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회생절차 돌입 직전에도 CP 발행 논란부채비율 두고 논란 지속 … 재무지표 빨간불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사전 인지 두고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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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홈플러스 위기론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기습적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개시 직전까지 기업어음(CP)을 발행한 것을 두고 논란이 커졌다.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필요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9일 유통업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난달 28일 CP 및 전자 단기 사채(전단채) 신용평가 등급이 하락해 단기 유동성이 악화할 수 있어 조처했다는 것이다. 

    MBK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 부채비율이 과도한 것은 물론 일부 상거래 채권 상환까지 지연되는 상황에서 신용평가 하락을 짐작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가 홈플러스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다. 국내 상장사 평균이 108%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14배 가량 높은 것인데, 이는 IMF 외환위기 당시의 지표와 비슷하다. 

    이를 두고 MBK는 "매출 증가와 부채비율 개선 등 개선 사항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 1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462%로 전년 대비 크게 개선됐고 직전 1개월 매출도 7조462억원으로 2.8% 늘었다는 구체적인 수치도 제시했다.

    그러나 지표상 부채비율이 낮아진 것은 부채로 계상된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자본으로 전환된 것에 따른 것으로 영업수익 확보를 통한 실질적인 부채비율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중론이다. 

    한신평도 RCPS 전환에 따른 표면적인 재무 레버리지(차입) 지표 개선은 "실질적인 재무 부담 감축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MBK가 제시한 462%의 부채비율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재무지표는 빨간불이다. 부채비율이 400% 이상이면 부실 징후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 당국은 외환위기 이후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한 기업의 여신과 재무구조를 관리 중이다. 

    ◆ 회생 신청 직전 CP 발행 두고 '사기론' 나와

    결국 'CP 사기론'이 등장했다.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개시로 해당 CP·전단채 신용등급은 'D'까지 떨어져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MBK가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지난 4일 기준 CP·전단채 발행 잔액은 1880억원이다.

    그러나 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고자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했다. CP·전단채는 무담보 금융상품으로 변제 뒷순위여서 피해가 불가피하다.

    금융권에서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 물량이 대형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 개인과 법인을 대상으로 소매판매된 것으로 추정한다.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한 물량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만약 MBK가 회생절차 신청의 직접적 계기가 된 신용등급 하락을 예견했음에도 이러한 결정을 했다면 도덕적 해이에 따른 사회적 비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투자자들에게 이런 위험성을 알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형사 처벌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기관이 아닌 개인 투자자라면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하는 것은 물론 홈플러스나 MBK 측에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며 "판매 증권사도 홈플러스의 신용평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불완전판매 이슈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결국 홈플러스에 CP와 전단채, 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발행 등을 감행하게 해 소매투자자들을 손실 가능성에 직면하게한 MBK에 금융당국이 검사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시장의 안정 또는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기관전용 사모집합투자기구의 업무와 재산 상황을 검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