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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인한 국내 건설경기 침체와 해외수주 부진으로 인해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잔고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낳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 등 건설경기가 악화되고 있는데다 주택사업에 잔고가 집중돼 있는 곳이 많아 전망이 어둡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순위 10대 건설사(삼성·현대·대림·GS·대우·포스코·현대엔지·롯데·HDC현대산업개발)의 수주잔고 합계는 올 상반기 273조5680억원으로, 지난해 말(273조938억원)보다 0.1%(3700억원) 가량 줄었다. 올해 처음으로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린 호반건설은 비상장사로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특히 시공순위 1위인 삼성물산의 수주잔고가 지난해 말 대비 15% 가까이 줄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2016년 말 31조6260억원에서 2017년 말 29조9840억원으로 줄더니 지난해 27조9496억원으로 내려갔다. 올 상반기에 23조8900억원으로 25조원을 밑돌고 있다.
이는 대형 건설사 9개 업체 가운데 7위로, 제일모직과의 합병 이후 사실상 주택사업부문에서 손을 떼면서 수주 물량이 크게 줄어든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림산업과 GS건설 역시 감소세가 이어졌다. 대림산업은 지난해만 해도 22조원에 근접한 수주잔고를 보였지만 올 상반기 20조원을 턱걸이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말 대비 4.7% 가량 줄었다.
GS건설도 국내 관급공사 물량과 해외수주가 줄면서 큰 폭은 아니지만 감소세를 벗어나진 못했다. 2017년 37조원에 달했던 수주잔고는 지난해 35조원으로 줄더니 올 상반기에는 34조원대로 내려앉았다.
포스코건설도 35조원에 달했던 수주잔고가 올 상반기 들어 31조원으로 10% 가량 줄었다. 올 상반기 11조8000억원을 수주목표치로 제시했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4조원 수주에 그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올 상반기 해외수주에서 성과를 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가장 많은 수주잔고를 보유중인 현대건설은 올 상반기 58조7390억원으로 지난해 말 55조8060억원보다 5% 늘렸다.
해외 잔고 비중이 다소 줄었지만 최근 대규모 신규수주를 따낸 덕분이다. 3조2000억원 규모의 사우디 마르잔 패키지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대우건설도 올 상반기 33조4840억원으로 수주잔고를 늘리면서 10%대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주택과 LNG부문에서 신규수주에 성공한 영향이 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잔고가 23조원대로 줄었지만 올 상반기 약 4% 늘어난 24조430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도 소폭이지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증가세를 보인 업체들도 대부분 주택사업 중심의 수주잔고 비중이 높아 해외물량이 늘어난 몇몇 곳을 제외하면 하반기 전망이 밝지 않다. 건설사들의 매출을 뒷받침하던 국내 주택사업이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 여파로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건설사들의 올해 2분기 신규주택 수주 총액은 지난해 동기보다 14.2% 줄어든 9조4992억원으로 집계됐다. 2분기 기준 2014년(9조1009억원) 이후 5년 만에 가장 작은 수치다.
그마저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시행으로 더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선 해외 대규모 수주물량이 급감한 데다가 국내 관급공사 물량도 적어 하반기에도 수주잔고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건설시장은 정부의 규제 여파로 수주 물량이 급감하고 있고 해외시장은 미·중 무역 갈등 등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해외수주에서 반전이 나오지 않는 이상 업계 전반적인 잔고 감소세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