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뿐 아니라 현물도 출연 허용…28일부터 시행1조 조성 목표…실적은 3년간 599억 그쳐공기업, 민간기업 선도 역할… "예산 집행 한계"
  •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민을 지원하기 위해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하 상생기금)을 현금 대신 현물로도 낼 수 있게 법이 고쳐졌지만 공기업들은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현금으로만 내게 돼 있던 상생기금을 현물로도 출연할 수 있게 허용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자유무역협정 체결에 따른 농어업인 등의 지원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이 오는 28일부터 시행된다고 26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국회와 15대 기업의 간담회에서 일부기업이 상생기금을 현물로도 낼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한데 따른 조처다.

    현물출연때 금액산정은 다른 기금과 마찬가지로 법인은 장부가액, 개인은 시가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산정 금액만큼 법인세액 10% 공제 등 세제 혜택을 준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고자 현물출연땐 원칙적으로 수수료를 매기지 않게 했다. 다만 필요한 경우 상생기금 관리 주체인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과 기업간 협의를 거쳐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현금출연땐 5% 수수료를 부과해 상생기금 운영본부의 운영비로 충당한다.

    상생기금으로 벌이는 교육·장학사업은 대상을 농어업인 자녀에서 농어업 관련 학교와 농어촌 지역학교로 확대했다.

    아울러 자유무역협정농어업법상 농·어업인 등 지원위원회의 민간위원에게 형법상 수뢰, 제3자 뇌물제공 등의 죄를 적용할땐 공무원으로 보도록 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으로 민간기업의 상생기금 출연이 활성화하고 농·어업인 등 지원위원회의 공정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상생기금은 '돈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도로 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 과정에서 농어업인 보호를 위해 2017년 3월 설치했다. 매년 1000억원씩 10년간 총 1조원의 기금을 조성한다는 목표다.

    그러나 기금 적립 실적은 저조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종회 의원실에 따르면 3년간 조성된 상생기금은 599억2921만원이다. 목표액의 19.9%에 불과했다. 그나마 매년 출연금이 줄고 있다. 도입 첫해 309억6450만원에서 지난해 231억5880만원, 올해 9월 기준 58억591만원으로 감소세다.

    모범을 보여야 할 공기업도 출연 실적이 낮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등 국토위 소관 공기업 26개 중 상생기금을 낸 공기업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교통안전공단·한국공항공사·한국국토정보공사·한국철도공사(코레일)·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6개에 그쳤다. 이들 6개 공기업의 3년간 출연금은 총 7억5800만원이다.

    농어민을 대표하는 농협과 수협의 실적이 적은 것도 눈에 띈다. 농협은 자회사인 농협케미칼 1000만원, 농협물류 2000만원 등 총 3000만원을 출연한 게 전부다. 수협은 실적이 1건도 없다. 일각에선 농·수협의 경우 기금을 전달받아 집행하는 성격의 기관이고, 이미 농어민을 위해 자체 사업비를 들여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공기업은 출연방식 확대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실효성에는 의문을 제기했다. 기금을 내지 않은 A공기업 관계자는 "현금출연도 (성의를) 보이지 않았는데 현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유휴부지가 우선 떠오르는데 국토부나 재정 당국 승인 없이 멋대로 처분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금을 출연한 B공기업 관계자는 "출연방법이 다양해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공기업 특성상 출연 규모가 확연하게 늘어나기는 어렵다. (공기업의 경우) 실효성이 크지는 않을 듯하다"고 밝혔다.

    매년 적잖은 금액을 출연해온 C공기업 관계자는 "루트가 다양해지는 것은 좋다"면서 "다만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분야에 있어 현물출연할 게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D공기업 관계자는 "기금 출연 계획이 예산에 반영되도록 하겠지만,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집행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