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신약에만 몰두한 코오롱생명과학·에이치엘비·신라젠의 몰락플랫폼 기술 기반 파이프라인 풍부한 '한미약품·레고켐바이오·제넥신'"다양한 파이프라인, 글로벌 기술수출 이룬 바이오기업 가치에 주목"
  • ▲ (위부터) 한미약품, 레고켐바이오, 제넥신의 CI ⓒ각사
    ▲ (위부터) 한미약품, 레고켐바이오, 제넥신의 CI ⓒ각사

    '신라젠 쇼크' 이후 플랫폼 기술에 기반을 둔 바이오 기업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 에이치엘비, 신라젠 등 한 가지 신약에 집중해온 바이오 업체들이 차례로 휘청거리면서 다양한 파이프라인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기술이 주목받게 된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 쇼크 이후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한미약품, 레고켐바이오, 제넥신 등이 부각되고 있다.

    ◆ 한 가지 신약에만 몰두한 코오롱생명과학·에이치엘비·신라젠의 몰락

    신약 개발에는 높은 리스크가 수반된다. 신약을 개발하는 모든 단계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아이템에만 사활을 거는 기업은 해당 신약의 개발이 실패했을 때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 에이치엘비의 '리보세라닙', 신라젠의 '펙사벡' 등 한 가지 신약에 집중해온 바이오 기업들이 차례로 무너진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신약 개발의 모든 단계에는 실패 가능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한두개의 파이프라인으로 모든 것을 구성하는 바이오 기업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좋은 바이오 기업은 신약후보물질을 만들어낼 수 있는 내부 역량이 있고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갖춘 회사"라며 "설사 하나가 잘못되더라도 나머지 포트폴리오로 지탱할 수 있고, 글로벌 기술이전을 적어도 3건 이상 할 수 있어야 가치 있는 회사"라고 조언했다.

    이 때문에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재조명 받고 있다. 플랫폼 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술은 기존 의약품·신규타깃을 적용해 다수의 후보물질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이다.

    ◆ 한미약품, '기술이전 계약 파기' 수모 겪었지만 파이프라인 가치 여전

    플랫폼 기술로 주목 받는 대표적인 제약사는 한미약품이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4일 얀센과의 비만·당뇨신약 치료제 'HM12525A' 기술이전 계약이 파기된 바 있다. 세 번째 기술 권리가 반환되면서 시장에서는 한미약품의 R&D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

    하지만 한미약품이 국내 제약사 가운데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만큼, 전체 파이프라인에 대한 가치 평가로 연결짓기는 것은 무리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미약품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은 30여 개에 달한다. 사노피, 스펙트럼, 제넨텍, 테바 등 글로벌 제약사와 파트너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한미약품은 바이오의약품의 단점인 짧은 반감기를 늘려 약효를 지속시키고 편의성을 높인 '랩스커버리', 주사제형을 경구형 제제로 변경하는 '오라스커버리' 기술 등을 적용한 신약 물질을 기술수출하는 성과를 거뒀다. 그 외에도 북경한미약품 연구진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이중항체 플랫폼인 '펜탐바디'도 갖췄다.

    ◆ 레고켐바이오, ADC 플랫폼 기술로 올해 대규모 기술수출 2건 성사

  • ▲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 현황 ⓒ레고켐바이오
    ▲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반 파이프라인 현황 ⓒ레고켐바이오

    바이오벤처 중에선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이하 레고켐바이오)가 주목할 만하다. 레고켐바이오는 다양한 항체에 대한 차세대 항체-약물 복합(ADC)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다수의 파이프라인을 확보, 올해 플랫폼 기술에 대한 2건의 대규모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바 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3월22일 일본 다케다제약의 자회사 밀레니엄 파마슈티컬즈와 ADC 원천기술을 적용한 3개 타깃 물질의 글로벌 판권에 대한 4500억원 규모의 이전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해당 계약은 레고켐바이오의 ADC 플랫폼 기술인 '컨쥬올(ConjuALL)' 기술을 활용한 ADC 링커를 밀레니엄사가 개발한 항체에 적용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이하 브릿지바이오)가 간질성 폐질환 치료 신약 후보물질 'BBT-877'로 베링거인겔하임과 약 1조 520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해당 물질은 레고켐바이오가 '레고케미스트리' 기술로 발굴해 지난 2017년 300억원 규모에 브릿지바이오에 기술이전한 합성신약이다. 레고케미스트리는 약물 유사성을 가진 구조를 활용한 플랫폼 기술이다.

    ◆ 제넥신의 hyFc 플랫폼 기술, 유한양행 1조 규모 기술수출에 기여

  • ▲ 제넥신의 파이프라인 현황 일부 ⓒ제넥신
    ▲ 제넥신의 파이프라인 현황 일부 ⓒ제넥신

    제넥신은 항체융합 단백질(hyFc)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바이오벤처다.

    hyFc 플랫폼 기술은 체내의 두 항체(lgD·lgG4)를 융합해 약효가 몸속에서 오래 유지되도록 하는 플랫폼 기술이다. 기존 바이오의약품 보다 높은 효능과 안전성, 체내 지속력을 확보하면서 펩타이드, 단백질 등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는 강점이 있다.

    제넥신은 현재 성장호르몬 결핍증 치료제 등 바이오베터부터 싸이토카인 융합 면역항암제까지 다양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제넥신은 총 6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최근 유한양행의 맺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제 기술수출에도 기여했다.

    지난달 1일 유한양행은 NASH 치료제 'YH25724'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YH25724에는 지난 2015년 제넥신에서 도입한 플랫폼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유한양행은 총 기술수출료의 5%를 제넥신에 지급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유의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해 파이프라인 확장 가능성이 높은 바이오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