도 증빙' 강화 예고에 … 급전용 마통 막힐라 '분통'카드론·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밀려날 수도 … '풍선효과' 우려 사후 모니터링 등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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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당국이 사업자대출 심사 과정에서 용도 증빙을 기존보다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유동성 창구마저 한계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당가 모습)ⓒ 연합뉴스
"봄이 오니 나아질까 했는데 전쟁까지 터지면서 매출 예측이 전혀 안 돼요. 그나마 마이너스통장이 있으니 임대료나 아르바이트생들 월급은 안 밀리고 버티는 상태죠.""식재료 납품은 성수기 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해야 해서 운영 자금이 짧아지는 때가 있어요. 그 때를 대비해서 대출을 미리 받아두는 겁니다."인천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자영업자 정 씨와 서울에서 식재료 납품업을 하는 김 씨는 사업자대출에 대해 '없어서는 안될 자금줄'이라고 설명했다. 전쟁, 불경기 등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시기인 지금, 자영업자들에게 있어 사업자대출은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설명이다.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사업자대출 단속 강화' 불똥이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튀고 있다. 당국이 대출 심사 과정에서 대출 용도 증빙을 기존보다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유동성 창구마저 한계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여신 심사 과정에서 사업자대출 용도를 입증하는 증빙을 기존보다 강화하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정비 중이라고 밝혔다. 사업자대출의 투기 유용을 제지하는 것을 넘어, 초입인 심사 과정부터 모든 사업자 대출의 용도를 파악해 돈을 내어주겠다는 것이다.당국의 전방위적인 단속 강화에 은행권도 경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NH농협은행은 최근 사업자대출 마이너스통장의 신규 취급을 전면 중단했다. "요새 파산하는 자영업자가 많아져서 그런지 주변 지인들도 은행 대출받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설명한 김 씨의 하소연처럼 대출이 조금씩 얼어붙기 시작한 모양세다. -
- ▲ 금융당국이 사업자대출 심사 과정에서 용도 증빙을 기존보다 대폭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자영업자들의 생계형 유동성 창구마저 한계에 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페 종업원의 모습) ⓒ 연합뉴스
문제는 영세 자영업자의 자금 흐름 특성상, 장사가 안될 때를 대비한 '안전 자금'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점이다. 식재료 등 성수기 전 재고 확보처럼 미래 위기를 대비한 비상금 성격의 대출에 대해 사전 증빙을 제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투기 차단을 위한 규제 강화 과정에서, 정작 생계형 자영업자의 필수 자금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일각에서는 시중은행의 깐깐한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한 자영업자들은 결국 연 4~5%대 제1금융권에서 밀려나 이자 부담이 큰 카드론이나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으로 밀려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용도 외 유용에 대해 강도 높은 현장 점검과 처벌을 예고한 상황에서, 행원의 입장에서는 나중에 징계 리스크를 떠안느니 대출을 안 내주는 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미 자영업자들의 현실은 위태로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취약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12.14%로 나타났고, 전체 자영업자 연체율 역시 1.86%로 2%에 육박하며 한계점을 갱신하는 상태다. 엄격한 대출 기준이 자칫 연체율 폭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전문가들은 획일적인 사전 차단보다는 유연한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경제학과 교수는 "투기 목적의 대출과 생계형 비상금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해선 안 된다"며 "일정 한도 이하의 생계형 사업자대출은 우선 숨통을 열어주고, '자금 흐름 모니터링' 등 사후 검증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