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투자 등 주요 경제지표 바닥일자리 사정 암담… 실업자 최고치조국 사태로 정국 불안… 경제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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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상황은 바닥을 알 수 없는 늪에 빠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내놓은 경제동향 9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가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3월까지만 해도 경기 상황에 대해 '둔화'라고 표현했던 KDI는 4월부터는 반년째 '부진'이라는 단어를 사용 중이다.
주요 경제지표는 암울하다. 지난 3일 관세청이 밝힌 지난달 수출입 현황을 보면 수출 442억 달러, 수입 425억 달러, 무역수지 17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수출은 13.6%(69억8000만 달러), 수입은 4.2%(18억8000만 달러) 각각 감소했다. 7월과 비교해서도 수출 4.1%(18억9000만 달러), 수입 2.8%(12억1000만 달러) 줄었다. 앞으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본격화하면 수출 효자 품목인 반도체 등에 타격이 예상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일본 수출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소재·부품·장비 100여개 품목에 대한 분석을 이달 안에 끝내고 연내 품목별 맞춤형 전략을 마련하기로 했다.
투자도 부진하다. 7월 설비투자는 4.7% 줄었다. 9.0% 감소했던 6월과 비교하면 감소 폭은 줄었지만,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 부진이 이어졌다. 건설투자도 정부의 부동산 옥죄기 정책 여파로 6월 마이너스(-) 4.4%, 7월 -6.2%로 감소세를 지속했다.
같은 날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올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 -0.038% 하락했다.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으로 0%대를 기록한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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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실업급여 지급액 증가 원인을 고용보험 피보험자 확대에 따른 고용 안전망 강화에서 찾지만, 일자리 사정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청년 실업률은 9.8%다. 15~29세 청년 10명 중 1명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시절인 1999년 11.5% 이후 2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청년층 확장실업률은 23.8%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자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정부가 자랑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를 봐도 괜찮은 일자리로 분류되는 제조업에서는 증가가 미미하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30·40대 증가도 많지 않다. 정부가 혈세를 투입해 공공부문에서 고용 증가를 견인하고 있지만, 민간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한 재정 확장만으로 일자리를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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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국회는 여야 간 대립으로 시계 제로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제1·2 야당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조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특별검사제를 관철한다는 방침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정치공세라고 몰아붙이면서 사법개혁에 드라이브를 건다는 방침이다.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조국 임명 정국' 제2막이 오르면서 민생은 뒷전으로 밀릴 공산이 크다.
사회적으로도 진보와 보수가 곳곳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국론 분열만 가속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집회 등 오프라인에서뿐만 아니라 유튜브 공간 같은 온라인에서도 언제부턴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 이른바 '좌표 찍기'(공격목표 지정)라는 것을 통해 상대방을 공격하는 행태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각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주도하는 반일(反日) 여론몰이 등 편 가르기 선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