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마진 지속 하락… 현대오일-SK이노 급감"IMO 2020 효과 단기 그칠 듯… 대규모 투자 역풍 우려"
  • ▲ 2019년 3분기 정유4사 영업실적. 자료=각 사. ⓒ뉴데일리경제
    ▲ 2019년 3분기 정유4사 영업실적. 자료=각 사. ⓒ뉴데일리경제

    3분기 정유4사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3분기에 비해 1조원 이상 줄어드는 등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실적 개선 기미는커녕 중장기 업황 부진 지속에 대한 우려만 확대되고 있다.

    8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4사의 3분기 잠정 실적을 분석한 결과 연결 기준 매출액 32조2184억원, 영업이익 9712억원의 영업성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의 경우 지난해 3분기 37조1236억원에 비해 13.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2조276억원의 47.8%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현대오일뱅크와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영업이익 하락률이 평균을 웃돌았다.

    현대오일뱅크는 3분기 88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 지난해 3분기 2400억원에 비해 63.2% 급감했다.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도 8362억원에서 3433억원으로 58.9% 감소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8358억원에서 올해 3301억원으로 60.5% 줄어들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 역시 2조3990억원에서 1조1587억원(-51.7%)으로 반 토막이 났다.

    GS칼텍스도 6359억원에서 3220억원(-49.3%)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으며 에쓰오일의 경우 26.9%(3157억→2307억원)으로 가장 하락률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에쓰오일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이 4105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9729억원에 비해 57.8% 급감했다.

  • ▲ 대림산업이 여수산업단지에서 운영 중인 연산 20만톤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대림산업
    ▲ 대림산업이 여수산업단지에서 운영 중인 연산 20만톤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대림산업

    업계에서는 영업이익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주는 정제마진이 지속 하락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평가하고 있다.

    정유사 수익의 지표가 되는 정제마진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평시에는 점진적 상승 곡선이나 하강곡선을 타지만, 최근 외부 변수로 인해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3분기 평균 정제마진은 배럴당 5~6달러 선에서 움직였지만, 9월 셋째 주에는 근 3년래 최고치인 배럴당 10.1달러를 기록하며 치솟더니 한 달 후인 10월 셋째 주에는 2.8달러로 급락했다. 정유사마다 다르지만 정제마진은 통상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유사들 입장에서는 한 달 새 천당과 지옥을 오간 셈이다.

    정제마진이 줄어든 배경에는 다양한 대내외 리스크가 상존한다. 가장 큰 원인은 미중 무역 분쟁 지속으로 글로벌 경기가 둔화되면서 석유제품 수출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대한석유협회는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계가 3분기에 수출한 석유제품물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 감소한 1억2723만배럴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동기대비 5.7% 감소한 2분기에 이어 2개 분기 연속 감소세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8% 감소한 3억6253만배럴로 집계됐다. 2014년부터 시작된 수출물량 증가세가 6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협회는 "미중 무역 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로 국제 석유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OECD 국가의 올 상반기 하루 평균 석유 수요는 9440만배럴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0.6% 감소했다. 국내 석유제품 소비도 3분기 누적 기준으로 지난해보다 1.4%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미국의 중국 해운사 제재로 인해 원유의 주요 운송수단인 탱커의 운임이 한 달새 6배가량 급등하면서 운송비 비중이 늘어난 것도 정제마진을 감소시킨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원유생산기지에 가해진 테러와 이란 호르무즈해협 유조선 피격에 더해 중국 해운업체에 대한 미국의 제재 등으로 탱커 운임이 지난 한 달간 배럴당 1.45달러에서 8.89달러까지 6.1배 상승했다"며 "급등한 탱커 운임이 정제마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 자료사진. ⓒSK이노베이션
    ▲ 자료사진. ⓒSK이노베이션

    문제는 앞으로다. 중장기 흐름을 봤을 때 미중 무역 분쟁이 해결되지 않고 이어진다면 결국 수요부진은 4분기에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장 환경이 지속 악화될 가능성이 높은 가운데 내년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 규제까지 변수로 부상했다.

    IMO는 대기오염을 줄이고자 2020년 1월1일부터 전 세계 선박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 기준을 기존 3.5%에서 0.5% 이하로 강화해 규제한다. 정유업계는 이 규제(IMO2020)가 시작되면 황 함유량이 적은 저유황선박유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투자를 늘리는 등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해당 규제에 대한 기대가 과하게 부풀어 있다고 지적한다. 이 규제의 선제적 수요와 동절기 효과로 정제마진은 개선되겠지만, 중국의 가동률 상승 및 선박용 경우수요는 전체 석유수요의 5%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의 정제마진 개선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IMO2020이 경유수요 상승을 견인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연간 4%가량의 정유공급 과잉이 2023년까지 지속된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저유황선박유가 해당 규제를 충족하는 유일한 대안이 아닌 만큼 단기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IMO2020의 기대효과는 길어도 2년 안팎에 그칠 것"이라며 "선사들이 당분간은 비싼 저유황유를 쓰겠지만, 저유황선박유의 수요가 늘어 가격이 급등하면 점차 선박에 탈황장치(스크러버)를 장치하는 곳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게다가 오히려 최근의 대규모 투자가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술발전과 환경 관련 국가정책 등으로 연료효율이 높아지고 전력, 가스 등 대체에너지로의 전환 증가로 마진이 높은 휘발유, 경유 성장세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배터리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재무부담도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원무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업황 둔화와 생산 차질 등으로 투자효과 가시화가 지연될 경우 투자대금 회수에 시일이 소요돼 확대된 재무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며 "수익창출력 개선 등을 통해 투자와 배당으로 인한 재무부담 증가를 제어할 수 있는 지 여부를 중점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