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태 … 경기 위축 곳곳에 전이건설·유통 등 내수 기업 유동성 위기 제조업 전반 부진 … 부채로 버티기 한계
-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제조업이 흔들리면서 수출 기업은 물론 내수 기업들까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있다.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 강화로 수출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경기 둔화와 금리 부담으로 내수 기업들의 자금난까지 가중되고 있다.특히 최근 홈플러스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돌입, 대형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자산 매각에 나서는 등 내수 기반 기업들도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다. 4월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위기가 닥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 ▲ 수출입 컨테이너 쌓인 인천신항ⓒ연합뉴스
◇ 반도체 부진이 촉발한 제조업 위기, 수출 둔화반도체 산업은 지난해까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급격한 둔화세를 보이며 한국 제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 1월 반도체 생산(계절조정지수)은 전월 대비 0.1%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했다.업계에서는 계절적 비수기와 함께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공급 과잉 등이 업황 부진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이로 인해 2월 반도체 수출은 16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됐으며, 제조업 전체 생산(-2.4%)과 출하(-6.2%)도 동반 하락했다.제조업 부진은 기업들의 현금 흐름 악화로 이어져, 자금 조달과 투자 위축 우려를 키우고 있다. -
- ▲ 미국 트럼프 대통령ⓒAFP=연합뉴스
◇ 트럼프의 ‘보호무역 압박’…기업 부담 가중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기조는 한국 제조업에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연방의회 연설에서 반도체 보조금 지원 근거인 ‘반도체법’ 폐지 방침을 밝혔으며, 7일에는 한국과 대만을 직접 언급하며 반도체 산업에 대한 견제를 강화했다.이와 함께 오는 12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며, 자동차 업계에도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이로 인해 수출 기업들은 원가 부담 증가와 수출 감소라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
- ▲ 서울 중구 삼부토건 옛 건물 외벽에 붙은 로고 모습ⓒ연합뉴스
◇ 내수 기업도 ‘유동성 위기’… 건설·홈플러스 법정관리로제조업 부진이 이어지면서 내수 기반 기업들 역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시공능력평가 71위 중견건설사인 삼부토건의 회생절차가 개시된다. 이에 따라 삼부토건은 2015년에 이어 10년만에 다시 회생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특히 대형마트 2위 사업자인 홈플러스가 최근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이는 내수 기업들의 심각한 유동성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대형 건설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걸고 자산 매각에 나섰다. 롯데건설은 1조원 규모의 자산 유동화 방안을 추진 중으로, 주요 자산인 잠원동 본사 부지 매각을 포함해 부채비율을 150%로 낮추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DL이앤씨는 종로구 디타워 돈의문 사옥을 매각하고 강서구로 이전하기로 하였으며, SK에코플랜트는 폐기물 자회사 지분 매각을, GS건설은 수처리 자회사의 지분 매각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
- ▲ 홈플러스ⓒ연합뉴스
◇ 제조업 전반 부진…한국 경제 흔들제조업과 내수가 함께 흔들리면서 4월을 기점으로 유동성 위기가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1월 반도체를 제외한 산업생산지수는 전년 대비 7.9% 감소하며 2020년 5월(-16.5%)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제조업 취업자 수는 7개월 연속 감소했다.또한 제조업 경기실사지수(BSI)는 3분기 연속 하락하며 1분기 88을 기록해 기업들의 매출 감소 전망이 짙어지고 있다.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55%로 한 달 만에 0.1%p 하락했다.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실장은 "한국 경제는 최근 경로상 더 안 좋게 흘러갈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제조업 위기는 지역경제·자영업 경기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