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등 5년간 진출 금지 과도한 시장점유 우려 "시장 지속적 축소될 수도"
  • ▲ ⓒ뉴데일리DB
    ▲ ⓒ뉴데일리DB
    두부, 장류가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식품업계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CJ제일제당, 대상과 같은 식품 대기업은 두부 제조업 된장, 간장, 고추장, 청국장 등 4개 장류 제조업에서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사업의 확장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20일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 따르면  지난 16일과 18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고 두부 제조업과 장류(된장·간장·고추장·청국장) 제조업 5개 업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은 내년 1월1일부터 5년 간 예외적 승인사항을 제외하고 해당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이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과 함께 위반매출의 5% 이내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다.

    중기부는 두부와 장류 시장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에도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은 확대돼 소상공인의 매출이 악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해 두부(5463억원)와 장류(7929억원) 시장의 경우 대기업의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시장점유율이 각각 76%, 80%를 차지한다.

    이번 조치는 소상공인이 주로 생산·판매하는 대형 제품에 대해 적용된다. 대기업이 주로 생산·판매하는 1㎏ 이하 포장두부, 8㎏ 미만의 장류 등 소형 제품은 제한을 받지 않는다. 콩 생산 농가에 대한 영향을 고려해 국산콩으로 제조되는 두부에 대해서는 대기업의 생산·판매를 허용키로 했다. 또 수출용 제품이나 신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 혼합장, 소스류, 가공 두부 등도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재 포장두부와 장류 시장은 CJ제일제당과 풀무원, 대상, 사조해표, 오뚜기, 샘표, 신송식품과 같은 대기업과 중견기업이 이끌고 있다.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대해 식품업계는 정부의 뜻에 따르겠다는 의견이지만 결국 시장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불황과 함께 1~2인 가구 증가의 영향와 가정간편식(HMR)의 증가 등 관련 시장 성장이 침체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의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고추장 소매시장 규모는 2013년 2210억원에서 2017년 1863억원으로 5년만에 15.7% 감소했다. 간장 시장규모도 같은 기간 2290억원에서 2170억원으로 5.3% 줄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방침에 따라 상생, 협약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면서도 "장류는  대기업 투자를 통해 한식 대표 제품으로도 키울 수 있는 품목이기 때문에 해외 시장 도약에 연구개발(R&D) 투자 등이 위축되면 사업 확장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한 소상공인 보호라는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한국중소기업학회가 지난 6월 발표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제도가 중소기업 경영성과에 미친 영향 분석 논문에 따르면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음·식료품 14개 업종 매출(2011~2016년)에서 장류는 -16.0%, 두부는 -38.6%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앞서 비슷한 사례도 있다. 막걸리는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가 2015년 제외됐다. 적합업종 지정 전 5000억원대였던 국내 막걸리 시장은 현재 3000억원대로 감소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소상공인 보호이지만 대기업, 중소기업 제품과 시장 자체가 다르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산업 자체를 키우고 경쟁력을 높이는 지원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