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포토닉스·푸디언트 인수로 상반기 마무리...해외 자회사 효율화 작업은 이어져삼바 회계 이슈에 미중 무역분쟁·일본 소재 이슈까지 3중고 닥친 상반기...하반기에도 '소극적' M&A 전망
  •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단 두 건의 인수·합병(M&A)에 성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상반기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와 관련된 수사가 이어지고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함께 일본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소재 수출 규제까지 터져 현안들을 해결하기에도 분주했던 탓에 M&A를 통한 성장동력 발굴에 제동이 걸렸던 것으로 해석된다.

    16일 삼성전자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중에 새로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로 편입된 곳은 '코어포토닉스(Corephotonics)'와 '푸디언트(Foodient)' 두 곳이었다. 코어포토닉스는 이스라엘에 설립된 8년차 스마트폰 카메라 솔루션업체이고 푸디언트도 비슷한 시기 영국에서 탄생한 인공지능(AI) 식품기술 스타트업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대규모 M&A였던 '하만(Harman)' 인수를 마무리 지은 이후 M&A에 다소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스페인의 네트워크 분석 솔루션업체인 '지랩스(Zhilabs)'와 관련 해외법인을 인수한 것 외에는 M&A를 진행하지 않았고 올해도 1월과 3월에 각각 코어포토닉스와 푸디언트를 인수한 이 후 M&A가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M&A도 설립 10년 미만의 신생회사에 해당하는 유망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사되고 있다. 올해 인수한 코어포토닉스와 푸디언트가 2012년 설립된 8년차 스타트업이라면 지난해 인수한 지랩스는 2017년에 설립해 올해 2년차를 맞는 곳으로, 설립 이듬해 삼성전자가 인수하게 된 경우다.

    삼성전자가 하만 인수와 같이 해당업계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업체를 통으로 인수하거나 유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신생기업을 일찌감치 인수해 육성하는 전략으로 M&A 노선을 가다듬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삼성이 계열 벤처투자회사나 자체 벤처투자펀드를 통해 투자한 바 있던 회사를 직접 인수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는 점도 눈 여겨 볼 요소다. 코어포토닉스의 경우 삼성전자 내부 벤처투자펀드인 'SVIC 23호 신기술투자조합'에서 이미 지분 8% 가량을 투자하고 있던 곳으로 이후 삼성전자 베네룩스법인이 나머지 지분 대부분을 인수해 현재는 92.4%를 보유하고 있다.

    푸디언트도 삼성전자가 스타트업 투자전담 조직으로 미국에 두고 있는 '삼성넥스트'를 통해 인수한 경우다. AI 기술을 활용해 음식의 영양정보를 분석해 최적의 레시피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푸디언트는 삼성에 인수되기 전부터 협업관계를 맺어 인수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M&A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대신 기존에 있던 자회사들을 합병하거나 청산하는 정리 작업은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2년 전 하만을 인수하면서 동반 인수하게 된 자회사들에 대한 옥석 가르기에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에도 하만 자회사였던 '브로드센스(Broadsense)'가 청산됐다. 더불어 해외 자회사 중에도 중국 베이징에 뒀던 서비스 담당 법인을 중국법인에 합병하며 회사 수를 한 곳 줄였고 프랑스에 있던 '삼성 프랑스 리서치 센터(SFRC)'도 상반기 중에 정리됐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미래 사업 개발에 반드시 필요한 원천기술을 보유한 일부 스타트업 인수 외에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데는 현재 삼성이 처한 사업 외적 환경이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부정 이슈로 핵심 경영진의 검찰 수사로 M&A 추진과 같은 사안 결정의 우선 순위가 밀리는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최대 이슈로 떠오른 국제, 외교 현안도 삼성이 M&A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로 꼽힌다. 올 초에는 미국이 중국 IT기업을 시작으로 무역 제재를 가하면서 양국의 무역분쟁이 극으로 치달았고 이 가운데 글로벌 IT기업인 삼성전자도 양국 관계의 변화 상황에 따라 시장 전략이 달라지는 처지에 놓여 오랜기간 불확실성으로 고민했다.

    여기에 하반기 들어서는 일본까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의 수출 규제를 시작으로 화이트리스트 제외 등의 사실상 경제 압박에 나서고 있어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는 형국이다. 당장 생산에 사용되는 소재를 수급하고 대체제를 찾는 등의 과정이 연말까지 이어지면서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 소극적인 자세로 M&A에 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닥친 현안들이 많은 상황이라 삼성의 직접 지분 인수보다는 투자전문 자회사나 관계사, 벤처펀드의 역할을 키워 신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중심으로 미래사업 발굴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