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풀필먼트 도입 후 캐파 7배↑… 매출 12% 신장넉넉한 후방 공간 활용… FC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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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 바구니가 빠른 속도로 레일 위를 움직였다. 바구니에는 고객의 주문 정보가 담긴 바코드가 부착됐다. 레일이 3번 구역을 지나가자 스캐너는 초록 불에서 빨간 불로 바뀌고 바구니의 움직임이 멈췄다. 동시에 콜라가 담긴 세 번째 선반의 불이 깜빡거렸다. 이를 본 피커(장 보기 전문사원)는 수량을 확인한 뒤, 콜라 2개를 바구니에 담았다. 143m의 컨베이어를 한 바퀴 도는데 걸린 시간은 3분. 식품을 담은 바구니는 배송 트럭에 실려 마트를 떠났다.지난 1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의 홈플러스 원천점을 찾았다. 기존 점포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더한 홈플러스의 세 번째 ‘풀필먼트 센터(Fulfilment Center)’다. 전국의 점포를 지역별 전용 물류센터로 활용해 전통적인 장보기와 온라인 피킹을 모두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게 홈플러스의 목표다.
◇점포 풀필먼트 도입 후 캐파 7배↑… 매출 12% 신장홈플러스는 60억 원을 투입해 기존의 원천점을 ‘풀필먼트 센터’로 탈바꿈했다. 기존 매장 공간이었던 지하 1층에 DPS(Digital Picking System)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홈플러스 원천점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가 하루에 취급하는 일 생산능력(캐파)은 1500건. 기존 200건 수준이었던 온라인 배송 건수는 지난 8월 19일 풀필먼트센터 전환 후 7배나 상승했다.여기에 점포 전환 후 두 달간(8/19~10/16) 원천점 온라인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250%, 이상 늘었다. 당일 배송률도 80% 이상을 기록했다. 매장을 찾는 발길도 덩달아 늘며 오프라인 매출도 10% 이상 신장했다. 이 기간 원천점 전체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2% 신장했다.
특히 ‘DPS’ 기술 도입 이후 피커 1인당 고객 주문 처리 건수는 기존 22건에서 최대 33건으로 50%가량 뛰었다. 배송차량 1대당 피커도 1.4명으로 단축했다. 자동화가 확실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의미다.
정상구 원천FC 센터장은 “경쟁사는 피커가 일일이 육안으로 물건을 찾고 일반 카트에 여러 물건을 한 번에 담아 점포 한구석에서 물건을 재정렬 하는 방식이라면, 홈플러스 피킹 방식은 누구나 쉽게 PDA로 상품 위치나 유통기한 등을 체크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
원천점의 일 평균 주문량은 1500건. 배송 작업은 하루 총 3번에 걸쳐 진행된다. △1차(7:30~10:00) △2차(10:30~12:30) △3차(1:30~4:30) 총 3차례다.
정 센터장은 “평균 처리 건수는 전날 저녁 시간 주문 건이 포함된 1차 때가 가장 많다. 다음은 3차, 2차 순이다. 특히 주말 주문 건수가 포함된 월요일이 가장 처리 건수가 많다”고 귀띔했다.
먼저 라면이나 즉석밥 등 고객 구매 빈도가 높은 고회전 상품들은 ‘DPS’(Digital Picking System)를 통해 더욱 빠르게 바구니에 담긴다. 원활한 피킹 작업 진행을 위해 DPS 바구니에는 제품마다 고유의 최적 정보를 분류해 총 공간의 75%만 담고, 최적 공간 75%가 넘어갈 정도로 주문 상품이 많은 경우 두 개의 바구니로 나눠서 진행된다.
상단에는 작업 진행 현황이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표시됐다. 총 출고 수량과 남은 출고 수량, 총 트레이(바구니)와 남은 트레이의 숫자가 변동됐다. 이에 따른 작업 진행률도 그래프로 확인할 수 있어 효율성을 높였다.
만약 라벨 속 주문 내역과 최종 피킹 제품이 다르거나 잘못됐을 경우 총 무게를 자동으로 확인해 반품 컨베이어벨트로 이동하게 된다. 피커는 주문을 재확인하고 제품 추가 및 확인 등 최종 검수 후 다시 최종 스파이럴 컨베이어벨트로 이동시킨다. 기계와 사람의 더블체크를 통해 피킹 오차율을 제로화한다. -
신선식품 중 삼겹살과 같이 중량 단위로 판매하는 상품은 점포에서 축산 전문사원이 작업해 내려 보낸다. 매장의 상품 전문성을 활용하는 것은 물론 재고도 공유할 수 있다.마지막으로 상품은 1층 출하장으로 도착한다. 홈플러스는 업계 유일하게 상온·냉장·냉동 3실 시스템을 갖춘 배송차량으로 배송을 진행한다. 냉동 칸은 영하 18도로 유지되며, 신선 칸에 온도를 전달한다. 상품안전센터에서 전 점포의 콜드체인 운송 전반을 통제한다.정상구 원천FC 센터장은 “유사시 점포와 FC가 재고를 공유할 수 있어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FC와 점포 자체적으로도 관리하지만 이슈가 발생하면 FC는 점포를, 점포는 FC를 도울 수 있다. 한 지붕 두 가족인 셈”이라고 전했다.
◇넉넉한 후방공간 활용… FC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홈플러스가 ‘전국 각 점포를 각 지역별 전용 물류센터’로 활용할 수 있는 비결은 점포 후방(창고)과 물류차량 입출입 공간을 애초에 여유 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후방 통로 폭이 넓어 직원 동선이 자유롭고 물류 적재 및 상시 이동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현재 시점에서는 온라인 물류공간으로 활용하는 전환점을 만들고 있다. -
실제로 홈플러스 전국 140개 점포의 후방면적은 17만평이고, 주차장은 74만평으로 축구장 420개(91만평)에 달하는 크기다.
홈플러스 측은 “경쟁사와 같이 고비용의 온라인 전용센터 투자 대신, 저비용 고효율로 점포 내에 풀필먼트센터나 소형물류 공간을 조성하여 온라인 성장을 위한 충분한 수용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 홈플러스는 현재 107개 점포 온라인 물류 기능을 2021년까지 전국 140개 전 점포로 확대시키고, 온라인 배송이 크게 몰리는 지역은 물류 기능과 규모를 업그레이드한 FC를 통해 커버할 계획이다.
피커는 기존 1400명에서 4000명, 콜드체인 배송차량은 기존 1000여 대에서 3000여 대로 늘려 하루 배송건수를 기존 3만3000건에서 12만 건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홈플러스는 이 같은 도전을 통해 2018년 6000억 원 수준이던 온라인 사업 매출액을 2019년 1조 원, 2020년, 1조6000억 원, 2021년 2조3000억 원으로 상승시킬 전망이다.홈플러스 송승선 모바일사업부문장은 “늘 앞서 움직이는 온라인 고객을 만족시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업 규모보다는 장기적 관점의 꾸준한 지원과 발상의 전환이 어우러진 ‘똑똑한 투자’”라며 “앞으로도 고객이 서 있는 그 자리에, 고객이 가장 필요로 하는 모습으로 다가가기 위해 모든 경계를 허물고 다양한 변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