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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결국 한국을 우방국 명단인 '백색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했다. 2일 오전 일본 정부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각의(국무회의)에 상정해 처리했다.
이날 교도통신과 마이니치신문, 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이날 각의를 통해 전략물자 수출 간소화 혜택을 주는 27개국의 백색국가 목록에서 한국을 제외하기 위한 절차를 통과시켰다.
◇ 미국 반대에도 일본, 일사천리로 한국 제외
미국의 우려와 한국의 저항에도 일본 정부는 한국을 우방국가에서 제외했다.
우리정부도 지소미아(GSOMIA, 군사정보보호협정)파기를 통해 맞대응을 천명한 상황이어서 한일 관계는 1965년 수교 이후 긴밀하게 공조해왔던 경제·안보 양축이 무너지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위험에 처했다.
한일간의 경제와 안보 협력 파기는 미국의 동북아 협력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에서 한·일이 함께 적극 관여하지 않고서 해결 가능한 경제적 또는 안보적 문제는 없다"며 "한·일이 대립하면, 북한 비핵화 문제와 중국으로 인한 도전들, 그 밖의 다른 중요한 이슈에 대응하는 게 어렵게 된다"고 심각한 우려를 표시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1일 한국에 대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수출규제 조치를 발표하면서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함께 고시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와 백색국가 제외 방침이 부당하다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지난달 일본 정부에 보냈고, 한국의 5개 경제단체는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경제산업성에 제출했으며 주일한국기업연합회도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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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패싱, 미국은 방관, 중국은 조롱
미국이 한일 양국이 매우 중요한 동맹이라고 수차례 밝히고 있지만 실제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끼어들어도 완전한 해결도 어렵고 품만드는 일에는 나서지 않겠다는 속내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1일 폼페이오 장관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등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마지막 일정이었던 미-태국 외교장관 공동기자회견에서 한ㆍ일 간 갈등에 대해 "일본과 한국은 (미국에) 엄청나게 중요한 관계들이다. 우리는 양국이 함께 긴장을 해소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스스로(together themselves) 찾을 것이라는 데 대해 매우 희망적”이라는 원론적인 발언만 되풀이 했다.
게다가 폼페이오 장관은 한미일 외교 장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면이 연출될 것으로 기대했던 갈라디너(gala dinner) 에도 갑자기 불참했다.
한·미·일 3국 외교 장관은 일본의 각의 결정 이후인 2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6시30분)에 만난지만 한일 양국의 입장 차이만 확인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미일의 공조가 붕괴되는것을 기분좋게 바라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속마음은 관영 환구시보에 일본의 수출 규제에 강력히 대응하는 한국의 전략을 조롱하는 칼럼으로 표출됐다.
뤼번푸(呂本富) 중국과학원대학 교수는 '한·일 분쟁이 제삼자에게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국은 일본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에 중재를 요구하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까지 벌였지만 거의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손자병법을 인용해 '힘이 약하면 도망치거나 피해야 한다. 약한 군대가 굳게 지키면 강한 적에게 포로로 잡힌다'고 적었다. 이어 '병력이 다섯 배면 공격한다'는 손자병법의 구절도 인용하면서 한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일본이 이를 실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뤼 교수는 "만일 공급처가 한 곳뿐이라면 스스로 부품을 연구·개발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화웨이 런정페이 회장의 말을 인용해 핵심 소재의 공급 다변화와 자력 개발이 한·일 분쟁이 주는 교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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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소미아 폐기로 맞불…日中, 국내정치용 조롱
우리정부는 강경일변도 대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1일 태국 방콕에서 고노 외상과 회담한 후 '한국이 백색국가에서 제외될 경우 한일 안보의 틀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최측근인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위성방송 BS-TBS에 출연해 "백색 국가라는 것은 특별한 취급을 하는 국가로, 아시아에서 한국에게만 부여하고 있다"며 "특별 취급하는 국가에서 보통 국가로 되돌리는 것일 뿐이다. 금융 조치도, 아무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아마리 위원장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과 함께 아베 정권 출범 시 '친구 내각'을 구성했던 인물로, 아베 총리의 가까운 친구로 불린다.
아마리 위원장은 방송에서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대해 "일본은 완전히 괜찮다. 큰 영향은 없고, 반드시 한국 기업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되돌아갈 것이다. 조용히 지켜보면 된다"고 도발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다.
또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자신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해 하고 있다. 양국 간 진정한 인연을 만들려면 정쟁의 도구로 써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규제 강화에 대해서는 "정치적 흥정이나 감정론이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이 이날 각의를 통과하면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이 서명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연서한 뒤 나루히토(德仁) 일왕이 공포하는 절차를 거쳐 그 시점으로부터 21일 후 발효된다. 실제 시행 시점은 8월 하순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미국, 영국 등 27개국이 포함된 백색국가 명단에서 한국이 제외되면 일본 기업이 한국으로 수출할 때 식품과 목재를 제외한 거의 모든 품목에서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에대해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적어도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일 관계를 근본적으로 비우호국가로 재정립한다는 일본의 의사결정이 화이트 리스트의 제외의 의미일 것"이라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