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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매각이었다. 수차례 '설' 자체를 부인하던 이스타항공이 돌연 제주항공과 M&A 인수 협정을 맺었다.
의사결정의 주체는 최대주주인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이다. 전직 의원출신인 이 이사장은 차기 총선 출마가 유력한 상태다. 자연스레 매각-출마의 상관관계에 관심이 쏠린다.
벌써부터 일각에서는 이 이사장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스타에서 손을 떼면서 구설을 없애는 대신 선거자금을 마련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1000억대가 넘는다던 호가도 온데간데 없이 700억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이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매각하려는 주식수는 이스타항공 보통주 497만1000주이며 지분비율은 51.17%이다.
이는 이스타홀딩스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주식 전량 39.64%와 기타 주식을 합친 물량이다.
매각대금은 695억원이며, 제주항공은 이행보증금 115억원을 지급할 예정이다.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9일까지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주식매매계약 체결 예정일은 12월 31일이다.
계약이 최종 성사되면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 보유 지분이 없게 된다. 하지만 200만주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에는 약 20%의 지분을 보유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이스타항공의 2대주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실질적 오너인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내년 총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상황이어서 그 배경과 진위 여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각대금이 헐값이고, M&A 진행 과정도 너무나 촉박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은 2007년 10월에 설립됐으며, 2009년 1월 처음으로 취항했다.
설립 초기 이스타항공의 지배구조는 새만금관광개발 49.4%, 전북은행, 8.2%, 군산시장 4.1%, 프라미스인터내셔널 3.3%, 반도산업 2.1%, 기타 32.8% 등으로 구성됐다.
최대주주는 새만금관광개발이고, 새만금관광개발의 최대주주는 케이아이씨(KIC)이다. 케이아이씨의 최대주주는 에이스이공이공이고, 에이스이공이공은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전 KIC그룹 회장)의 개인 회사였다.
즉, 이스타항공의 오너는 이상직 전 회장이었다.
그는 2012년 4월, 19대 국회에 입성하면서 에이스이공이공 지분 99.99%를 친형인 이경일 전 KIC그룹 회장에게 양도했다. 이경일 전 회장은 그해 5월 이스타항공 회장에 취임했지만, 횡령 혐의 등으로 2013년 11월 구속됐다.
구속되기 전에 이미 문찬혁 나라에이스홀딩스 회장은 이스타항공을 차지했다. 나라에이스홀딩스가 케이아이씨를 인수한 뒤 나라케이아이씨로 사명을 바꿨다. 나라에이스홀딩스는 문찬혁 회장이 최대주주인 곳이다.
문 회장은 나라에이스그룹이 경영난을 겪자, 2014년 2월 IBK투자증권에 경영권을 넘기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2014년 4월 문 회장은 나라케이아이씨 지분을 팔았다. 인수한 곳은 아이엠에스씨(IMSC)로 페이퍼컴퍼니이다. 아이엠에스씨는 2013년 2월 설립된 곳으로, 이스타에프앤피를 통해 새만금관광개발을 지배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2015년 11월 설립된 이스타홀딩스가 갑자기 2016년 이스타항공 지분 68.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2017년에는 49.9%, 지난해에는 39.6%로 지분율이 낮아졌지만, 현재까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로 자리하고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수지 대표이사 혼자 등록돼 있고, 이스타항공의 지분 39.64%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지 대표는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의 장녀이다. 이스타홀딩스 지분율은 아들이자 골프선수인 이원준(99년생) 66.7%와 장녀 이수지(89년생) 33.3%가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이수지씨는 지난해 3월 이스타항공 상무에 선임됐다.
전체적으로 10년간 이스타항공의 오너는 이상직->이경일(친형)->문찬혁->아이엠에스씨->이스타홀딩스(이원준, 이수지)로 변경됐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
아이엠에스씨라는 유령회사의 정체가 무엇인지,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점이다. 또 이상직 이사장의 자녀들이 갑자기 이스타홀딩스를 설립하고 이스타항공 지분을 어떻게 취득했는지 미스테리다. 무슨 돈으로 지분을 매입했고, 얼마에 샀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리고 올해 들어 이스타항공이 다시 새로운 주인을 찾으러 동분서주하고 있다는 얘기가 IB업계와 항공업계에서 끊임없이 나오고 있었다. 결국 제주항공이 새 주인으로 낙점됐다.
이상직 이사장이 내년 4월, 21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는 정치권에서도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지인들에게 명절 선물을 전달한 것 때문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이사장은 오는 21일에는 전북 전주에서 출판기념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사실상 출정식 성격의 행사로, 총선 체제로 전환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도 항공업계가 일본 수출규제 여파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