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변수에 방산부문 매각 시나리오캐시카우 매각설에 국내 방산기업 인수전 가능성독점 규제와 높은 기업가치 부담 변수로 작용
  • ▲ 풍산이 생산하고 있는 탄약 라인업 ⓒ풍산
    ▲ 풍산이 생산하고 있는 탄약 라인업 ⓒ풍산
    풍산의 방산부문 매각설이 확산되며 방산업체 간 인수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K-방산 호황 속 핵심 캐시카우가 매물로 거론되면서 업체들은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풍산은 최근 방산부문 매각설과 관련해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인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최근 풍산은 외국계 투자은행 라자드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 기업들과 접촉하며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가격은 1조50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풍산은 구리 가공 중심의 신동사업과 탄약을 생산하는 방산사업을 양 축으로 성장해왔다. 지난해 방산사업 매출은 1조1868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30% 수준이지만, 영업이익의 약 70%를 책임지며 사실상 회사의 핵심 수익원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고수익 사업 정리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경영권 승계 문제가 자리한다. 류진 회장의 장남 류성곤 씨가 미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어 방산업체 경영 참여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승계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방산부문 분리 또는 매각 시나리오가 검토되고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행 방위사업법상 외국인이 방산업체의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거나 임원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방산부문의 가치가 크게 높아진 점도 현 시점을 매각 적기로 보는 판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글로벌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탄약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서 지원받은 155mm 야포를 주력으로 운용하며 2년 넘는 기간 동안 약 250만발의 포탄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춰 풍산도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왔다. 지난해 하반기 약 680억원을 투자해 155mm 대구경 탄약 생산시설 증설에 나섰으며,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두 배 수준으로 확대했다.

    또한 풍산은 드론용 총알과 드론 투하용 소형 고폭탄, 대인 살상용 다목적 파편탄 등 전장 환경 변화에 대응한 차세대 탄약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으며, 올해 중 시험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개발 중인 드론 본체와 패키지 형태로 군용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 방산, 대한항공, 한국항공우주(KAI),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 기업들도 무인 기술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풍산이 드론과 탄약을 결합한 통합 무장체계를 구축할 경우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주요 방산 대기업들이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를 중심으로 글로벌 수출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탄약을 내재화할 경우 ‘포와 탄’을 묶은 패키지 수출이 가능해져 경쟁력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실제 풍산과 3585억원 규모의 대구경 포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2029년까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계약은 K9 자주포 수출과 연계된 구조로 장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탄두는 풍산이 담당한다.

    LIG넥스원 역시 후보로 언급된다. 유도무기 중심 사업에 탄약 생산 역량을 더해 무장체계 전반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풍산과 합작사 ‘LIG풍산프로테크’를 통해 이미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어 추가 인수 유인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대로템도 현대코퍼레이션을 통해 매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인수 시 전차 플랫폼과 탄약, 무인체계를 결합한 종합 방산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특정 기업이 인수할 경우 경쟁 제한 우려로 정부 승인 과정에서 제약이 발생할 수 있고, 방산 호황에 따른 높은 기업가치 역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탄약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국내 방산기업의 기존 역량과 결합하면 수출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