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전방위 자금 확보-차입금 줄이기 속도가양동 부지 1조 확보… 헬스케어·헬로 매각쉬완스 등 M&A 효과 아직… 신용도 회복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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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이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해 전방위적인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최근 매각 작업이 본격화된 1조원 규모의 가양동 부지를 비롯해 CJ헬로, CJ CGV 해외 지분 매각 등을 추진하면서 향후 자금 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자산 현금화를 통해 차입금 상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2018년 CJ헬스케어를 시작으로 이듬해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데 이어 CJ헬로 지분 매각에 나서는 등 각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비핵심 자산을 잇따라 처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유휴자산인 서울시 강서구 양천로의 가양동 부지 매각을 본격화했다. CJ제일제당은 지난 6일 가양동 부지 매각 우선협상자로 인창개발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향후 구체적인 매각조건에 대해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CJ제일제당이 보유하고 있는 가양동 부지는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지역 10만여㎡ 규모로 시장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알짜배기 땅으로 알려졌다. 당초 CJ그룹은 부지 매각과 직접 개발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지만, 결국 부지 매각을 통한 재무부담 해소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CJ제일제당은 지난 2012년부터 가양동 일대 공장부지 개발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초 공장부지에 최고 19층 아파트 22개동, 1139가구를 지어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제출하고 구체적인 개발 절차에 돌입했다. 하지만 해당 안건이 시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개발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가양동 부지 매각으로 1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하면 CJ그룹은 가장 먼저 차입금 상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차입금을 줄여 재무 안정성을 확보해야 신용도 하락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에 있어서도 신용도 회복은 중요한 과제다.
최근 CJ그룹이 수익성 강화로 전략을 수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당초 매출 100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는 '그레이트 CJ'를 위해 외형 확대 전략을 추진해왔다. 그렇지만 그동안 대규모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차입금이 늘어나면서 수익성 높이기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시장에서도 CJ그룹에 대한 재무 안정성을 주목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년 7조원에 가깝던 그룹 합산 총차입금은 올 상반기 13조원 수준으로 급증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의 순차입금은 11조원으로 지난해 말 7조7000억원보다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CJ그룹은 그동안 '월드베스트 CJ'를 목표로 내년까지 36조원 규모의 M&A를 계획했었지만 최근 비상경영 선포하며 이를 지양하고 있다"며 "CJ가 다각적으로 추진해왔던 기업 M&A가 중단되며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CJ그룹 측은 아직 재무 안정성에 대해 크게 우려할 상황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이처럼 전방위적으로 자금 확보에 나서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M&A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한데, 이때까지 버틸 체력이 필요해서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이 인수한 미국의 냉동식품 전문업체 쉬완스도 수익성 확보에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말 인수 대금으로 약 2조원을 투입해 그룹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M&A에 성공했다. 다만, 차입금이 증가한 규모에 비해 인수 효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CJ그룹은 가양동의 부지 매각 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를 통한 실탄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택배 단가 조정에 나서면서 수익성 개선에 나섰고, CJ ENM은 CJ헬로 매각으로 약 8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CJ CGV는 해외법인 투자유치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CJ CGV는 지난달 18일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법인 지분 가운데 28.57%를 MBK파트너스·미래에셋대우PE 컨소시엄에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확보한 자금은 현지 사업 확장과 재무구조 개선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경화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원은 "CJ그룹은 투자를 통한 성장에서 부진사업 조정, 수익성 관리 등을 통한 내실 강화로 경영전략을 변경하고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수익성과 투자기준 관리 강화 등을 통한 현금흐름 개선으로 재무부담 완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